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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입니다”…가스 점검원의 절규
입력 2019.06.12 (15:20) 수정 2019.06.12 (15:20) 취재후
[취재후]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입니다”…가스 점검원의 절규
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

A 씨 / 가스 점검원
“일단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어줘서 처음에 되게 움찔했고 뒤에 오셔가지고
‘오랜만에 화장품 냄새 맡으니깐 너무 좋다’고 그랬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B 씨 / 가스 점검원
"이건 창피해서 아이들한테도 말 못했던 건데 보일러 이렇게 높게 있었어요.
근데 그분이 뒤에 와서 ‘보일러 안 보이니깐 보여줄까?’ 저를 이렇게 끌어안고 올려서 제가 되게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모두 고객의 집을 방문해 가스 점검을 하는 가스 점검원들이 들은 말들입니다. 서울의 한 점검원이 6개월 동안 방문을 마쳐야 하는 고객의 집은 모두 4천5백 가구, 이 모든 가구를 혼자 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성추행을 당했던 곳도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성희롱이나,추행을 당한 집 근처만 가도, 생생한 당시 기억으로 여성 점검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심각합니다.

[연관 기사] 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2인1조 왜 안되나?

C 씨 / 가스 점검원
“전화가 와서 점검할 테니까 오라고 하면 저희는 가야 해요. 고객이 불렀으니깐
근데 너무너무 겁이 나요. 그 지역만 가도 심장이 뛰어요”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가스 점검원 김 모 씨와 동행을 했습니다. 김 씨는 점검을 하려면 집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2년 전 나체로 문을 열어준 집주인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지만, 그날의 악몽 때문에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김○○ / 가스 점검원
“너무 무섭고 떨리고 두렵고 여자로서 감당하기 설마 알몸으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거든요.”


한번 방문했을 때 검침을 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그 집에 다시 가야 합니다. 늦은 밤에 가기도 합니다. 이유는 실적 때문인데요, 6개월에 할당된 상반기에 4,500건 중에 얼마나 마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상여금)가 달라집니다. 이 같은 실적 압박에 성적 피해를 당했던 집도 다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점검원들은 늦은 저녁에 방문해 달라거나 피해를 입었던 세대를 방문할 땐 아들이나 남편을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김○○ / 가스 점검원
“여보 여기 내가 이 집에 갈 거야. 아무 소리 안 나면 5분 후에는 노크를 꼭 해줘. 그리고 들어가서 점검하고...“


점검원들은 불편을 겪었던 세대를 점검할 땐 문을 열어놓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가서 대문을 덜컥 닫는 순간 점검원 어떠한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 집을 방문할 땐 건너편 집에 대문을 열어놓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합니다.

D 씨 / 가스 점검원
“그 문 밑에 말발굽을 문을 이만큼 열어놓고 세워놓고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슬그머니 문을 닫으려고 하는 거예요. 현관문을 그래서 제가 숫자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도 안 나요.”


2인 1조 등 근무 여건 개선 요구...사측·지자체 ‘비용 문제’

성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점검원들은 수년간 사 측에 2인 1조 근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쩔 수 없다, 알아서 잘하라'는 식이었습니다.

E 씨 / 가스 점검원
“회사는 그러는 거예요. '되도록이면 증거수집을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저희가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해결책은 없는 걸까. 직접 도시가스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들은 비용 문제부터 얘기했습니다. 2인 1조라는 게 비용 대비 효율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점검원이 성추행 피해를 입어 자살 시도를 했던 울산시처럼 아직 서울시에는 ‘2인 1조’가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도시가스 요금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도 2인 1조는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점검이 한 세대 당 3분 이내에 끝나는데 2인 1조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가스시설이나 대용량 시설 등 큰 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는 두 명이 가서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뭐 3분 이내에 끝낼 점검에 2명은..."라고 말합니다.


비용 문제가 있다는 사 측과 지자체의 상황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검침원들이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근무하는 상황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청와대 게시판엔 점검원들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라며, 2인 1조 근무 등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 [취재후]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입니다”…가스 점검원의 절규
    • 입력 2019.06.12 (15:20)
    • 수정 2019.06.12 (15:20)
    취재후
[취재후] “우리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입니다”…가스 점검원의 절규
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

A 씨 / 가스 점검원
“일단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어줘서 처음에 되게 움찔했고 뒤에 오셔가지고
‘오랜만에 화장품 냄새 맡으니깐 너무 좋다’고 그랬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B 씨 / 가스 점검원
"이건 창피해서 아이들한테도 말 못했던 건데 보일러 이렇게 높게 있었어요.
근데 그분이 뒤에 와서 ‘보일러 안 보이니깐 보여줄까?’ 저를 이렇게 끌어안고 올려서 제가 되게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모두 고객의 집을 방문해 가스 점검을 하는 가스 점검원들이 들은 말들입니다. 서울의 한 점검원이 6개월 동안 방문을 마쳐야 하는 고객의 집은 모두 4천5백 가구, 이 모든 가구를 혼자 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성추행을 당했던 곳도 다시 방문해야 합니다. 성희롱이나,추행을 당한 집 근처만 가도, 생생한 당시 기억으로 여성 점검원들의 정신적 고통은 심각합니다.

[연관 기사] 가스점검원, 성희롱·성추행 무방비 노출…2인1조 왜 안되나?

C 씨 / 가스 점검원
“전화가 와서 점검할 테니까 오라고 하면 저희는 가야 해요. 고객이 불렀으니깐
근데 너무너무 겁이 나요. 그 지역만 가도 심장이 뛰어요”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가스 점검원 김 모 씨와 동행을 했습니다. 김 씨는 점검을 하려면 집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2년 전 나체로 문을 열어준 집주인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지만, 그날의 악몽 때문에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김○○ / 가스 점검원
“너무 무섭고 떨리고 두렵고 여자로서 감당하기 설마 알몸으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거든요.”


한번 방문했을 때 검침을 하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그 집에 다시 가야 합니다. 늦은 밤에 가기도 합니다. 이유는 실적 때문인데요, 6개월에 할당된 상반기에 4,500건 중에 얼마나 마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상여금)가 달라집니다. 이 같은 실적 압박에 성적 피해를 당했던 집도 다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점검원들은 늦은 저녁에 방문해 달라거나 피해를 입었던 세대를 방문할 땐 아들이나 남편을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김○○ / 가스 점검원
“여보 여기 내가 이 집에 갈 거야. 아무 소리 안 나면 5분 후에는 노크를 꼭 해줘. 그리고 들어가서 점검하고...“


점검원들은 불편을 겪었던 세대를 점검할 땐 문을 열어놓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가서 대문을 덜컥 닫는 순간 점검원 어떠한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 집을 방문할 땐 건너편 집에 대문을 열어놓고 있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합니다.

D 씨 / 가스 점검원
“그 문 밑에 말발굽을 문을 이만큼 열어놓고 세워놓고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슬그머니 문을 닫으려고 하는 거예요. 현관문을 그래서 제가 숫자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도 안 나요.”


2인 1조 등 근무 여건 개선 요구...사측·지자체 ‘비용 문제’

성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점검원들은 수년간 사 측에 2인 1조 근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쩔 수 없다, 알아서 잘하라'는 식이었습니다.

E 씨 / 가스 점검원
“회사는 그러는 거예요. '되도록이면 증거수집을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저희가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해결책은 없는 걸까. 직접 도시가스 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들은 비용 문제부터 얘기했습니다. 2인 1조라는 게 비용 대비 효율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점검원이 성추행 피해를 입어 자살 시도를 했던 울산시처럼 아직 서울시에는 ‘2인 1조’가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도시가스 요금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도 2인 1조는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점검이 한 세대 당 3분 이내에 끝나는데 2인 1조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가스시설이나 대용량 시설 등 큰 사고 위험이 있는 곳에는 두 명이 가서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지만 뭐 3분 이내에 끝낼 점검에 2명은..."라고 말합니다.


비용 문제가 있다는 사 측과 지자체의 상황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들이 검침원들이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근무하는 상황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청와대 게시판엔 점검원들도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라며, 2인 1조 근무 등 대책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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