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에 또 사기?…‘천재’ 유진박 배신한 매니저는 누구

입력 2019.06.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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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 담긴 유진박, 그리고 매니저

2년 전, KBS 1TV <인간극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전파를 탔습니다.

2017년 5월 15일부터 5일간 방송된 인간극장에서 <헤이, 유진>이라는 제목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가 전해진 거죠.

유진박의 근황을 전하면서 함께 소개된 인물이 있습니다. 매니저 김 모 씨입니다.

인간극장에서 유진박과 김 씨는 동고동락하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그려졌습니다. 유진박은 1990년대 전성기에 섰던 무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무대에 서고 있었지만, 미래를 함께 꿈꾸는 사이로 말입니다.

당시 인간극장에서 유진박은 "사장님(김 씨)과 만난 뒤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유명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도 "사람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의 유진박을 응원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줬습니다.

'미국에서 활동을 하며 그래미상을 받자'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두 사람의 의지는 두텁게 그려졌습니다.

매니저 김 씨,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해

유진박과 김 씨 두 사람의 두터운 믿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 듯 싶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매니저 김 씨를 고발한 겁니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매니저 김 씨가 유진박 명의로 사채를 쓴 것만 2억 원가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유진박의 출연료를 횡령한 돈도 5억 600만 원에 이른다는 게 센터의 설명입니다.

센터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상파 방송국 PD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게 돼 지난 23일에 고발했다"면서 "김 씨는 제주도의 토지를 유진박 몰래 처분한 것도 고발장에 담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강서경찰서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했습니다. 강서경찰서는 지난주에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아직 김 씨를 조사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매니저 김 씨 “유진박과 나는 경제 공동체”

매니저 김 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김 씨는 유진박을 미국에서 발견하고, 한국에서 데뷔시킨 사람입니다. 유진박의 90년대 전성기를 이끌고, 유진박과 김 씨는 1999년까지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유진박과 김 씨는 헤어졌다가 2015년에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게 맞다"면서 "유진박을 1년 중 하루도 쉬지 않고 돌보고 있었고, 유진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함께 썼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진박을 돌보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해 스포츠 관련 배팅에 손을 댄 것도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20년 전 유진박을 키운 장본인이라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며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비용 충당을 위해 사채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유진박과 나는 경제공동체다, 함께 살고 있었고, 조울증을 앓는 유진박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데 미숙하니까 내 월급과 아파트 월세 등을 유진박 통장에서 찾아썼다"고도 했습니다.



1996년 겨울 ‘파격’ 알린 천재…이후 유진박은

유진박의 국내 데뷔는 그야말로 '파격'이었습니다. 1996년 12월 열린음악회 무대에 오른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스물 두 살의 어린 청년이 전자 바이올린을 어깨에 얹고, 격정적인 몸짓을 더해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자 바이올린 자체도 국내에선 파격이었지만, '아리랑' 등을 녹여낸 연주에 더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음악 명문 학교인 미국의 줄리아드스쿨을 나와 열세 살 때 뉴욕 링컨센터 데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천재' 유진박은 그렇게 단숨에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선보였고, 이후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유진박에게 2000년대 중반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당시 소속사의 감금, 폭행 시비 등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곱창집에서 연주를 한 동영상이 떠돌기까지 하면서, 큰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유진박은 예전만큼의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력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동안 나온 착취·폭행 의혹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고발 사건도 국내 음악팬들을 걱정케 합니다. 조울증 등을 앓으며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진박이 또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우려가 남는 겁니다.

더 이상 유진박에게 바라는 건 '파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유진박이 주변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행복한 여건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팬들도 그것 하나를 바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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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0 16:27:54
    취재K
<인간극장>에 담긴 유진박, 그리고 매니저

2년 전, KBS 1TV <인간극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전파를 탔습니다.

2017년 5월 15일부터 5일간 방송된 인간극장에서 <헤이, 유진>이라는 제목으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이야기가 전해진 거죠.

유진박의 근황을 전하면서 함께 소개된 인물이 있습니다. 매니저 김 모 씨입니다.

인간극장에서 유진박과 김 씨는 동고동락하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그려졌습니다. 유진박은 1990년대 전성기에 섰던 무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작은 무대에 서고 있었지만, 미래를 함께 꿈꾸는 사이로 말입니다.

당시 인간극장에서 유진박은 "사장님(김 씨)과 만난 뒤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유명해져서 더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도 "사람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의 유진박을 응원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감동을 줬습니다.

'미국에서 활동을 하며 그래미상을 받자'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두 사람의 의지는 두텁게 그려졌습니다.

매니저 김 씨,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발당해

유진박과 김 씨 두 사람의 두터운 믿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 듯 싶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가 매니저 김 씨를 고발한 겁니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매니저 김 씨가 유진박 명의로 사채를 쓴 것만 2억 원가량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유진박의 출연료를 횡령한 돈도 5억 600만 원에 이른다는 게 센터의 설명입니다.

센터 측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상파 방송국 PD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게 돼 지난 23일에 고발했다"면서 "김 씨는 제주도의 토지를 유진박 몰래 처분한 것도 고발장에 담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강서경찰서에서 수사하도록 지휘했습니다. 강서경찰서는 지난주에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아직 김 씨를 조사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매니저 김 씨 “유진박과 나는 경제 공동체”

매니저 김 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김 씨는 유진박을 미국에서 발견하고, 한국에서 데뷔시킨 사람입니다. 유진박의 90년대 전성기를 이끌고, 유진박과 김 씨는 1999년까지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유진박과 김 씨는 헤어졌다가 2015년에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게 맞다"면서 "유진박을 1년 중 하루도 쉬지 않고 돌보고 있었고, 유진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함께 썼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진박을 돌보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해 스포츠 관련 배팅에 손을 댄 것도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20년 전 유진박을 키운 장본인이라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며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비용 충당을 위해 사채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유진박과 나는 경제공동체다, 함께 살고 있었고, 조울증을 앓는 유진박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데 미숙하니까 내 월급과 아파트 월세 등을 유진박 통장에서 찾아썼다"고도 했습니다.



1996년 겨울 ‘파격’ 알린 천재…이후 유진박은

유진박의 국내 데뷔는 그야말로 '파격'이었습니다. 1996년 12월 열린음악회 무대에 오른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스물 두 살의 어린 청년이 전자 바이올린을 어깨에 얹고, 격정적인 몸짓을 더해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자 바이올린 자체도 국내에선 파격이었지만, '아리랑' 등을 녹여낸 연주에 더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세계적인 음악 명문 학교인 미국의 줄리아드스쿨을 나와 열세 살 때 뉴욕 링컨센터 데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천재' 유진박은 그렇게 단숨에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공연을 선보였고, 이후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유진박에게 2000년대 중반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당시 소속사의 감금, 폭행 시비 등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 곱창집에서 연주를 한 동영상이 떠돌기까지 하면서, 큰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유진박은 예전만큼의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력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동안 나온 착취·폭행 의혹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고발 사건도 국내 음악팬들을 걱정케 합니다. 조울증 등을 앓으며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진박이 또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우려가 남는 겁니다.

더 이상 유진박에게 바라는 건 '파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유진박이 주변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행복한 여건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팬들도 그것 하나를 바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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