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갈등·협상 30년…북미 외교 ‘롤러코스터’

입력 2019.06.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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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뱃심 있는 외교 일꾼' 강석주

며칠 전 북한의 노동신문이 대미 외교의 간판이었던 강석주 전 외무성 제1 부상을 재조명했습니다. "확고한 혁명적 원칙성"을 지닌 유능한 외교관으로 치켜세웠죠. 특히 그가 유엔총회 등 국제부대에서 "맞받아나가는 공격 정신과 임기응변의 전법으로 조성된 정황을 능란하고 뱃심 있게 처리하면서 완강하게 투쟁해 회의가 우리의 빛나는 승리로 결속되도록 하는 데 공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전 제1 부상은 본격적으로 북미대화가 진행된 1990년대부터 김정일 정권의 대미 외교사령탑으로 활약했습니다. 1994년 북한의 핵시설 건설 동결 대가로 미국의 경수로 건설 지원을 끌어낸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의 주인공입니다. 현재 북한 외무성의 리용호 외무상이나 최선희 제1 부상의 직속 선배인 거죠. 김정은 국무 위원장 집권 후에도 내각 부총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16년 식도암으로 숨졌습니다.

북한 외무성 VS 미 국무부...갈등 30년

노동신문이 '북한 외교계의 전설'을 소개한 것이 하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시점이라 눈길이 갑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새로운 대미 전략을 모색하며 협상팀을 추스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강석주 같은 '제갈공명'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칙'과 '뱃심' 등을 강조하며 외무성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상황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강석주 전 외무성 제1 부상 (기록영화 ‘어머니 당의 품’ 中)김정은 위원장과 강석주 전 외무성 제1 부상 (기록영화 ‘어머니 당의 품’ 中)

북한의 강석주와 미국의 갈루치가 나섰던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합의와 파기의 역사는 반복돼왔습니다. 북한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하고, 미국에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았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습니다. 당시 기 싸움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은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를 담은 9.19 공동 성명의 최종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2005년 9월, 9.19 공동 성명 최종 타결2005년 9월, 9.19 공동 성명 최종 타결

40년 '한 우물'..."목숨 걸고 일하는 북한 외교관"

탈북 전 북한의 외교관이었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미 외교 갈등의 원인으로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꼽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에게 핵은 대화의 구실이자 국면 전환의 수단이 됐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외교의 산실은 평양외고학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2살 때부터 어학 공부를 한 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외국어대학에서 국제법과 협상기술 등을 습득합니다. 외무성에 들어가면 한 지역, 혹은 한 나라의 전문가로 30~40년씩 단련이 되는 거죠. 이에 반해 미국이나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무진이 바뀌니 대화가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고 부원장은 지적합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면 얼마나 엄격한 처벌이 뒤따를지 알기 때문에 밤잠 안 자고, 목숨 걸고 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걸렸던,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설렘과 기대는 다시 '롤러코스터'처럼 곤두박질쳤습니다. 북한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는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협상장에 앉을 수 있을까요? 내일(15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는 북미 외교 갈등 30년을 되돌아보고, 대화 재개 가능성을 가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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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4 18:38:05
    취재K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뱃심 있는 외교 일꾼' 강석주

며칠 전 북한의 노동신문이 대미 외교의 간판이었던 강석주 전 외무성 제1 부상을 재조명했습니다. "확고한 혁명적 원칙성"을 지닌 유능한 외교관으로 치켜세웠죠. 특히 그가 유엔총회 등 국제부대에서 "맞받아나가는 공격 정신과 임기응변의 전법으로 조성된 정황을 능란하고 뱃심 있게 처리하면서 완강하게 투쟁해 회의가 우리의 빛나는 승리로 결속되도록 하는 데 공헌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전 제1 부상은 본격적으로 북미대화가 진행된 1990년대부터 김정일 정권의 대미 외교사령탑으로 활약했습니다. 1994년 북한의 핵시설 건설 동결 대가로 미국의 경수로 건설 지원을 끌어낸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의 주인공입니다. 현재 북한 외무성의 리용호 외무상이나 최선희 제1 부상의 직속 선배인 거죠. 김정은 국무 위원장 집권 후에도 내각 부총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16년 식도암으로 숨졌습니다.

북한 외무성 VS 미 국무부...갈등 30년

노동신문이 '북한 외교계의 전설'을 소개한 것이 하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시점이라 눈길이 갑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새로운 대미 전략을 모색하며 협상팀을 추스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강석주 같은 '제갈공명'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칙'과 '뱃심' 등을 강조하며 외무성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상황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강석주 전 외무성 제1 부상 (기록영화 ‘어머니 당의 품’ 中)
북한의 강석주와 미국의 갈루치가 나섰던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합의와 파기의 역사는 반복돼왔습니다. 북한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하고, 미국에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았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습니다. 당시 기 싸움의 주인공이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은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과 목표를 담은 9.19 공동 성명의 최종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2005년 9월, 9.19 공동 성명 최종 타결
40년 '한 우물'..."목숨 걸고 일하는 북한 외교관"

탈북 전 북한의 외교관이었던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미 외교 갈등의 원인으로 서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꼽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에게 핵은 대화의 구실이자 국면 전환의 수단이 됐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외교의 산실은 평양외고학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2살 때부터 어학 공부를 한 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외국어대학에서 국제법과 협상기술 등을 습득합니다. 외무성에 들어가면 한 지역, 혹은 한 나라의 전문가로 30~40년씩 단련이 되는 거죠. 이에 반해 미국이나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무진이 바뀌니 대화가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고 부원장은 지적합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면 얼마나 엄격한 처벌이 뒤따를지 알기 때문에 밤잠 안 자고, 목숨 걸고 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걸렸던,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설렘과 기대는 다시 '롤러코스터'처럼 곤두박질쳤습니다. 북한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는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협상장에 앉을 수 있을까요? 내일(15일)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는 북미 외교 갈등 30년을 되돌아보고, 대화 재개 가능성을 가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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