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이 속이고, 식약처는 대책없이 속았다?’ 인보사가 뭐길래

입력 2019.06.15 (10:00) 수정 2019.06.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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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연골세포와 신장세포가 뭐길래?
코오롱, 실수였을까 고의였을까
'가짜 서류 내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식약처
검찰 수사,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까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국내 개발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들입니다. 인보사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손상된 연골을 다시 자라게 하는 연골세포(1액)와, 이 연골세포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넣은 주사제(2액)로 이루어진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판매한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받지 않은 성분으로 인보사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며 지난달 28일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고발했습니다.

식약처는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코오롱은 이걸 연골세포라고 제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는 겁니다. 신장세포는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암'이 될지도 모르는 세포를 주사 맞았다는 건데, 환자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당한 셈입니다. 현재까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3,700명이 넘습니다.


■ 코오롱 VS 식약처, 누가 잘못? 둘 다 잘못했나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라는 걸 알면서도 숨기고 가짜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코오롱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로' 허가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가 첫 번째 수사 대상입니다.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허가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에 대한 수사는 그 다음이 될 겁니다. 검찰 수사도 이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과 4일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연이어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 "우리도 코오롱에 속았다니깐요!" 할 말 많은 식약처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

식약처에서 지난달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을 고발하면서 내놓은 발표한 건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식약처가 코오롱이 내놓은 가짜 자료에 속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는 설명은 아닐 겁니다. 설령 코오롱이 무리하게 허가를 받으려고 식약처를 속였다 할지라도, 그런 자료를 꼼꼼히 따져보고 안전한지를 판단하라고 식약처가 존재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KBS 취재진은 2017년 7월 인보사가 허가될 당시 식약처에 있었던 고위 간부들을 접촉해봤습니다. 이들은 전부 '코오롱이 작정하고 속이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현재 시스템에서도 반복됐을 것이다. 허위로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찾아내기 어려울 거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허가를 받으려는 의약품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를 입증하는 건 기본적으로 제약회사의 몫이라는 겁니다. 식약처가 그 과정 하나하나에 관여해 세세하게 교차 검증할 의무는 없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임상시험 기준(GCP : Good Clinical Practice)을 따르는 실험기관의 자료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허가를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 바뀐 약심위원들은 왜? '개인 사정'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를 열어 허가를 검토합니다. 인보사 1차 약심위 때는 위원 7명 중 6명이 허가를 반대했지만, 이후 열렸던 2차 약심위에서 허가로 결론이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1차 약심위 위원들 3명이 2차 약심위에 배제됐다는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에 대해 2차 약심위에 불참한 위원들은 KBS에 "식약처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사정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검찰 수사,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향하나?

검찰은 코오롱이 인보사 2액에서 신장세포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미국의 인보사 생산업체가 인보사에서 신장세포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이메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코오롱은 당시엔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다가 2년 뒤에야 뒤늦게 신장세포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허가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어디까지 보고됐고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수사 초기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검찰의 칼끝이 뻗칠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이 전 회장은 1999년 미국에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했습니다. 인보사를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한 네 번째 자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보사를 '인생작'으로 여겨왔는데요. 만약 검찰 수사에서 코오롱이 애초에 해당 기술이 없었는데도 허가를 받으려고 조직적으로 거짓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이관희 전 인하의대 교수입니다. 이 전 교수는 초창기 인보사 개발을 주도했다가 지금은 코오롱을 떠나 미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전 교수의 공식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코오롱이 정말 해당 기술이 있는 것은 맞는지,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는 무엇인지, 인보사의 '아버지' 이 전 교수의 입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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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이 속이고, 식약처는 대책없이 속았다?’ 인보사가 뭐길래
    • 입력 2019-06-15 10:00:27
    • 수정2019-06-15 10:02:50
    취재K
연골세포와 신장세포가 뭐길래?<br />코오롱, 실수였을까 고의였을까<br />'가짜 서류 내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식약처<br />검찰 수사,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까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국내 개발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들입니다. 인보사는 수술을 하지 않고도 손상된 연골을 다시 자라게 하는 연골세포(1액)와, 이 연골세포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넣은 주사제(2액)로 이루어진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판매한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받지 않은 성분으로 인보사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며 지난달 28일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고발했습니다. 식약처는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코오롱은 이걸 연골세포라고 제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는 겁니다. 신장세포는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암'이 될지도 모르는 세포를 주사 맞았다는 건데, 환자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당한 셈입니다. 현재까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3,700명이 넘습니다. ■ 코오롱 VS 식약처, 누가 잘못? 둘 다 잘못했나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라는 걸 알면서도 숨기고 가짜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코오롱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로' 허가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가 첫 번째 수사 대상입니다. 식약처가 인보사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허가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에 대한 수사는 그 다음이 될 겁니다. 검찰 수사도 이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과 4일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를 연이어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 "우리도 코오롱에 속았다니깐요!" 할 말 많은 식약처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 식약처에서 지난달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을 고발하면서 내놓은 발표한 건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식약처가 코오롱이 내놓은 가짜 자료에 속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는 설명은 아닐 겁니다. 설령 코오롱이 무리하게 허가를 받으려고 식약처를 속였다 할지라도, 그런 자료를 꼼꼼히 따져보고 안전한지를 판단하라고 식약처가 존재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KBS 취재진은 2017년 7월 인보사가 허가될 당시 식약처에 있었던 고위 간부들을 접촉해봤습니다. 이들은 전부 '코오롱이 작정하고 속이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는 현재 시스템에서도 반복됐을 것이다. 허위로 자료를 제출했는지는 찾아내기 어려울 거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허가를 받으려는 의약품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얼마나 안전한지를 입증하는 건 기본적으로 제약회사의 몫이라는 겁니다. 식약처가 그 과정 하나하나에 관여해 세세하게 교차 검증할 의무는 없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임상시험 기준(GCP : Good Clinical Practice)을 따르는 실험기관의 자료는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허가를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 바뀐 약심위원들은 왜? '개인 사정'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를 열어 허가를 검토합니다. 인보사 1차 약심위 때는 위원 7명 중 6명이 허가를 반대했지만, 이후 열렸던 2차 약심위에서 허가로 결론이 바뀝니다. 이 과정에서 1차 약심위 위원들 3명이 2차 약심위에 배제됐다는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에 대해 2차 약심위에 불참한 위원들은 KBS에 "식약처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사정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검찰 수사,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향하나? 검찰은 코오롱이 인보사 2액에서 신장세포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긴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미국의 인보사 생산업체가 인보사에서 신장세포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이메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코오롱은 당시엔 그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다가 2년 뒤에야 뒤늦게 신장세포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허가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어디까지 보고됐고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수사 초기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결국은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까지 검찰의 칼끝이 뻗칠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이 전 회장은 1999년 미국에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했습니다. 인보사를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한 네 번째 자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보사를 '인생작'으로 여겨왔는데요. 만약 검찰 수사에서 코오롱이 애초에 해당 기술이 없었는데도 허가를 받으려고 조직적으로 거짓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이 전 회장과 함께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이관희 전 인하의대 교수입니다. 이 전 교수는 초창기 인보사 개발을 주도했다가 지금은 코오롱을 떠나 미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전 교수의 공식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코오롱이 정말 해당 기술이 있는 것은 맞는지,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는 무엇인지, 인보사의 '아버지' 이 전 교수의 입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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