[취재후] 4강 신화가 소환한 故 이광종 감독

입력 2019.06.09 (11:34) 수정 2019.06.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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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새벽을 깨운 4강 신화

'신이 빚은 작품'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 해도 대한민국과 세네갈의 피파 U-20 월드컵 8강전을 능가하는 이야기를 쓸 수는 없지 않을까? 수많은 경기를 봤지만, 이 경기를 넘어서는 '기적의 승리'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형' 역할을 한 18살 '막내' 에이스 이강인부터 오세훈, 이지솔, 이광연, 조영욱, 최준 등 모든 선수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올해 가장 기분 좋은 새벽을 선사한 4강의 주역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 전략가’로 등극한 ‘무명 선수’ 정정용

정정용 감독은 선수로는 성공했다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유소년 지도에 헌신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선수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정 감독은 경기마다, 상황마다 새롭고 변화무쌍한 전술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8강에서 만난 '아름다운 패자' 세네갈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이 이렇게 강한지 몰랐다"고 고백한 것은, 16강 상대였던 일본 감독이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정정용 감독에 대한 최고의 찬사에 다름 아니다.

  

너무나도 그리운 고 이광종 감독

2013년 U-20 월드컵은 터키에서 열렸다. 당시 사령탑은 고 이광종 감독이다. 정정용 감독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타 출신은 아니었지만, 어린 선수들을 오래 지도하며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라크와의 8강전. 3대 2로 뒤진 연장 후반 정현철의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동점을 만든 대한민국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기자석에 있다 그라운드로 내려가 한 쪽에서 마이크와 필기도구를 들고 인터뷰를 준비하던 필자는 승부차기가 끝나는 순간, 손에 들었던 모든 것을 집어던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분한 패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광종 감독은 담담했다. 침착했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마치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음 날은 귀국 준비를 하는 취재진에게 넉넉한 웃음까지 보여줬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광종 감독은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병마가 찾아왔고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4강 신화를 보며 기쁨과 희열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한 켠에는 진한 슬픔이 있음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멋진 사람' 이광종 감독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래도…이광종 감독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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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4강 신화가 소환한 故 이광종 감독
    • 입력 2019-06-09 11:34:36
    • 수정2019-06-09 13:28:02
    취재후·사건후
대한민국의 새벽을 깨운 4강 신화

'신이 빚은 작품'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 해도 대한민국과 세네갈의 피파 U-20 월드컵 8강전을 능가하는 이야기를 쓸 수는 없지 않을까? 수많은 경기를 봤지만, 이 경기를 넘어서는 '기적의 승리'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형' 역할을 한 18살 '막내' 에이스 이강인부터 오세훈, 이지솔, 이광연, 조영욱, 최준 등 모든 선수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올해 가장 기분 좋은 새벽을 선사한 4강의 주역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 전략가’로 등극한 ‘무명 선수’ 정정용

정정용 감독은 선수로는 성공했다고 하기 힘들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다. 유소년 지도에 헌신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선수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정 감독은 경기마다, 상황마다 새롭고 변화무쌍한 전술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8강에서 만난 '아름다운 패자' 세네갈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한국이 이렇게 강한지 몰랐다"고 고백한 것은, 16강 상대였던 일본 감독이 "한국의 후반전 전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도 정정용 감독에 대한 최고의 찬사에 다름 아니다.

 
너무나도 그리운 고 이광종 감독

2013년 U-20 월드컵은 터키에서 열렸다. 당시 사령탑은 고 이광종 감독이다. 정정용 감독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타 출신은 아니었지만, 어린 선수들을 오래 지도하며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라크와의 8강전. 3대 2로 뒤진 연장 후반 정현철의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동점을 만든 대한민국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기자석에 있다 그라운드로 내려가 한 쪽에서 마이크와 필기도구를 들고 인터뷰를 준비하던 필자는 승부차기가 끝나는 순간, 손에 들었던 모든 것을 집어던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분한 패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광종 감독은 담담했다. 침착했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다독였다. 마치 인자한 아버지처럼… 다음 날은 귀국 준비를 하는 취재진에게 넉넉한 웃음까지 보여줬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광종 감독은 새로운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병마가 찾아왔고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4강 신화를 보며 기쁨과 희열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한 켠에는 진한 슬픔이 있음을 느끼는 것은 이처럼 '멋진 사람' 이광종 감독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때문이다.

그래도…이광종 감독은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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