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비해 아끼자?…주진형 “그러니까 망하지”

입력 2019.06.15 (08:01) 수정 2019.06.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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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들은 쓸 데가 있어도 '무조건 돈 없다고 하는 엄마'와 같다. 적자를 보더라도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면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옳은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 수치 자체가 아니라, 빚낸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보수언론은 급격히 고령화되는 국내 여건상 "국가채무비율 40%는 한국 재정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국가채무비율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며 2016년 박근혜 정부 예산안은 반대해놓고, 지금 와서 '말 바꾸기'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넘지 말아야 할 선' 맞나?


"우리나라가 애초 40% 기준을 설립한 것은 유럽연합(EU) 영향이 컸다. EU 구성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유럽공동체의 가입 조건으로 국가채무비율 60%를 명시했다. …(중략)… 한국은 고령화, 통일 등 미래의 재정 수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기준에서 20%포인트를 낮춰 40%를 재정 건전성의 기준으로 삼았다." (매일경제〈나랏빚 그대로인데…채무비율 ‘통계 착시’ 믿고 돈 더 푼다고?〉, 6월 7일 자)

분단, 급격한 노령화 등 '한국적 위험요소' 때문에 40% 선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EU보다 '정확히 20%' 낮아야만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에 출연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채무비율 기준은 과거부터 '고무줄 잣대'였다고 지적한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당시 경제부총리는 적정 채무비율이 30%라고 했다. 당시 채무비율은 34%였는데 앞으로 흑자 재정 정책을 펴 30%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렇게 30%를 넘으면 목표치를 30%로, 40% 목전에서는 40%가 새 목표가 됐다. 국가채무비율이 20%였던 199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기재부 관료들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통화정책, 그러니까 금리나 환율로만 경기를 조절해왔다. 시중에 돈을 푸는 재정정책은 증세 논의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증세나 복지 지출 확대를 막기 위해 '적자 늘리면 큰일 난다'고 겁줬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에 세뇌돼왔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어렸을 때 짝꿍과 선 긋기를 하듯 선을 긋는 쪽이 권력을 쥐게 된다. 국가채무비율 40%는 명확한 논리적 토대 없이 그은 선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어졌더라도 일단 그어진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 잘못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확대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채무비율 40% 기준에 집착하는 순간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뜻이다.

2019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파악한 EU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프랑스 99.2%, 스페인 96%, 영국 85.7%, 그리고 이탈리아 133.4%였다. 언론이 예로 든 EU 국가들조차 국가채무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
https://www.imf.org/external/datamapper/GGXWDG_NGDP@WEO/OEMDC/ADVEC/WEOWORLD

'돈 쓰고' 출산율 올리기 Vs. '안 쓰고' 노인국가 되기


채무 비율 40%가 적정선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까지 빚을 낼 수 있을까? IMF가 2015년 작성한 〈언제 부채를 줄여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 그 추정치가 있다.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국가채무비율을 240% 더 늘려도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봤다. 노르웨이 다음으로 건전한 수치다. 그렇기에 IMF도 지난 3월 한국을 찾아 "한국은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힌 것이다.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해도 아무 데나 돈을 쓸 수는 없다. 어디에 돈을 써야 할까? J에 출연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까지 금리 낮춰주고 기업이 투자하면 경제가 잘된다고 했는데, 사실 지금 대기업이 투자할 데가 별로 없다. 기존 기업들은 투자할 만큼 다 했고, 경기도 하강 추세라 추가 투자를 꺼린다. 이때는 정부가 새로운 분야를 열어 청년 창업이 쉽도록 이들 종잣돈을 대는 등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주진형 전 대표는 낮은 출산율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정책에 돈을 쓰자고 말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다. 현재 추세면 국민연금이 소진된다거나, 복지 지출 비중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이 우려는 두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① 지금처럼 애 안 낳기를 꾸준히 반복할 것이다. ② 정부는 무슨 수가 있어도 증세는 안 한다.
우선 이 두 전제에 근거가 없다. 만약 저출산이 문제라면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낳는 쪽으로 경제 체제를 바꿀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미래에 노인이 전 국민의 50%가 될 테니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쓰지 말자? 안 쓰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주 전 대표가 국가채무비율 논란을 잘 분석한 기사로 꼽은 국민일보의 5월 21일 자 <국가채무 40% 논란, 빚 늘려 쓴 돈 성장 이어질지가 핵심>은 재정확대 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한다.

"정부가 나랏빚을 더 늘린다면 두 가지가 쟁점이다. 재정지출의 총량을 늘려 쓴 돈이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출의 질(質)' 문제가 뒤따라 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나랏돈을 크게 '양극화 해소'와 '성장률 제고'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략)… '일시적' 재정 건전성 악화를 버틸 체력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때 더 나랏빚을 늘리지 않도록 수입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것이다."

부채는 언제 '칼날'이 되나?


일자리와 출산율 개선을 위해 돈을 빌려 썼더라도, 이 때 생긴 부채가 곧바로 미래 세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준경 교수는 "국채를 발행한 정부는 빚이 생겼지만, 국채를 산 개인은 이자 소득으로 자산을 늘리게 된다. 그리고 이 자산은 미래 세대가 물려받는다"고 말한다.


"정부 채무와 개인 채권은 미래 세대로 동시에 대물림된다. 부채가 늘어 미래 세대에 세금을 많이 물리더라도, 이 세금 중 많은 부분은 부자 몫이다. 이 미래 세대의 부자는, 다행히 과거 세대로부터 국채도 많이 물려받았다. (채무 비율이 높아져) 늘어난 세금만큼 국채 이자로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IMF 기준 일본의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237.5%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 가운데 90% 이상이 내국인 소유다. 외국으로부터 빚 상환을 독촉받더라도 당장 갚아야 할 양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정도 일본과 비슷하다. 기재부 국고국은 현재 발행한 국고채 가운데 86%가 내국인, 14%는 외국인 소유로 각각 파악하고 있다.

언론사 ‘The Telegraph’의 2010년 4월 28일 자 기사, 〈Greece: why did its economy fall so hard?〉 일부분을 발췌했다.언론사 ‘The Telegraph’의 2010년 4월 28일 자 기사, 〈Greece: why did its economy fall so hard?〉 일부분을 발췌했다.

1997년 대한민국 IMF 금융위기, 2007년 그리스 금융위기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실패 사례 때는 모두 외국인 채권 보유 비율이 높았다. 특히 그리스 경제위기 당시를 현재 대한민국과 비교하기에는 국내 사정이 훨씬 건전하다는 게 하준경 교수 판단이다.

"그리스 금융위기는 독일 책임이 크다. 유럽이 EU로 통합된 이후 그리스는 (과거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유로존 통합 뒤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싼 이자로 그리스에 빌려줬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싸게 빌려주는 돈을 가져다 복지에 썼다. 이런 정책을 방만하다고 생각한 독일이 갑자기 채무 상환을 요구하자 채무국들이 '못 갚겠다'며 경제 파탄이 난 것이다. 그리스 사태는 환율 문제, 경상 수지 문제, 그리고 통화 시스템 문제다. 단순히 복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16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48회에서는 <언론의 '나랏빚' 걱정과 한국경제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기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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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대비해 아끼자?…주진형 “그러니까 망하지”
    • 입력 2019-06-15 08:01:42
    • 수정2019-06-15 10:35:09
    저널리즘 토크쇼 J
"경제 관료들은 쓸 데가 있어도 '무조건 돈 없다고 하는 엄마'와 같다. 적자를 보더라도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면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옳은 것이다. '국가채무비율 40%' 수치 자체가 아니라, 빚낸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보수언론은 급격히 고령화되는 국내 여건상 "국가채무비율 40%는 한국 재정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국가채무비율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며 2016년 박근혜 정부 예산안은 반대해놓고, 지금 와서 '말 바꾸기'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 40%, '넘지 말아야 할 선' 맞나?


"우리나라가 애초 40% 기준을 설립한 것은 유럽연합(EU) 영향이 컸다. EU 구성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유럽공동체의 가입 조건으로 국가채무비율 60%를 명시했다. …(중략)… 한국은 고령화, 통일 등 미래의 재정 수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기준에서 20%포인트를 낮춰 40%를 재정 건전성의 기준으로 삼았다." (매일경제〈나랏빚 그대로인데…채무비율 ‘통계 착시’ 믿고 돈 더 푼다고?〉, 6월 7일 자)

분단, 급격한 노령화 등 '한국적 위험요소' 때문에 40% 선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왜 EU보다 '정확히 20%' 낮아야만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에 출연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채무비율 기준은 과거부터 '고무줄 잣대'였다고 지적한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당시 경제부총리는 적정 채무비율이 30%라고 했다. 당시 채무비율은 34%였는데 앞으로 흑자 재정 정책을 펴 30%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렇게 30%를 넘으면 목표치를 30%로, 40% 목전에서는 40%가 새 목표가 됐다. 국가채무비율이 20%였던 199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기재부 관료들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통화정책, 그러니까 금리나 환율로만 경기를 조절해왔다. 시중에 돈을 푸는 재정정책은 증세 논의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증세나 복지 지출 확대를 막기 위해 '적자 늘리면 큰일 난다'고 겁줬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에 세뇌돼왔다."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어렸을 때 짝꿍과 선 긋기를 하듯 선을 긋는 쪽이 권력을 쥐게 된다. 국가채무비율 40%는 명확한 논리적 토대 없이 그은 선이다. 하지만 그렇게 그어졌더라도 일단 그어진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 잘못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확대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채무비율 40% 기준에 집착하는 순간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뜻이다.

2019년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파악한 EU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프랑스 99.2%, 스페인 96%, 영국 85.7%, 그리고 이탈리아 133.4%였다. 언론이 예로 든 EU 국가들조차 국가채무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
https://www.imf.org/external/datamapper/GGXWDG_NGDP@WEO/OEMDC/ADVEC/WEOWORLD

'돈 쓰고' 출산율 올리기 Vs. '안 쓰고' 노인국가 되기


채무 비율 40%가 적정선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까지 빚을 낼 수 있을까? IMF가 2015년 작성한 〈언제 부채를 줄여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 그 추정치가 있다.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국가채무비율을 240% 더 늘려도 경제가 버틸 수 있다고 봤다. 노르웨이 다음으로 건전한 수치다. 그렇기에 IMF도 지난 3월 한국을 찾아 "한국은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힌 것이다.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해도 아무 데나 돈을 쓸 수는 없다. 어디에 돈을 써야 할까? J에 출연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까지 금리 낮춰주고 기업이 투자하면 경제가 잘된다고 했는데, 사실 지금 대기업이 투자할 데가 별로 없다. 기존 기업들은 투자할 만큼 다 했고, 경기도 하강 추세라 추가 투자를 꺼린다. 이때는 정부가 새로운 분야를 열어 청년 창업이 쉽도록 이들 종잣돈을 대는 등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주진형 전 대표는 낮은 출산율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정책에 돈을 쓰자고 말한다.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다. 현재 추세면 국민연금이 소진된다거나, 복지 지출 비중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이 우려는 두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① 지금처럼 애 안 낳기를 꾸준히 반복할 것이다. ② 정부는 무슨 수가 있어도 증세는 안 한다.
우선 이 두 전제에 근거가 없다. 만약 저출산이 문제라면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낳는 쪽으로 경제 체제를 바꿀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미래에 노인이 전 국민의 50%가 될 테니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쓰지 말자? 안 쓰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주 전 대표가 국가채무비율 논란을 잘 분석한 기사로 꼽은 국민일보의 5월 21일 자 <국가채무 40% 논란, 빚 늘려 쓴 돈 성장 이어질지가 핵심>은 재정확대 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한다.

"정부가 나랏빚을 더 늘린다면 두 가지가 쟁점이다. 재정지출의 총량을 늘려 쓴 돈이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출의 질(質)' 문제가 뒤따라 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나랏돈을 크게 '양극화 해소'와 '성장률 제고'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략)… '일시적' 재정 건전성 악화를 버틸 체력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때 더 나랏빚을 늘리지 않도록 수입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것이다."

부채는 언제 '칼날'이 되나?


일자리와 출산율 개선을 위해 돈을 빌려 썼더라도, 이 때 생긴 부채가 곧바로 미래 세대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준경 교수는 "국채를 발행한 정부는 빚이 생겼지만, 국채를 산 개인은 이자 소득으로 자산을 늘리게 된다. 그리고 이 자산은 미래 세대가 물려받는다"고 말한다.


"정부 채무와 개인 채권은 미래 세대로 동시에 대물림된다. 부채가 늘어 미래 세대에 세금을 많이 물리더라도, 이 세금 중 많은 부분은 부자 몫이다. 이 미래 세대의 부자는, 다행히 과거 세대로부터 국채도 많이 물려받았다. (채무 비율이 높아져) 늘어난 세금만큼 국채 이자로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IMF 기준 일본의 현재 국가채무비율은 237.5%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 가운데 90% 이상이 내국인 소유다. 외국으로부터 빚 상환을 독촉받더라도 당장 갚아야 할 양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국 사정도 일본과 비슷하다. 기재부 국고국은 현재 발행한 국고채 가운데 86%가 내국인, 14%는 외국인 소유로 각각 파악하고 있다.

언론사 ‘The Telegraph’의 2010년 4월 28일 자 기사, 〈Greece: why did its economy fall so hard?〉 일부분을 발췌했다.
1997년 대한민국 IMF 금융위기, 2007년 그리스 금융위기 등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실패 사례 때는 모두 외국인 채권 보유 비율이 높았다. 특히 그리스 경제위기 당시를 현재 대한민국과 비교하기에는 국내 사정이 훨씬 건전하다는 게 하준경 교수 판단이다.

"그리스 금융위기는 독일 책임이 크다. 유럽이 EU로 통합된 이후 그리스는 (과거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유로존 통합 뒤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싼 이자로 그리스에 빌려줬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싸게 빌려주는 돈을 가져다 복지에 썼다. 이런 정책을 방만하다고 생각한 독일이 갑자기 채무 상환을 요구하자 채무국들이 '못 갚겠다'며 경제 파탄이 난 것이다. 그리스 사태는 환율 문제, 경상 수지 문제, 그리고 통화 시스템 문제다. 단순히 복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16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J 48회에서는 <언론의 '나랏빚' 걱정과 한국경제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기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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