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성폭행 감형’ 논란에…법원 “피해자 진술 의심한 것 아냐”

입력 2019.06.17 (17:39) 수정 2019.06.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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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학원장이 2심에서 감형받은 데 대해 여론이 악화되자, 담당 재판부가 판결 이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감형된 것일 뿐,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감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지난 13일 선고된 35살 이 모 씨의 성폭력 사건 판결에 대해 오늘(17일) 별도의 '판결 선고 설명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문제가 된 판결은 피고인 이 씨가 10살 난 초등학생 A양을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뒤,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사건의 항소심 선고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 강간 수준의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유일한 직접 증거는 피해자 A양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 진술만으로는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판결 내용이 보도되자 일각에서는 비상식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판사 파면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오늘(17일) 오후 5시 기준 8만 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특히 재판부가 이 사건 피해자인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이같은 논란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A양의 진술만으로는 이 씨가 A양을 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이지, A양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검찰은 A양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이 씨가 손으로 A양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후 성폭행했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A양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협박'에 해당한다며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양이 한 영상녹화 진술이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상태에서, 그 진술 내용만을 근거로는 몸을 짓누르는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영상녹화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경위, 누른 부위,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나이가 만 10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반항하기 불가능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에게 피해자 A양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을 권유해 법정 진술을 들으려 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A양이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진술을 들을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 부족 탓에 이 사건은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이념인 정의와 형평을 고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이미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는 범죄사실)인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직권으로 인정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든 없었든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했다면 성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여전히 항소심 재판부가 13세 미만 아동이 하는 진술의 특수성과, 나이 어린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폭행·협박의 정도는 성인과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재판부는 또 "일부 언론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묶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음에도 재판부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면서 이는 "사실에 관한 명백히 잘못된 보도로서 정정을 요청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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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17:39:37
    • 수정2019-06-17 18:14:01
    사회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학원장이 2심에서 감형받은 데 대해 여론이 악화되자, 담당 재판부가 판결 이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감형된 것일 뿐,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감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지난 13일 선고된 35살 이 모 씨의 성폭력 사건 판결에 대해 오늘(17일) 별도의 '판결 선고 설명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문제가 된 판결은 피고인 이 씨가 10살 난 초등학생 A양을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뒤,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사건의 항소심 선고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 강간 수준의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유일한 직접 증거는 피해자 A양의 진술이 유일한데, 이 진술만으로는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판결 내용이 보도되자 일각에서는 비상식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한 ***판사 파면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오늘(17일) 오후 5시 기준 8만 명이 넘게 서명했습니다. 특히 재판부가 이 사건 피해자인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이같은 논란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A양의 진술만으로는 이 씨가 A양을 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이지, A양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검찰은 A양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이 씨가 손으로 A양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후 성폭행했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A양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협박'에 해당한다며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양이 한 영상녹화 진술이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상태에서, 그 진술 내용만을 근거로는 몸을 짓누르는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영상녹화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경위, 누른 부위,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나이가 만 10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반항하기 불가능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에게 피해자 A양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을 권유해 법정 진술을 들으려 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A양이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진술을 들을 수 없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 부족 탓에 이 사건은 원칙적으로 '강간죄 무죄'가 선고돼야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이념인 정의와 형평을 고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이미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는 범죄사실)인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직권으로 인정해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든 없었든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했다면 성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여전히 항소심 재판부가 13세 미만 아동이 하는 진술의 특수성과, 나이 어린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폭행·협박의 정도는 성인과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재판부는 또 "일부 언론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묶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음에도 재판부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면서 이는 "사실에 관한 명백히 잘못된 보도로서 정정을 요청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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