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예비범죄자 낙인’의 슬픔…‘히키코모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입력 2019.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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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일본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살인사건은 공교롭게도 모두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 담론으로 이어졌다. 사상자 20명이 발생한 가와사키 흉기난동 사건은 용의자가 히키코모리 성향으로 거론됐고, 1명이 숨진 도쿄 네리마구 살인사건은 피해자가 히키코모리 성향으로 거론됐다.

사건 초기의 선정적 관심이 잦아들면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 동시에, '히키모코리 포비아(공포·혐오증)'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예비적 범죄자?'…히키코모리에 씌어진 그릇된 주홍글씨
▶ 당사자와 가족의 호소… "히키코모리는 괴물이 아니다"
▶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약자…근본적 처방이 필요"
▶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예비적 범죄자?'…히키코모리에 씌어진 그릇된 주홍글씨 ]

일본 언론과 지자체 등은 사건 초기부터 '히키코모리'와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암시했다. 여론의 관심도 '공포'와 '흥미'가 섞인 선정적 방향으로 모였다. 히키코모리에게는 어느새 잠재적 범죄자의 주홍글씨가 붙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입장은 신중했다.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상은 진작부터 일련의 살인사건을 히키코모리 문제와 무리하게 연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네모토 후생노동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분들이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안이하게 히키코모리 등과 연계하는 것은 엄격히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히키코모리 대책은 개인의 상황에 맞춰 섬세하게 지원하면서 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가족 간 관계가 복잡하게 돼 있는 만큼, 누구나 지속해서 상담을 받기 쉬운 체제를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 당사자와 가족의 호소… "히키코모리는 괴물이 아니다" ]

히키코모리을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 온 NHK. 특집 기획 뉴스를 통해, 당사자와 가족이 겪어온 아픔과 고민을 그들의 처지에서 심층 진단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히키코모리 이전에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 일하지 않는 사람을 나쁘게 보도하는데, 좌절을 겪은 40대에게 취업은 지옥이다.
요구받는 능력이 높기만 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절망밖에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
▶ 용어 자체가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느낌이다. 되고 싶어서 히키코모리가 된 거이 아닌데.
▶ 방에 틀어박힌 괴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절망했다.
▶ 이번 사건으로 히키코모리는 예비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어, 더욱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 히키코모리였기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더 이야기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아들이 죽고 싶다고 말한다. 편하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묶는 것은 곤란하다.
▶ 가정 내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그것이 외부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 안에서만 문제를 떠안으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약자…근본적 처방이 필요" ]

최근 한국의 은둔형외톨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 근무자로부터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언론이 히키코모리를 부끄러운 대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며, 이들이 사회적 약자이기에 비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지원해온 현장 전문가의 처지에서 보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 은둔형외톨이는 게을러서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 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압력에서 살아남으려고 필사적 노력을 했지만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력감에 빠져버린 피해자이다.
▶ 이들은 자신을 정당화할 수도 없고 거리에 나가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약자 중의 약자이다.
▶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당사자 자신도 자신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어떤 면에서는 장애인보다도 더욱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 은둔형외톨이는 범죄자도 범죄 예비자도 아니다.
▶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속성 때문에 오히려 범죄율이 낮은 집단이다.

[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지원단체 측은 아직 한국에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10만 명을 웃도는 은둔형외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 사회의 명암을 답습하는 듯한 한국 사회의 특성을 생각하면 상당수 외톨이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단체 측은 그들을 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을 '사회의 치부'혹은 '가정의 수치'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은둔형외톨이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감싸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과 인터넷 넘쳐나는 '무책임한 담론' 혹은 '편견'은 히키코모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며, 혹은 보고도 못 본 척해온 일본 사회의 숨겨진 민낯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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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예비범죄자 낙인’의 슬픔…‘히키코모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입력 2019-06-14 07:00:24
    특파원 리포트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일본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살인사건은 공교롭게도 모두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 담론으로 이어졌다. 사상자 20명이 발생한 가와사키 흉기난동 사건은 용의자가 히키코모리 성향으로 거론됐고, 1명이 숨진 도쿄 네리마구 살인사건은 피해자가 히키코모리 성향으로 거론됐다.

사건 초기의 선정적 관심이 잦아들면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 동시에, '히키모코리 포비아(공포·혐오증)'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예비적 범죄자?'…히키코모리에 씌어진 그릇된 주홍글씨
▶ 당사자와 가족의 호소… "히키코모리는 괴물이 아니다"
▶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약자…근본적 처방이 필요"
▶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예비적 범죄자?'…히키코모리에 씌어진 그릇된 주홍글씨 ]

일본 언론과 지자체 등은 사건 초기부터 '히키코모리'와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암시했다. 여론의 관심도 '공포'와 '흥미'가 섞인 선정적 방향으로 모였다. 히키코모리에게는 어느새 잠재적 범죄자의 주홍글씨가 붙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입장은 신중했다.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상은 진작부터 일련의 살인사건을 히키코모리 문제와 무리하게 연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네모토 후생노동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분들이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안이하게 히키코모리 등과 연계하는 것은 엄격히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히키코모리 대책은 개인의 상황에 맞춰 섬세하게 지원하면서 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가족 간 관계가 복잡하게 돼 있는 만큼, 누구나 지속해서 상담을 받기 쉬운 체제를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 당사자와 가족의 호소… "히키코모리는 괴물이 아니다" ]

히키코모리을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 온 NHK. 특집 기획 뉴스를 통해, 당사자와 가족이 겪어온 아픔과 고민을 그들의 처지에서 심층 진단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히키코모리 이전에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 일하지 않는 사람을 나쁘게 보도하는데, 좌절을 겪은 40대에게 취업은 지옥이다.
요구받는 능력이 높기만 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절망밖에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
▶ 용어 자체가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느낌이다. 되고 싶어서 히키코모리가 된 거이 아닌데.
▶ 방에 틀어박힌 괴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절망했다.
▶ 이번 사건으로 히키코모리는 예비범죄자라는 딱지가 붙어, 더욱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 히키코모리였기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더 이야기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아들이 죽고 싶다고 말한다. 편하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묶는 것은 곤란하다.
▶ 가정 내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그것이 외부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외부에 알리지 않고 가족 안에서만 문제를 떠안으면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히키코모리는 사회적 약자…근본적 처방이 필요" ]

최근 한국의 은둔형외톨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 근무자로부터 항의성 메일을 받았다. 언론이 히키코모리를 부끄러운 대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며, 이들이 사회적 약자이기에 비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지원해온 현장 전문가의 처지에서 보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 은둔형외톨이는 게을러서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 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압력에서 살아남으려고 필사적 노력을 했지만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력감에 빠져버린 피해자이다.
▶ 이들은 자신을 정당화할 수도 없고 거리에 나가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약자 중의 약자이다.
▶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당사자 자신도 자신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어떤 면에서는 장애인보다도 더욱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 은둔형외톨이는 범죄자도 범죄 예비자도 아니다.
▶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속성 때문에 오히려 범죄율이 낮은 집단이다.

[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지원단체 측은 아직 한국에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10만 명을 웃도는 은둔형외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 눈에 띄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 사회의 명암을 답습하는 듯한 한국 사회의 특성을 생각하면 상당수 외톨이들이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단체 측은 그들을 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을 '사회의 치부'혹은 '가정의 수치'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은둔형외톨이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감싸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과 인터넷 넘쳐나는 '무책임한 담론' 혹은 '편견'은 히키코모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하며, 혹은 보고도 못 본 척해온 일본 사회의 숨겨진 민낯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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