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청소년에 속아 술 판매한 업주, 처벌 면제? 방심은 금물!

입력 2019.06.12 (18:58) 수정 2019.06.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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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다... 이집에서 끝내거라!!!"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논란이 된 사진입니다. 사진 속 현수막을 내건 대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미성년자들이 새벽 2시 넘어 들어와 25만 7,000원 어치 술을 마시고 자진신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해 온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술을 팔게 됐는데 이들의 신고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벌금만 수백만 원을 냈다" "본의 아니게 휴가를 떠나게 됐다"는 등 음식점과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원망 섞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가운데 2619곳 78.4%가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였습니다.

이렇게 법을 악용하는 일부 미성년자들 탓에 업주들의 마음 고생이 컸는데요, 법제처에서 희망적인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개정된 식품위생법이 오늘(12일)부터 시행됐다는 소식입니다.

법제처 포스트 ‘법꽃엔딩’ 캡처화면법제처 포스트 ‘법꽃엔딩’ 캡처화면

오늘(12일)부터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에는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ㆍ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상당수 언론에서도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청소년들에게 술 판 업자들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업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텐데요.

그렇다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판 업자들은 처벌을 면제받는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청소년 보호법의 형사처벌에는 면책조항이 없어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는 청소년 보호법과 식품위생법, 2가지 법률이 적용됩니다.

식품위생법 제75조를 보면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을 경우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면책 조항이 신설된 것입니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59조, "청소년에게 청소년 유해약물 등을 구매하게 하거나, 청소년을 청소년 출입 또는 고용 금지업소에 출입시킨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엔 면책조항이 없습니다.

법 위반이 확인되면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한 행정처분과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형사처벌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행정처분은 안 받아도 형사처벌은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보호법의) 형사처벌 조항까지 면책해 주면 업주의 의무나 청소년 보호의 취지가 약해진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정 식품위생법도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업주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위생법을 담당하는 식약처 관계자는 "단순히 위변조된 신분증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벗지는 못한다"면서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른 면책, 편의점 업주에게도 해당 된다?


사실 청소년들의 '위조 신분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은 음식점 업주들 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 업주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편의점 업주가 위조 신분증에 속아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을 때도 면책 조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편의점에는 해당이 안됩니다.

이번에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식품접객영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술집, 식당 등은 포함되지만 편의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그동안 처벌받은 사업주들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경찰 단속보다 구청 단속이 주로 이뤄져왔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해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경우는 일년에 한 건 있거나 없거나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억울한 업주들은 이번 개정안을 반길만 합니다. 그러나 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에게 속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행정 처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청소년 보호법의 형사처벌 조항은 변함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업주들의 청소년들을 보호할 책임과 신분 확인 의무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오주현 jhoh08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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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2 18:58:11
    • 수정2019-06-12 19:01:50
    팩트체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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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논란이 된 사진입니다. 사진 속 현수막을 내건 대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미성년자들이 새벽 2시 넘어 들어와 25만 7,000원 어치 술을 마시고 자진신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해 온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술을 팔게 됐는데 이들의 신고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미성년자들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벌금만 수백만 원을 냈다" "본의 아니게 휴가를 떠나게 됐다"는 등 음식점과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원망 섞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가운데 2619곳 78.4%가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였습니다.

이렇게 법을 악용하는 일부 미성년자들 탓에 업주들의 마음 고생이 컸는데요, 법제처에서 희망적인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개정된 식품위생법이 오늘(12일)부터 시행됐다는 소식입니다.

법제처 포스트 ‘법꽃엔딩’ 캡처화면
오늘(12일)부터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에는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ㆍ변조 또는 도용으로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였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상당수 언론에서도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청소년들에게 술 판 업자들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업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텐데요.

그렇다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는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판 업자들은 처벌을 면제받는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청소년 보호법의 형사처벌에는 면책조항이 없어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는 청소년 보호법과 식품위생법, 2가지 법률이 적용됩니다.

식품위생법 제75조를 보면 식품접객영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을 경우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면책 조항이 신설된 것입니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59조, "청소년에게 청소년 유해약물 등을 구매하게 하거나, 청소년을 청소년 출입 또는 고용 금지업소에 출입시킨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엔 면책조항이 없습니다.

법 위반이 확인되면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한 행정처분과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형사처벌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행정처분은 안 받아도 형사처벌은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보호법의) 형사처벌 조항까지 면책해 주면 업주의 의무나 청소년 보호의 취지가 약해진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개정 식품위생법도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업주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품위생법을 담당하는 식약처 관계자는 "단순히 위변조된 신분증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벗지는 못한다"면서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른 면책, 편의점 업주에게도 해당 된다?


사실 청소년들의 '위조 신분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은 음식점 업주들 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 업주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편의점 업주가 위조 신분증에 속아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을 때도 면책 조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편의점에는 해당이 안됩니다.

이번에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식품접객영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술집, 식당 등은 포함되지만 편의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그동안 처벌받은 사업주들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경찰 단속보다 구청 단속이 주로 이뤄져왔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해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경우는 일년에 한 건 있거나 없거나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억울한 업주들은 이번 개정안을 반길만 합니다. 그러나 업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신분증을 위조한 미성년자에게 속았다 하더라도 여전히 행정 처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청소년 보호법의 형사처벌 조항은 변함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업주들의 청소년들을 보호할 책임과 신분 확인 의무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오주현 jhoh08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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