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무대 오른 ‘차별’…인식 개선 ‘계기’

입력 2019.06.15 (08:21) 수정 2019.06.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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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0년 사이 매년 천 명 정도의 탈북민이 국내에 정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어렵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가 탈북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오해와 편견 때문인데요.

이게 참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 애쓰는 한 연극단이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탈북민의 현실을 알리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이들의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아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학생들 연극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공연 현장 가보시죠.

[리포트]

이곳은 서울의 한 대학 강당입니다.

한 학기 동안 약 30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 온 곳인데요.

오늘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습니다.

한번 만나보실까요.

무대 위, 배우들이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있습니다.

곧 있을 공연을 앞두고, 조명과 음향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어느새 가득 채워진 객석, 세 명의 탈북민이 낯선 한국 땅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공연이 시작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남한사람들은 일당 10만원 중에서 1만원 제하고 9만원을 받는데 어찌 나는 7만원이요. (난 또 뭐라고. 아저씨, 아저씨 출신도 불분명한데 클라이언트(고객)들이 뭘 믿고 일을 맡기겠어요? 우리 믿고 일 주는 거지)."]

["당신 잘렸다고 한국 말 몰라? 가라고."]

한국 정착을 위해 노력해보지만,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오늘은 한잔 마셔야 하겠습니다. (왜 그래?) 지금 사기당하고 오는 길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오해의 시선들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마침내 울분을 토하게 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자신을 북한으로 다시 보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천대받고는 못살겠다, 더 이상 사기당하고는 못 살겠다, 더 이상 가족 없이는 못 살겠다. 우리를 다시 북한으로 보내 달라, 보내 달라, 보내 달라!"]

탈북민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 학생들,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 순간, 음악을 통해 공감은 확산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난무하여도..."]

["차별의 사전적 의미를 아십니까?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차이를 두어 대우하는 것.) 차별 당해보신 적 있습니까? (있었던 같습니다.) 어떤 차별을? (해외여행 갔을 때 제가 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 대우...)"]

무거운 주제를 관객과 함께 풀어낸 연극.

통일 연극팀이 대학 수업에 초대된 것은 연극을 통해 탈북민이라는 낯선 주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건데요.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홍규덕/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아무래도 강연을 통해서나 이론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실제로 이런 연극을 통해서 학생들이 체득하고, 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통일 연극팀은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까요?

연습에 한창인 배우들, 긴장된 모습으로 연기에 몰입합니다.

4년 전부터 매년 연극을 통한 통일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이규석 씨.

탈북민의 언어교육을 했던 이 씨는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탈북민을 돕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는데요.

올해 작품에선 관객에 다가가기 위해 더 신경을 썼습니다.

[이규석/KBS 성우/통일연극팀 기획 : "연극만이 아니라 집중도를 위해서 춤, 노래, 악기 연주. 여러 가지가 다 같이 어우러져서 계속 짧은 시간 내에 집중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그렇게 구성된 연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모인 팀원은 모두 8명.

각자의 생업으로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탈북민 박경희 씨에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감회가 남다릅니다.

[김봄희/탈북민·통일연극팀 배우 : "극중에 이런 말을 해요. 남한 사회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꿈을 이룰 일만 남은 줄 알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저도 처음에 와서 나는 이제 뭐든 할 거야. 왠지 여기 오면 다 할 거 같은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결국 그 과정에 노력이 필요한 거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에 앞서 탈북민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과정이 더욱 필요했던 건데요.

연출진은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 이번 연극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입니다.

[이지환/KBS 성우/통일연극팀 연출가 : "굳이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좀 더 보호해야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봐서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 물론 필요하죠.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이 봤을 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탈북민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백유빈/숙명여대 2학년 : "탈북을 하셨는데 다시 북한으로 가시겠다고 세 분이서 말씀을 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많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지윤/숙명여대 2학년 : "탈북해서 우리나라에 오면 좋은 대우를 받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그게 좀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연극을 보며 북한과 탈북민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단는 학생들.

편견도, 오해의 시선도 한꺼풀 벗겨진 느낌인데요.

연극 교육이 우리의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탈북민을 남한 사람들과 동등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일, 통일에 앞서 한국 사회가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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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무대 오른 ‘차별’…인식 개선 ‘계기’
    • 입력 2019-06-15 08:59:17
    • 수정2019-06-17 14:31:54
    남북의 창
[앵커]

지난 10년 사이 매년 천 명 정도의 탈북민이 국내에 정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어렵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가 탈북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오해와 편견 때문인데요.

이게 참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 애쓰는 한 연극단이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탈북민의 현실을 알리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이들의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아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학생들 연극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공연 현장 가보시죠.

[리포트]

이곳은 서울의 한 대학 강당입니다.

한 학기 동안 약 30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 온 곳인데요.

오늘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습니다.

한번 만나보실까요.

무대 위, 배우들이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있습니다.

곧 있을 공연을 앞두고, 조명과 음향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어느새 가득 채워진 객석, 세 명의 탈북민이 낯선 한국 땅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공연이 시작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남한사람들은 일당 10만원 중에서 1만원 제하고 9만원을 받는데 어찌 나는 7만원이요. (난 또 뭐라고. 아저씨, 아저씨 출신도 불분명한데 클라이언트(고객)들이 뭘 믿고 일을 맡기겠어요? 우리 믿고 일 주는 거지)."]

["당신 잘렸다고 한국 말 몰라? 가라고."]

한국 정착을 위해 노력해보지만,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오늘은 한잔 마셔야 하겠습니다. (왜 그래?) 지금 사기당하고 오는 길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오해의 시선들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마침내 울분을 토하게 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자신을 북한으로 다시 보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천대받고는 못살겠다, 더 이상 사기당하고는 못 살겠다, 더 이상 가족 없이는 못 살겠다. 우리를 다시 북한으로 보내 달라, 보내 달라, 보내 달라!"]

탈북민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 학생들,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거워 지는 순간, 음악을 통해 공감은 확산됩니다.

[연극 ‘모란이 필 무렵’ :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난무하여도..."]

["차별의 사전적 의미를 아십니까?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고 차이를 두어 대우하는 것.) 차별 당해보신 적 있습니까? (있었던 같습니다.) 어떤 차별을? (해외여행 갔을 때 제가 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 대우...)"]

무거운 주제를 관객과 함께 풀어낸 연극.

통일 연극팀이 대학 수업에 초대된 것은 연극을 통해 탈북민이라는 낯선 주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건데요.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홍규덕/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아무래도 강연을 통해서나 이론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실제로 이런 연극을 통해서 학생들이 체득하고, 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통일 연극팀은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까요?

연습에 한창인 배우들, 긴장된 모습으로 연기에 몰입합니다.

4년 전부터 매년 연극을 통한 통일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이규석 씨.

탈북민의 언어교육을 했던 이 씨는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탈북민을 돕기 위해 연극을 시작했다는데요.

올해 작품에선 관객에 다가가기 위해 더 신경을 썼습니다.

[이규석/KBS 성우/통일연극팀 기획 : "연극만이 아니라 집중도를 위해서 춤, 노래, 악기 연주. 여러 가지가 다 같이 어우러져서 계속 짧은 시간 내에 집중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그렇게 구성된 연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모인 팀원은 모두 8명.

각자의 생업으로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탈북민 박경희 씨에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아 감회가 남다릅니다.

[김봄희/탈북민·통일연극팀 배우 : "극중에 이런 말을 해요. 남한 사회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꿈을 이룰 일만 남은 줄 알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저도 처음에 와서 나는 이제 뭐든 할 거야. 왠지 여기 오면 다 할 거 같은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결국 그 과정에 노력이 필요한 거고..."]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에 앞서 탈북민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과정이 더욱 필요했던 건데요.

연출진은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 이번 연극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입니다.

[이지환/KBS 성우/통일연극팀 연출가 : "굳이 북한이탈주민이기 때문에 좀 더 보호해야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봐서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 물론 필요하죠.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이 봤을 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탈북민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백유빈/숙명여대 2학년 : "탈북을 하셨는데 다시 북한으로 가시겠다고 세 분이서 말씀을 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많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지윤/숙명여대 2학년 : "탈북해서 우리나라에 오면 좋은 대우를 받고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서 그게 좀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연극을 보며 북한과 탈북민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단는 학생들.

편견도, 오해의 시선도 한꺼풀 벗겨진 느낌인데요.

연극 교육이 우리의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탈북민을 남한 사람들과 동등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일, 통일에 앞서 한국 사회가 노력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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