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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62번째 승부차기에서 끝났다!…피말린 1시간의 승부차기
입력 2019.06.13 (07:03) 수정 2019.06.13 (07:05) 취재후
[취재후] 62번째 승부차기에서 끝났다!…피말린 1시간의 승부차기
운동경기에서 축구의 승부차기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 학창시절 축구선수 생활을 해봤던 기자의 입장에서도 승부차기를 위해 볼 앞에 섰을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승부차기를 위해 상대 골키퍼와 마주 서는 순간 모든 응원 소리는 귀에서 사라지고 적막에 갇힌 둘만의 공간속에 제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립니다.

단 몇 초 동안에도 수 없는 갈등에 시달리는 승부차기

불과 11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골대가 왜 그리도 멀고 좁아 보이는지... 볼을 향해 뛰어가는 1, 2초의 찰나와 같은 시간은 또 왜 그리 긴지...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수백 번 바뀝니다. '오른쪽? 왼쪽? 아니 그냥 인스탭으로 차버려?'...

골키퍼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정말 잔인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대개 한 번의 환희 또는 절망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죠.

승부차기에서도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던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승부차기에서도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던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

청주 대성고와 용인 태성FC 승부차기도 4:4

하지만 그 피말리는 긴장감을 1시간 동안이나 경험해야 했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지난 9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에서 벌어진 제24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에서 맞붙은 청주 대성고와 용인 태성FC 선수들이 바로 그들인데요.

두 팀은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전·후반 각각 40분씩의 정규 경기에서 0대0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5명씩 찬 승부차기마저 4대4 무승부.

이제는 각 팀 한 명 씩 차면서 승부를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태성FC선수가 넣으면 대성고 선수도 넣고 태성FC 선수가 못 넣으면 대성고 선수도 못 넣는 그야말로 시소게임이 연속됩니다.

골키퍼까지 동원된 승부차기...62번째 키커에서야 승부 갈려

골키퍼까지 키커로 등장했다골키퍼까지 키커로 등장했다

그렇게 수비와 공격수 10명의 선수가 다 차고서도 승부가 나지 않자 골키퍼에게까지 승부차기 순서가 돌아옵니다. 양 팀의 골키퍼 역시 서로 넣고 서로 막지는 못하면서 승부는 원점인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렇게 각 팀 11명의 선수가 1번씩 차고도 모자라 2번이 돌고 3번째로 들어선 뒤 61번째 키커로 나선 태성FC선수가 골인에 성공합니다.

결국 62번째 선수 실축으로 대성고가 패했다 결국 62번째 선수 실축으로 대성고가 패했다

이어 62번째로 나선 대성고 2학년 선수... 잔뜩 긴장한 얼굴의 이 선수...그런데 왠지 골을 향해 뛰는 모습이 전과 같지 않게 속도가 느립니다. 아니나다를까 이 선수의 발을 떠난 공은 조금 높게 떴다 싶더니 야속하게도 골대를 맞추고 밖으로 사라집니다.

1시간의 승부차기 혈투가 대성고의 패배로 끝나는 순간입니다. 국내에선 2004년 추계 고교연맹전에서 동두천 정보고와 대구공고의 48번 승부차기가 최다 기록이고 세계적으로는 체코 아마추어 리그에서 52번이 최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승부차기 경기를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해 줄 것을 국제축구연맹에 요청하고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40년 축구생활에 처음 있는 일...승부차기에 더 자신 생겨"

남기영 대성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남기영 대성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한편 대회 이틀 만에 만난 남기영 대성고 감독은 "국가대표를 포함해 축구 생활을 40년이나 했지만 이렇게 피 말리는 경우는 처음 당해봅니다. 아직도 졌다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잘 찼기 때문에 이런 기록도 나온 거 같습니다."라면서 혹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승부차기를 오래 차 봤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팀과 승부차기를 해도 이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대회 8강에서 지긴 했지만 지난 1945년에 창단한 청주 대성고등학교의 축구부는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만 20명 이상 배출한 명실공히 축구 명문곱니다. 멀게는 최순호, 이운재 선수를 비롯해 가깝게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유민(수원 FC) 선수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성고 출신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대성고는 재작년 제주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에는 23회 무학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축구 명문고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활약한 골키퍼 김태양과 센터포드 문경민, 손호준 선수는 현재 프로팀에서 활약중입니다.

[연관기사][뉴스9] 62번 째 승부차기 끝에 승패 갈려…비공식 세계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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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3 (07:03)
    • 수정 2019.06.13 (07:05)
    취재후
[취재후] 62번째 승부차기에서 끝났다!…피말린 1시간의 승부차기
운동경기에서 축구의 승부차기만큼 잔인한 것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 학창시절 축구선수 생활을 해봤던 기자의 입장에서도 승부차기를 위해 볼 앞에 섰을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승부차기를 위해 상대 골키퍼와 마주 서는 순간 모든 응원 소리는 귀에서 사라지고 적막에 갇힌 둘만의 공간속에 제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립니다.

단 몇 초 동안에도 수 없는 갈등에 시달리는 승부차기

불과 11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골대가 왜 그리도 멀고 좁아 보이는지... 볼을 향해 뛰어가는 1, 2초의 찰나와 같은 시간은 또 왜 그리 긴지... 그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수백 번 바뀝니다. '오른쪽? 왼쪽? 아니 그냥 인스탭으로 차버려?'...

골키퍼도 같은 마음일 겁니다. 정말 잔인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대개 한 번의 환희 또는 절망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죠.

승부차기에서도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던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승부차기에서도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던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

청주 대성고와 용인 태성FC 승부차기도 4:4

하지만 그 피말리는 긴장감을 1시간 동안이나 경험해야 했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지난 9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 유채구장에서 벌어진 제24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 8강전에서 맞붙은 청주 대성고와 용인 태성FC 선수들이 바로 그들인데요.

두 팀은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전·후반 각각 40분씩의 정규 경기에서 0대0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5명씩 찬 승부차기마저 4대4 무승부.

이제는 각 팀 한 명 씩 차면서 승부를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태성FC선수가 넣으면 대성고 선수도 넣고 태성FC 선수가 못 넣으면 대성고 선수도 못 넣는 그야말로 시소게임이 연속됩니다.

골키퍼까지 동원된 승부차기...62번째 키커에서야 승부 갈려

골키퍼까지 키커로 등장했다골키퍼까지 키커로 등장했다

그렇게 수비와 공격수 10명의 선수가 다 차고서도 승부가 나지 않자 골키퍼에게까지 승부차기 순서가 돌아옵니다. 양 팀의 골키퍼 역시 서로 넣고 서로 막지는 못하면서 승부는 원점인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렇게 각 팀 11명의 선수가 1번씩 차고도 모자라 2번이 돌고 3번째로 들어선 뒤 61번째 키커로 나선 태성FC선수가 골인에 성공합니다.

결국 62번째 선수 실축으로 대성고가 패했다 결국 62번째 선수 실축으로 대성고가 패했다

이어 62번째로 나선 대성고 2학년 선수... 잔뜩 긴장한 얼굴의 이 선수...그런데 왠지 골을 향해 뛰는 모습이 전과 같지 않게 속도가 느립니다. 아니나다를까 이 선수의 발을 떠난 공은 조금 높게 떴다 싶더니 야속하게도 골대를 맞추고 밖으로 사라집니다.

1시간의 승부차기 혈투가 대성고의 패배로 끝나는 순간입니다. 국내에선 2004년 추계 고교연맹전에서 동두천 정보고와 대구공고의 48번 승부차기가 최다 기록이고 세계적으로는 체코 아마추어 리그에서 52번이 최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승부차기 경기를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해 줄 것을 국제축구연맹에 요청하고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40년 축구생활에 처음 있는 일...승부차기에 더 자신 생겨"

남기영 대성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남기영 대성고 감독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한편 대회 이틀 만에 만난 남기영 대성고 감독은 "국가대표를 포함해 축구 생활을 40년이나 했지만 이렇게 피 말리는 경우는 처음 당해봅니다. 아직도 졌다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망치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잘 찼기 때문에 이런 기록도 나온 거 같습니다."라면서 혹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승부차기를 오래 차 봤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팀과 승부차기를 해도 이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대회 8강에서 지긴 했지만 지난 1945년에 창단한 청주 대성고등학교의 축구부는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만 20명 이상 배출한 명실공히 축구 명문곱니다. 멀게는 최순호, 이운재 선수를 비롯해 가깝게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조유민(수원 FC) 선수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성고 출신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대성고는 재작년 제주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에는 23회 무학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축구 명문고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활약한 골키퍼 김태양과 센터포드 문경민, 손호준 선수는 현재 프로팀에서 활약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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