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숫자에까지…3명 중 2명 “몰카 불안”

입력 2019.06.1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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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예능에서 유래한 단어 '몰래카메라'
성관계 촬영물 유포되면서 음란물 이미지로
기술 발전으로 점점 교묘해지는 불법 촬영 도구
서울시민 3명 중 2명, "불법촬영 불안"
서울시,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 대여

이경규를 스타로 만든 예능 '몰래카메라'…어쩌다 '음란물' 이미지로

'몰래카메라'라는 말이 우리에게 처음 익숙해진 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1990년대 초 개그맨 이경규 씨가 이끌었던 이 코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주인공 1명을 '바보'로 만드는 개념이었습니다. 상황을 속이고, 주인공의 난처한 반응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는 '음란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집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인 파문이 일었던 '빨간 OOO'를 비롯해, 'A양' 'B양' 등등 이른바 연예인 성관계 촬영물이 잇따라 유포됩니다. 물론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초소형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일반인들도 '동의 없이' 상대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만 해도 처벌규정이 없었습니다. 기술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1998년 9월 KBS 뉴스.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독서실 주인을 적발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는 내용1998년 9월 KBS 뉴스.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독서실 주인을 적발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는 내용

[연관기사] [그때 그 뉴스] “무슨 도착증 환자들이 아니고서야”, 오래된 미래 ‘몰카 범죄’

웃음을 줬던 '몰래카메라'가 더는 예능이 아니라 불법이 됐습니다. 비슷한 개념의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이제는 '관찰카메라' '관찰 예능'이라고 부릅니다.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행위는 처벌됩니다. 이제는 '불법촬영'입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주체도 일반인뿐이 아닙니다. 인기 연예인, 5급 공무원 합격자의 '불법촬영'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대상도 자신의 여자친구부터 불특정 다수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가수 정준영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가수 정준영

발전하는 불법촬영 카메라 기술…더 커지는 시민 불안

불법촬영 도구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17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불법촬영 도구 실태를 소개하면서 직접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얼핏 봐서는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불법촬영 도구들을 보시면서 자신의 눈썰미를 한번 시험해보시죠.

우선 탈의실 캐비닛입니다.


캐비닛 손잡이 부분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어렵습니다. 벽시계입니다.


보이시나요? '10시'를 가리키는 숫자 '1' 상단에서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확인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원 스위치가 있는데요.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를 대고 살펴보니 스위치 사이에 조그만 렌즈가 보입니다.


액자와 화분이 놓인 벽걸이 선반인데요. 불법촬영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요즘에는 아예 눈으로 찾아낼 수 없도록 코팅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1,500명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에 대한 시민의식을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69%, 3명 중 2명꼴로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80%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장소로는 숙박업소(43%)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고, 공중화장실(36%)이 뒤를 이었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구멍이 뚫려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61%나 됐습니다.

서울시 불법촬영 시민의식 조사결과서울시 불법촬영 시민의식 조사결과

강화된 대책…불법촬영 점검 기기 대여도 가능

이달 12일부터 공중위생관리법이 개정 시행됐습니다. 숙박업소와 같은 공중위생업소 영업장에 사람을 몰래 촬영할 수 있는 기계장치가 설치된 경우 시도지사가 점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도 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점검할 수 없었습니다.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셋톱박스에 점검 기기를 대니 숨겨진 카메라 렌즈가 드러난다.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셋톱박스에 점검 기기를 대니 숨겨진 카메라 렌즈가 드러난다.

서울시는 특히 불법촬영에 대한 시민 우려가 가장 큰 장소인 서울 시내 숙박업소 객실 약 11만 개와 목욕업소를 대상으로 상시 점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숙박업소뿐 아니라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에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를 대여하고 사용법도 교육하기로 했습니다. 민간시설이나 단체에서도 서울시에 요청하면 불법촬영 점검 기기를 빌려서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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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시계 숫자에까지…3명 중 2명 “몰카 불안”
    • 입력 2019-06-17 15:18:50
    취재K
예능에서 유래한 단어 '몰래카메라' <br />성관계 촬영물 유포되면서 음란물 이미지로 <br />기술 발전으로 점점 교묘해지는 불법 촬영 도구 <br />서울시민 3명 중 2명, "불법촬영 불안" <br />서울시,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 대여
이경규를 스타로 만든 예능 '몰래카메라'…어쩌다 '음란물' 이미지로

'몰래카메라'라는 말이 우리에게 처음 익숙해진 건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1990년대 초 개그맨 이경규 씨가 이끌었던 이 코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주인공 1명을 '바보'로 만드는 개념이었습니다. 상황을 속이고, 주인공의 난처한 반응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는 '음란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집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인 파문이 일었던 '빨간 OOO'를 비롯해, 'A양' 'B양' 등등 이른바 연예인 성관계 촬영물이 잇따라 유포됩니다. 물론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초소형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일반인들도 '동의 없이' 상대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만 해도 처벌규정이 없었습니다. 기술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1998년 9월 KBS 뉴스.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독서실 주인을 적발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는 내용
[연관기사] [그때 그 뉴스] “무슨 도착증 환자들이 아니고서야”, 오래된 미래 ‘몰카 범죄’

웃음을 줬던 '몰래카메라'가 더는 예능이 아니라 불법이 됐습니다. 비슷한 개념의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이제는 '관찰카메라' '관찰 예능'이라고 부릅니다.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행위는 처벌됩니다. 이제는 '불법촬영'입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주체도 일반인뿐이 아닙니다. 인기 연예인, 5급 공무원 합격자의 '불법촬영'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대상도 자신의 여자친구부터 불특정 다수까지 전방위적입니다.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가수 정준영
발전하는 불법촬영 카메라 기술…더 커지는 시민 불안

불법촬영 도구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17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불법촬영 도구 실태를 소개하면서 직접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얼핏 봐서는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불법촬영 도구들을 보시면서 자신의 눈썰미를 한번 시험해보시죠.

우선 탈의실 캐비닛입니다.


캐비닛 손잡이 부분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어렵습니다. 벽시계입니다.


보이시나요? '10시'를 가리키는 숫자 '1' 상단에서 불법촬영 카메라 렌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도저히 확인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원 스위치가 있는데요.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를 대고 살펴보니 스위치 사이에 조그만 렌즈가 보입니다.


액자와 화분이 놓인 벽걸이 선반인데요. 불법촬영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요즘에는 아예 눈으로 찾아낼 수 없도록 코팅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1,500명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에 대한 시민의식을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69%, 3명 중 2명꼴로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80%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장소로는 숙박업소(43%)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고, 공중화장실(36%)이 뒤를 이었습니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구멍이 뚫려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61%나 됐습니다.

서울시 불법촬영 시민의식 조사결과
강화된 대책…불법촬영 점검 기기 대여도 가능

이달 12일부터 공중위생관리법이 개정 시행됐습니다. 숙박업소와 같은 공중위생업소 영업장에 사람을 몰래 촬영할 수 있는 기계장치가 설치된 경우 시도지사가 점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도 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점검할 수 없었습니다.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셋톱박스에 점검 기기를 대니 숨겨진 카메라 렌즈가 드러난다.
서울시는 특히 불법촬영에 대한 시민 우려가 가장 큰 장소인 서울 시내 숙박업소 객실 약 11만 개와 목욕업소를 대상으로 상시 점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숙박업소뿐 아니라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에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기기를 대여하고 사용법도 교육하기로 했습니다. 민간시설이나 단체에서도 서울시에 요청하면 불법촬영 점검 기기를 빌려서 점검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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