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내기 골프하다 억대 돈 날린 남자…잃은 이유가 있었다

입력 2019.06.11 (13:57) 수정 2019.06.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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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란 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영화 <타짜>에서는 밑장 빼기 등 상대방을 속이는 현란한 기술들을 선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른바 '공사친다'는 말도 나오는데 한마디로 돈 많은 호구를 잡아 이 사람의 돈을 다 탕진시키게 계획적으로 도박판을 벌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몇 명이 함께 각자 역할분담을 해서 이 호구의 호주머니를 다 털 계획을 세웁니다. 초반에 돈을 잃어주는 사람, 호구가 돈을 잃으면 현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 그리고 또 이마저도 잃었을 경우 돈이나 집문서, 땅문서를 들고 도박판에 다시 오도록 부추기는 사람 등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이 호구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런 타짜들한테 돈을 잃은 것은 도박판만 아닌듯합니다. 골프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호구를 물색해 돈을 빼앗은 일당 6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17년 6월. 호구를 하나 잡아서 내기 골프로 돈을 뜯으려고 마음먹은 일당들은 대상자를 SNS 커뮤니티 골프 동호회에서 물색합니다. 이들의 눈에 호구로 걸려든 사람은 골프 동호회 회원이었던 41살 C씨. 일당들은 모집책, 선수,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경기도 일대에 골프장 11곳을 C씨를 데리고 다니며 내기 골프를 쳤습니다. 타수 차이만큼 벌금을 내는 방식이었는데 1타당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거는 거액의 내기골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C씨가 번번이 내기 골프에서 졌다는 사실입니다. 알고 보니 이 일당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아티반'을 탄 요구르트를 C 씨에게 몰래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C 씨는 경찰에서 "이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동안 몸이 이상한 걸 몇 차례 느꼈다"며 "평소보다 골프가 잘 안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검거 당시 압수한 마약류 약품. 일당은 골프를 하는 와중에 그늘집에서 산 음료수에 이 약을 타는 수법으로 피해자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들어 내기 골프에서 지도록 유도했다.검거 당시 압수한 마약류 약품. 일당은 골프를 하는 와중에 그늘집에서 산 음료수에 이 약을 타는 수법으로 피해자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들어 내기 골프에서 지도록 유도했다.

이들 일당이 C 씨에게 내기 골프로 뜯어낸 돈은 1억 1,320만 원. 일당은 사기 행각을 벌인 후 이 돈을 각자 한 역할에 맞게 나눠 가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을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 골프장에서 붙잡았습니다. 체포 당시 이들의 골프백에는 알약 100정과 마약류의 약을 녹인 물약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 이들 일당은 다른 대상자를 물색해 추가 범행을 위해 용인에 있는 골프장에 모였다가 경찰이 급습해 현장에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사기 혐의로 48살 A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38살 B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A 씨 등은 붙잡힌 현장에서 약물 등이 발견됐음에도 경찰 조사에서 "C 씨에게 마약을 먹인 적이 없고 사기 골프를 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기 사건에서 대상자를 물색하는 방식은 친목 동호회였습니다. 평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라 동호회 모임에서 친한 척하며 접근하는 낯선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또 상대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여성을 투입해 대상자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게 하는 등 사적 모임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찰은 최근에는 수법과 사기 행각이 더 교활해져 지인을 피해자로 끌어들이는 사례도 있으니 섣부른 내기 골프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합니다.

도박은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입니다. 한번 넘어가면 바로 거액의 재산을 한순간에 탕진하는 만큼 이런 내기 골프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은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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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내기 골프하다 억대 돈 날린 남자…잃은 이유가 있었다
    • 입력 2019-06-11 13:57:57
    • 수정2019-06-11 14:10:44
    취재후·사건후
타짜란 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영화 <타짜>에서는 밑장 빼기 등 상대방을 속이는 현란한 기술들을 선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이른바 '공사친다'는 말도 나오는데 한마디로 돈 많은 호구를 잡아 이 사람의 돈을 다 탕진시키게 계획적으로 도박판을 벌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몇 명이 함께 각자 역할분담을 해서 이 호구의 호주머니를 다 털 계획을 세웁니다. 초반에 돈을 잃어주는 사람, 호구가 돈을 잃으면 현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 그리고 또 이마저도 잃었을 경우 돈이나 집문서, 땅문서를 들고 도박판에 다시 오도록 부추기는 사람 등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이 호구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런 타짜들한테 돈을 잃은 것은 도박판만 아닌듯합니다. 골프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호구를 물색해 돈을 빼앗은 일당 6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17년 6월. 호구를 하나 잡아서 내기 골프로 돈을 뜯으려고 마음먹은 일당들은 대상자를 SNS 커뮤니티 골프 동호회에서 물색합니다. 이들의 눈에 호구로 걸려든 사람은 골프 동호회 회원이었던 41살 C씨. 일당들은 모집책, 선수,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경기도 일대에 골프장 11곳을 C씨를 데리고 다니며 내기 골프를 쳤습니다. 타수 차이만큼 벌금을 내는 방식이었는데 1타당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거는 거액의 내기골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C씨가 번번이 내기 골프에서 졌다는 사실입니다. 알고 보니 이 일당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아티반'을 탄 요구르트를 C 씨에게 몰래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C 씨는 경찰에서 "이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동안 몸이 이상한 걸 몇 차례 느꼈다"며 "평소보다 골프가 잘 안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검거 당시 압수한 마약류 약품. 일당은 골프를 하는 와중에 그늘집에서 산 음료수에 이 약을 타는 수법으로 피해자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들어 내기 골프에서 지도록 유도했다.
이들 일당이 C 씨에게 내기 골프로 뜯어낸 돈은 1억 1,320만 원. 일당은 사기 행각을 벌인 후 이 돈을 각자 한 역할에 맞게 나눠 가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을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 골프장에서 붙잡았습니다. 체포 당시 이들의 골프백에는 알약 100정과 마약류의 약을 녹인 물약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 이들 일당은 다른 대상자를 물색해 추가 범행을 위해 용인에 있는 골프장에 모였다가 경찰이 급습해 현장에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상습사기 혐의로 48살 A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38살 B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A 씨 등은 붙잡힌 현장에서 약물 등이 발견됐음에도 경찰 조사에서 "C 씨에게 마약을 먹인 적이 없고 사기 골프를 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기 사건에서 대상자를 물색하는 방식은 친목 동호회였습니다. 평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라 동호회 모임에서 친한 척하며 접근하는 낯선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또 상대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여성을 투입해 대상자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갖게 하는 등 사적 모임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찰은 최근에는 수법과 사기 행각이 더 교활해져 지인을 피해자로 끌어들이는 사례도 있으니 섣부른 내기 골프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말합니다.

도박은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입니다. 한번 넘어가면 바로 거액의 재산을 한순간에 탕진하는 만큼 이런 내기 골프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은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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