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땅속도, 바닷속도 온통 폐기물’…추자도 석산 훼손 실태

입력 2019.06.14 (18:44) 수정 2019.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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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추자도에서 행정의 묵인 아래 30년 넘게 무허가 레미콘 제조와 불법 폐기물 야적 등이 이뤄져 온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제주 취재팀이 지난 5일 전문 다이버와 함께 추자도 석산 앞바다 일대를 촬영한 결과 석산에 야적되거나 매립됐던 폐콘크리트가 바닥에 가득했고, 바위틈마다 레미콘에서 버려진 회색빛 시멘트가 군데군데 쌓여있었습니다.


제주 앞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게와 고둥은 물론 물고기조차 찾기 힘들고, 실제 채 크지도 못한 어린 소라들은 껍데기만 남긴 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수중촬영을 진행한 김건태 전문다이버는 "시멘트가 독성분이기 때문에 해초나 조개류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업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레미콘은 대략 14톤 내외로, 레미콘을 다 쓰고 나면 물을 넣어 내부를 씻는데, 이때 발생하는 폐수는 1톤에 달합니다. 하루에 1대만 이용해도 1톤, 1년이면 300톤이 넘는 폐수가 발생합니다. 수십 년 동안 레미콘 폐수가 해안에 버려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수천, 수만 톤의 폐수가 해안에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좌종헌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는 "입자들이 계속 침적돼서 저서(바다 밑)생물한테 큰 영향을 주고, 해조류나 일부 군락들도 부유물질로 광합성을 하지 못해 감소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좌 교수는 오염물질이 외해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조간대 앞 폐기물 등을 빨리 수거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죽음의 바다'로 변한 곳은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석산 앞바다 20m 일대에 이릅니다.

해양생물의 보고 조간대, 하수처리장 배출수만도 못해

다양한 해조류와 해양생물의 서식지인 조간대도 무단 배출된 폐수와 시멘트 먼지 등에 뒤덮여 무참히 파괴됐습니다.

조간대의 대표 생물인 게와 고둥, 갈파래 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해조류는 물론 산호도 곳곳에서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는 "이런 문제가 지속하면 추자도에 있는 해양생태계적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해녀와 어민 소득까지 문제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KBS제주 취재팀은 실제 조간대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0m 반경에 있는 조수 웅덩이에서,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 외에 부패물질과 시멘트 가루가 있던 물 등 3가지 시료를 채취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오염물질의 측정 기준인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부패물질과 시멘트 가루가 발견된 시료에서 대조군인 일반 바닷물보다 최고 12배 높았고, 부유물질로 인한 오염도 검사에선 두 가지 시료 모두 일반 바닷물보다 6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근탁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환경조사과장은 "하수처리장에서 나가는 기준이 부유물질의 경우 40인데, 이번에 측정된 수치는 112에서 116까지 나와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무허가 레미콘 제조업자는 모든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 이후부터 행정의 묵인 아래 30년 넘게 불법 자행

석산은 1980년대 추자도에 항을 만들기 위해 파헤쳐졌습니다. 골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을 무참히 깎아버린 겁니다. 이후부터 이곳에서 불법이 자행됐습니다. 개발과 편의, 당국의 묵인 아래 수십 년 넘게 무참히 파괴되고 있던 겁니다.


KBS 보도 이후 추자면은 석산을 전면 폐쇄하고, 30년 전 원형으로 되돌려 놓을 때까지 지역 내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사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장기간 묵인해 왔다는 것은 제주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자치경찰 조사 이후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 여부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주자치경찰은 건설업체를 상대로 물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하는 한편, 주민과 면사무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도 장기간 묵인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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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4 18:44:27
    • 수정2019-06-14 21:00:32
    취재K
제주 추자도에서 행정의 묵인 아래 30년 넘게 무허가 레미콘 제조와 불법 폐기물 야적 등이 이뤄져 온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제주 취재팀이 지난 5일 전문 다이버와 함께 추자도 석산 앞바다 일대를 촬영한 결과 석산에 야적되거나 매립됐던 폐콘크리트가 바닥에 가득했고, 바위틈마다 레미콘에서 버려진 회색빛 시멘트가 군데군데 쌓여있었습니다. 제주 앞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게와 고둥은 물론 물고기조차 찾기 힘들고, 실제 채 크지도 못한 어린 소라들은 껍데기만 남긴 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수중촬영을 진행한 김건태 전문다이버는 "시멘트가 독성분이기 때문에 해초나 조개류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업 차 한 대에 들어가는 레미콘은 대략 14톤 내외로, 레미콘을 다 쓰고 나면 물을 넣어 내부를 씻는데, 이때 발생하는 폐수는 1톤에 달합니다. 하루에 1대만 이용해도 1톤, 1년이면 300톤이 넘는 폐수가 발생합니다. 수십 년 동안 레미콘 폐수가 해안에 버려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미 수천, 수만 톤의 폐수가 해안에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좌종헌 제주국제대학교 특임교수는 "입자들이 계속 침적돼서 저서(바다 밑)생물한테 큰 영향을 주고, 해조류나 일부 군락들도 부유물질로 광합성을 하지 못해 감소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좌 교수는 오염물질이 외해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조간대 앞 폐기물 등을 빨리 수거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죽음의 바다'로 변한 곳은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석산 앞바다 20m 일대에 이릅니다. 해양생물의 보고 조간대, 하수처리장 배출수만도 못해 다양한 해조류와 해양생물의 서식지인 조간대도 무단 배출된 폐수와 시멘트 먼지 등에 뒤덮여 무참히 파괴됐습니다. 조간대의 대표 생물인 게와 고둥, 갈파래 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해조류는 물론 산호도 곳곳에서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는 "이런 문제가 지속하면 추자도에 있는 해양생태계적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해녀와 어민 소득까지 문제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KBS제주 취재팀은 실제 조간대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10m 반경에 있는 조수 웅덩이에서,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 외에 부패물질과 시멘트 가루가 있던 물 등 3가지 시료를 채취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오염물질의 측정 기준인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부패물질과 시멘트 가루가 발견된 시료에서 대조군인 일반 바닷물보다 최고 12배 높았고, 부유물질로 인한 오염도 검사에선 두 가지 시료 모두 일반 바닷물보다 6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근탁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환경조사과장은 "하수처리장에서 나가는 기준이 부유물질의 경우 40인데, 이번에 측정된 수치는 112에서 116까지 나와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무허가 레미콘 제조업자는 모든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 이후부터 행정의 묵인 아래 30년 넘게 불법 자행 석산은 1980년대 추자도에 항을 만들기 위해 파헤쳐졌습니다. 골재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을 무참히 깎아버린 겁니다. 이후부터 이곳에서 불법이 자행됐습니다. 개발과 편의, 당국의 묵인 아래 수십 년 넘게 무참히 파괴되고 있던 겁니다. KBS 보도 이후 추자면은 석산을 전면 폐쇄하고, 30년 전 원형으로 되돌려 놓을 때까지 지역 내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사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장기간 묵인해 왔다는 것은 제주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자치경찰 조사 이후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 여부도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주자치경찰은 건설업체를 상대로 물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하는 한편, 주민과 면사무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도 장기간 묵인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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