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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불이 나면 화장실로 대피”…건설 신기술 체험해보니
입력 2019.06.17 (06:07) 수정 2019.06.17 (15:49) 취재K
[취재K] “불이 나면 화장실로 대피”…건설 신기술 체험해보니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할까?

108층 고층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 '타워' 보셨나요? 화재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몰리면서 좁은 통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졌는데요.

현행법상 고층건물에는 30층마다 한 개씩 의무적으로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하지만 유독가스 때문에 안전구역까지 가는 길도 막막하고,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연구진은 기존 거주공간에서 '화장실'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벽이 불에 타지 않는 재료에 의해 둘러싸여 있고, 불을 끌 수 있는 물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물 뿌려 불길 막고, 압력 차로 연기 막아…'첨단 화장실'의 비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물 내 화장실을 '화재 시 대피공간'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출입문에 물을 뿌려 방화 성능을 갖도록 하고, 환기구를 활용해 연기의 침입을 방지하는 원리인데요.

연구진과 집 안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실제 내화 성능과 차연 성능을 점검해봤습니다.


화재 발생 후 화장실 문 표면에 ‘수막’이 형성되는 모습

[내화 성능①] 화재 발생 후 실행 버튼을 누르자 화장실 문을 따라 물이 흘러 내립니다. 이렇게 되면 문 표면에 수막이 형성되는데요.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뺏어가 문의 표면 온도는 100도 이하로 유지됩니다.

실제로 실험 당시 불의 중심부 온도는 900에서 1,000도까지 올라갔는데요. 불과 직접 맞닿은 화장실 문 표면 온도는 40도를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화장실 내부 문의 표면 온도는 25도, 화장실 내부 실내 온도는 23도가량으로 측정됐습니다.

심지어 30분 이상을 태웠지만 화장실 문 외형에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최대 1시간까지도 버틴다고 합니다. 119 소방대가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7분 41초이기 때문에 구조될 때까지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화장실 내부 ‘가압’으로 연기 ‘차단’…실험용 쥐도 ‘무사’

[차연 성능②] 마찬가지로 실행 버튼을 누르면 공기를 집 밖으로 내보내던 환풍구가 공기를 집 안으로 빨아들입니다. 이 때 화장실 내부의 압력은 0㎩에서 20~25㎩로 점차 높아지는데요.

화장실 내부가 외부보다 압력이 높아지면서 외부 연기는 화장실 내부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공기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내부의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02) 농도는 일반적인 대기 중 농도와 비슷하게 측정됐습니다. 내부로 들어온 연기도, 유독물질도 없어 화장실 안의 실험용 쥐도 무사했습니다.

화장실 밖에서 체험 대기 중인 기자화장실 밖에서 체험 대기 중인 기자
화장실 안은 ‘연기 無’화장실 안은 ‘연기 無’

기압 차이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우선 화장실 밖에서 (인체에 해가 없는 실험용) 연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화장실 안으로 대피해봤습니다.

화장실 안에서 실행 버튼을 누르자 신선한 바깥 공기가 들어왔습니다. 밖에서는 연기가 자욱했지만, 문틈 사이로 연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틈 사이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연기


그러나 화재 해제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장실 안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문틈 사이로 연기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다세대주택 내 ‘화장실 대피소’ 기술이 적용된 모습경기도 광주시 다세대주택 내 ‘화장실 대피소’ 기술이 적용된 모습

초고층 건물 많은 홍콩 등 관심…요양병원에도 효과적

이 기술을 실제 적용한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시공 관계자는 "입주 과정에서 화장실이 화재 대피 장소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면 안심하신다"며 "물건에 가로막히거나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기존의 별도 피난안전구역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실험을 진행한 날도 국제 엔지니어링 설계회사 ARUP 홍콩지사에서 이 기술을 보기 위해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물안전성능실험센터를 찾았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초고층 빌딩이 많은 홍콩도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겁니다.

유용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건물은 고층화·지하화되고, 사회는 고령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초고층 빌딩뿐만 아니라 화재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여 대피하기 힘든 재해 약자들을 위해 요양병원 등에 설치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취재K] “불이 나면 화장실로 대피”…건설 신기술 체험해보니
    • 입력 2019.06.17 (06:07)
    • 수정 2019.06.17 (15:49)
    취재K
[취재K] “불이 나면 화장실로 대피”…건설 신기술 체험해보니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할까?

108층 고층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 '타워' 보셨나요? 화재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몰리면서 좁은 통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졌는데요.

현행법상 고층건물에는 30층마다 한 개씩 의무적으로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하지만 유독가스 때문에 안전구역까지 가는 길도 막막하고,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연구진은 기존 거주공간에서 '화장실'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은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벽이 불에 타지 않는 재료에 의해 둘러싸여 있고, 불을 끌 수 있는 물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물 뿌려 불길 막고, 압력 차로 연기 막아…'첨단 화장실'의 비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물 내 화장실을 '화재 시 대피공간'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출입문에 물을 뿌려 방화 성능을 갖도록 하고, 환기구를 활용해 연기의 침입을 방지하는 원리인데요.

연구진과 집 안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실제 내화 성능과 차연 성능을 점검해봤습니다.


화재 발생 후 화장실 문 표면에 ‘수막’이 형성되는 모습

[내화 성능①] 화재 발생 후 실행 버튼을 누르자 화장실 문을 따라 물이 흘러 내립니다. 이렇게 되면 문 표면에 수막이 형성되는데요.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뺏어가 문의 표면 온도는 100도 이하로 유지됩니다.

실제로 실험 당시 불의 중심부 온도는 900에서 1,000도까지 올라갔는데요. 불과 직접 맞닿은 화장실 문 표면 온도는 40도를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화장실 내부 문의 표면 온도는 25도, 화장실 내부 실내 온도는 23도가량으로 측정됐습니다.

심지어 30분 이상을 태웠지만 화장실 문 외형에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최대 1시간까지도 버틴다고 합니다. 119 소방대가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7분 41초이기 때문에 구조될 때까지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입니다.


화장실 내부 ‘가압’으로 연기 ‘차단’…실험용 쥐도 ‘무사’

[차연 성능②] 마찬가지로 실행 버튼을 누르면 공기를 집 밖으로 내보내던 환풍구가 공기를 집 안으로 빨아들입니다. 이 때 화장실 내부의 압력은 0㎩에서 20~25㎩로 점차 높아지는데요.

화장실 내부가 외부보다 압력이 높아지면서 외부 연기는 화장실 내부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공기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내부의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02) 농도는 일반적인 대기 중 농도와 비슷하게 측정됐습니다. 내부로 들어온 연기도, 유독물질도 없어 화장실 안의 실험용 쥐도 무사했습니다.

화장실 밖에서 체험 대기 중인 기자화장실 밖에서 체험 대기 중인 기자
화장실 안은 ‘연기 無’화장실 안은 ‘연기 無’

기압 차이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을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우선 화장실 밖에서 (인체에 해가 없는 실험용) 연기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화장실 안으로 대피해봤습니다.

화장실 안에서 실행 버튼을 누르자 신선한 바깥 공기가 들어왔습니다. 밖에서는 연기가 자욱했지만, 문틈 사이로 연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틈 사이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연기


그러나 화재 해제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장실 안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문틈 사이로 연기가 스멀스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다세대주택 내 ‘화장실 대피소’ 기술이 적용된 모습경기도 광주시 다세대주택 내 ‘화장실 대피소’ 기술이 적용된 모습

초고층 건물 많은 홍콩 등 관심…요양병원에도 효과적

이 기술을 실제 적용한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시공 관계자는 "입주 과정에서 화장실이 화재 대피 장소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면 안심하신다"며 "물건에 가로막히거나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기존의 별도 피난안전구역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실험을 진행한 날도 국제 엔지니어링 설계회사 ARUP 홍콩지사에서 이 기술을 보기 위해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물안전성능실험센터를 찾았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초고층 빌딩이 많은 홍콩도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겁니다.

유용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건물은 고층화·지하화되고, 사회는 고령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초고층 빌딩뿐만 아니라 화재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여 대피하기 힘든 재해 약자들을 위해 요양병원 등에 설치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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