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강남 집값’ 바닥 찍었나?…1주 단위 통계 신뢰도는?

입력 2019.06.18 (06:09) 수정 2019.06.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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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나오는 감정원 가격동향, 믿을 수 있을까?

목요일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배포합니다. 처음엔 자료가 나올 때마다 별생각 없이 기사를 썼는데요. 요즘은 솔직히 고민이 됩니다.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말이죠.

이런 고민이 시작된 건 감정원이 발표하는 주간 동향의 신뢰도 자체에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아파트는 1,300만 호에 이릅니다. 근데 일주일 만에 파악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죠. 그것도 전국 261개 시군구 별로 말입니다.

의문을 풀기 위해 KBS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도시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지난 1년 간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매매지수)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를 지수화해서 같은 기간의 감정원 매매지수와 교차 분석했습니다. 실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3월 자료가 가장 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수의 표본은 감정원 매매지수 표본이 재설정된 2017년 12월에 거래된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2017년 12월에 거래된 아파트는 단지별-면적별로 모두 4,681호인데요. 이 가운데 1년간 거래실적과 일치하는 3,942호가 최종 표본 대상이 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31주 연속 하락" vs "일관된 하락세 없다"

분석 결과, 감정원 매매지수와 실거래 지수는 상당 기간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감정원의 주간 동향 매매지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 31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언론들도 매주 기록을 경신하듯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20주 연속 하락…, 24주 연속 하락…, 30주 연속 하락…". 하지만 실거래가 지수가 보여준 흐름은 "하락이 없었거나, 적어도 일관된 하락세를 입증할 수 없다"였습니다.

감정원 주간 동향에 나타난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둘째주(12일)부터 이번 주까지 20주 연속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실거래가는 9주 상승하고 11주 하락하는 등 불규칙한 움직임이 나타난 겁니다.

연구를 주관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감정원의 매매지수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일관되게 떨어지는 하향 안정화 추세라면 실거래 지수 분석으로는 올랐다가 떨어졌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전히 결과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에 반등이라고?" 코웃음치는 부동산 중개업소

지난주에 진짜 화제가 됐던 건 31주 연속 하락했다는 '서울 아파트'보다, 34주 만에 반등했다는 '강남 아파트'였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의 반등 기미가 나타났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잠잠해. 두세 달 전에 오히려 매수 문의가 많았지."

"감정원은 늦게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당연한 거죠. 그전부터 반등이고. 지금은 다시 침체죠, 사실은."

오른 게 3월부터 움직였어요. 3월부터 가격이 움직여서 올라간 거죠."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올봄에 매수 문의가 많아지면서 강남권의 급매 물량이 소화됐고, 그 이후는 다시 거래가 실종됐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현장 분위기는 참고만 해야겠죠. 정확한 숫자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분석한 실거래지수와 비교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현장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얘기한 2~3월에 실거래지수가 급등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분위기'와 '숫자'가 얼추 들어맞은 겁니다.

하지만 감정원의 매매지수는 그 기간에도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강남 아파트값은 분석 대상인 전체 52주 가운데 절반인 26주 동안 감정원 매매지수(주간 동향)와 실거래 지수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아파트값 매주 중계 불필요" vs "신뢰도 높고 시장안정 기여"

최은영 도시연구소장은 매매지수(주간 동향)는 보완해야 할 통계가 아니라 아예 없애버려야 할 통계라고 주장합니다.

최 소장은 "데이터는 신속한 것보다 정확한 게 중요하다"면서, 집이라는 건 특히 매일 팔고사고 하는 게 아닌데 매매지수(주간 동향) 덕분에 마치 주식을 사고파는 것처럼 경마식 보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 소장은 "지금까지 감정원 주간 동향에 따라 9·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하락기라고 여겨져 왔는데 실제로는 일관된 하락은 없었던 셈"이라면서 "결국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시기를 놓치는 등 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매매지수(주간 동향)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감정원은 매매지수가 실거래가 움직임과는 다를 수 있지만 거래 가능한 적정가격인 '시장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매매지수(주간 동향)는 전국 아파트 8,000개의 표본을 참고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가진 감정원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표본 가운데 신고된 실거래 사례가 없더라도 표본의 신고 전 실거래 사례, 인근 유사물건의 실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 동향, 매물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감정원은 덧붙였습니다.

한국감정원은 또 "통계청으로부터 주택가격조사에 관해 유일하게 통계 작성 승인을 받은 전문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지수(주간동향)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8,000개인 아파트 표본을 1만 6,000개까지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이 가격 동향 조사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230억 원가량. 표본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면 수십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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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강남 집값’ 바닥 찍었나?…1주 단위 통계 신뢰도는?
    • 입력 2019-06-18 06:09:07
    • 수정2019-06-18 06:10:39
    취재후·사건후
매주 나오는 감정원 가격동향, 믿을 수 있을까?

목요일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배포합니다. 처음엔 자료가 나올 때마다 별생각 없이 기사를 썼는데요. 요즘은 솔직히 고민이 됩니다. '기사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말이죠.

이런 고민이 시작된 건 감정원이 발표하는 주간 동향의 신뢰도 자체에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아파트는 1,300만 호에 이릅니다. 근데 일주일 만에 파악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죠. 그것도 전국 261개 시군구 별로 말입니다.

의문을 풀기 위해 KBS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도시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지난 1년 간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매매지수)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를 지수화해서 같은 기간의 감정원 매매지수와 교차 분석했습니다. 실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3월 자료가 가장 최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수의 표본은 감정원 매매지수 표본이 재설정된 2017년 12월에 거래된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2017년 12월에 거래된 아파트는 단지별-면적별로 모두 4,681호인데요. 이 가운데 1년간 거래실적과 일치하는 3,942호가 최종 표본 대상이 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31주 연속 하락" vs "일관된 하락세 없다"

분석 결과, 감정원 매매지수와 실거래 지수는 상당 기간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감정원의 주간 동향 매매지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 31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언론들도 매주 기록을 경신하듯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20주 연속 하락…, 24주 연속 하락…, 30주 연속 하락…". 하지만 실거래가 지수가 보여준 흐름은 "하락이 없었거나, 적어도 일관된 하락세를 입증할 수 없다"였습니다.

감정원 주간 동향에 나타난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둘째주(12일)부터 이번 주까지 20주 연속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실거래가는 9주 상승하고 11주 하락하는 등 불규칙한 움직임이 나타난 겁니다.

연구를 주관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감정원의 매매지수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일관되게 떨어지는 하향 안정화 추세라면 실거래 지수 분석으로는 올랐다가 떨어졌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전히 결과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에 반등이라고?" 코웃음치는 부동산 중개업소

지난주에 진짜 화제가 됐던 건 31주 연속 하락했다는 '서울 아파트'보다, 34주 만에 반등했다는 '강남 아파트'였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 강남 아파트값의 반등 기미가 나타났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잠잠해. 두세 달 전에 오히려 매수 문의가 많았지."

"감정원은 늦게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당연한 거죠. 그전부터 반등이고. 지금은 다시 침체죠, 사실은."

오른 게 3월부터 움직였어요. 3월부터 가격이 움직여서 올라간 거죠."


중개업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올봄에 매수 문의가 많아지면서 강남권의 급매 물량이 소화됐고, 그 이후는 다시 거래가 실종됐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현장 분위기는 참고만 해야겠죠. 정확한 숫자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분석한 실거래지수와 비교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현장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얘기한 2~3월에 실거래지수가 급등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분위기'와 '숫자'가 얼추 들어맞은 겁니다.

하지만 감정원의 매매지수는 그 기간에도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강남 아파트값은 분석 대상인 전체 52주 가운데 절반인 26주 동안 감정원 매매지수(주간 동향)와 실거래 지수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아파트값 매주 중계 불필요" vs "신뢰도 높고 시장안정 기여"

최은영 도시연구소장은 매매지수(주간 동향)는 보완해야 할 통계가 아니라 아예 없애버려야 할 통계라고 주장합니다.

최 소장은 "데이터는 신속한 것보다 정확한 게 중요하다"면서, 집이라는 건 특히 매일 팔고사고 하는 게 아닌데 매매지수(주간 동향) 덕분에 마치 주식을 사고파는 것처럼 경마식 보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 소장은 "지금까지 감정원 주간 동향에 따라 9·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하락기라고 여겨져 왔는데 실제로는 일관된 하락은 없었던 셈"이라면서 "결국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시기를 놓치는 등 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한국감정원은 매매지수(주간 동향)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감정원은 매매지수가 실거래가 움직임과는 다를 수 있지만 거래 가능한 적정가격인 '시장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매매지수(주간 동향)는 전국 아파트 8,000개의 표본을 참고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가진 감정원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표본 가운데 신고된 실거래 사례가 없더라도 표본의 신고 전 실거래 사례, 인근 유사물건의 실거래 사례, 매수자·매도자 동향, 매물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감정원은 덧붙였습니다.

한국감정원은 또 "통계청으로부터 주택가격조사에 관해 유일하게 통계 작성 승인을 받은 전문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매지수(주간동향)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8,000개인 아파트 표본을 1만 6,000개까지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이 가격 동향 조사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230억 원가량. 표본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린다면 수십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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