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턴 행복한 직장될까? ‘직장내 괴롭힘금지법’ D-28

입력 2019.06.18 (07:01) 수정 2019.06.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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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걸"…여전한 폭행

병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직장 상사에게 근무 중 폭행을 당했습니다. 상사가 갑자기 달려와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겁니다. A씨는 "비록 1대였지만 맞을 때 소리가 매우 커 환자들이 목격했고, CCTV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폭행 후에도 가해자는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속시원ㅎㅎ'로 바꾸거나,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습니다. A씨는 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지속되는 언어폭력과 괴롭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대우와 불공정 관행을 바꾸기 위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A씨의 사례와 같은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물건을 던지거나 책상을 치는 등의 신체적인 위협도 폭행인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설명직장 내 괴롭힘 설명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7월 16일 본격 시행까지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건을 조사해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바꿔 주거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또,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그러나 요즘도 '직장 갑질 119'에는 이메일 10~20건, 오픈 채팅 30~40건, 온라인 모임(밴드) 20~30건 등 하루 평균 70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올해 초부터 5달 동안 들어온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50건을 추려 공개했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A씨의 사례를 비롯해 모두 32개 유형으로 나뉩니다. 공개된 보도자료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욕설이었지만, 기사에서는 XX로 표현하겠습니다. 대표적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 "XXX 아, 잘못했으면 가만있어. 어딜 바락바락 대들고 있어"…폭언

직장인 B씨는 '업무 지시를 어겼다'며 직장 상사에게 욕설을 들었습니다. 업무 관련 매뉴얼을 작성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려두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B씨는 매뉴얼은 작성해 뒀지만, 카페에 올리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B씨의 상사는 퇴근 뒤 전화를 걸어 "XX들이 내가 가만있으니까 자꾸 우습게 보이냐" "XXX아, 잘못했으면 가만있어. 어딜 바락바락 대들고 있어, 이 XXX가"라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날 B씨는 11분 이상 상사의 욕설을 들었습니다.

■ "사택 청소해", "농사일 해"…업무와 무관한 '사적지시'도 괴롭힘에 해당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일을 지시하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됩니다.

수행기사 C씨는 수시로 기사 업무와 무관한 온갖 지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C씨는 "사택 청소·설거지·요리, 사택 부동산 계약, 세탁소에 옷 맡기고 찾기 등 수행기사 업무 외의 다른 업무 지시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호소했습니다.

개발자인 D씨도 회사 측이 충청도에 새로 공장을 짓겠다며 본인을 보내더니, 청소나 농사일까지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D씨는 개발 업무가 끝나고 새벽까지 공장 청소를 하거나, 인근 밭에서 농사일까지 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직장 알아봐", "그만두고 집에 가서 주무세요"…사직 종용

직장인 E씨는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 이사와의 면담에서 퇴직을 종용당했습니다.

E씨 회사의 대표 이사는 회사에서 실시한 '희망퇴직' 명단에 E씨가 없다며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E씨가 "퇴직 희망을 하지 않아 명단에 없는 것인데, 왜 면담을 요청하셨냐"고 묻자 대표 이사는 "빨리 관두는 것이 회사에 보답하는 일이니 출근을 안 해도 된다. 빨리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종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입사원인 F씨는 야간 근무 중 법정 휴식시간 동안 휴게실에서 쉬다 오면 상사가 "잠자려고 출근했나 봐요? 그냥 그만두고 집에 가서 주무세요"라고 하거나, 퇴근할 때도 "지금 집에 가서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호소했습니다. F씨는 이 같은 상사의 행동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상태입니다.

■ 직장갑질119 "단체협약 개정 현황 파악조차 안 돼"…다음 달부턴 행복한 직장 될까?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사례들을 공개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법 시행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개정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예방교육이나 점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초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갑질 피해 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인지 여부, 직장 갑질 대응 방법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다음 달부터 행복한 직장이 될까요? 직장 갑질 119의 보도자료엔 욕설 대신 좋은 말이 담길 수 있을까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단체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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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달부턴 행복한 직장될까? ‘직장내 괴롭힘금지법’ D-28
    • 입력 2019-06-18 07:01:58
    • 수정2019-06-18 10:03:09
    취재K
■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걸"…여전한 폭행

병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직장 상사에게 근무 중 폭행을 당했습니다. 상사가 갑자기 달려와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겁니다. A씨는 "비록 1대였지만 맞을 때 소리가 매우 커 환자들이 목격했고, CCTV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폭행 후에도 가해자는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속시원ㅎㅎ'로 바꾸거나,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뒤에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습니다. A씨는 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지속되는 언어폭력과 괴롭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한 대우와 불공정 관행을 바꾸기 위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A씨의 사례와 같은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물건을 던지거나 책상을 치는 등의 신체적인 위협도 폭행인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설명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7월 16일 본격 시행까지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건을 조사해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바꿔 주거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또,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그러나 요즘도 '직장 갑질 119'에는 이메일 10~20건, 오픈 채팅 30~40건, 온라인 모임(밴드) 20~30건 등 하루 평균 70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올해 초부터 5달 동안 들어온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50건을 추려 공개했는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A씨의 사례를 비롯해 모두 32개 유형으로 나뉩니다. 공개된 보도자료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욕설이었지만, 기사에서는 XX로 표현하겠습니다. 대표적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 "XXX 아, 잘못했으면 가만있어. 어딜 바락바락 대들고 있어"…폭언

직장인 B씨는 '업무 지시를 어겼다'며 직장 상사에게 욕설을 들었습니다. 업무 관련 매뉴얼을 작성해 직원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려두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B씨는 매뉴얼은 작성해 뒀지만, 카페에 올리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B씨의 상사는 퇴근 뒤 전화를 걸어 "XX들이 내가 가만있으니까 자꾸 우습게 보이냐" "XXX아, 잘못했으면 가만있어. 어딜 바락바락 대들고 있어, 이 XXX가"라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날 B씨는 11분 이상 상사의 욕설을 들었습니다.

■ "사택 청소해", "농사일 해"…업무와 무관한 '사적지시'도 괴롭힘에 해당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일을 지시하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됩니다.

수행기사 C씨는 수시로 기사 업무와 무관한 온갖 지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C씨는 "사택 청소·설거지·요리, 사택 부동산 계약, 세탁소에 옷 맡기고 찾기 등 수행기사 업무 외의 다른 업무 지시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호소했습니다.

개발자인 D씨도 회사 측이 충청도에 새로 공장을 짓겠다며 본인을 보내더니, 청소나 농사일까지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D씨는 개발 업무가 끝나고 새벽까지 공장 청소를 하거나, 인근 밭에서 농사일까지 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직장 알아봐", "그만두고 집에 가서 주무세요"…사직 종용

직장인 E씨는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 이사와의 면담에서 퇴직을 종용당했습니다.

E씨 회사의 대표 이사는 회사에서 실시한 '희망퇴직' 명단에 E씨가 없다며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E씨가 "퇴직 희망을 하지 않아 명단에 없는 것인데, 왜 면담을 요청하셨냐"고 묻자 대표 이사는 "빨리 관두는 것이 회사에 보답하는 일이니 출근을 안 해도 된다. 빨리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종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입사원인 F씨는 야간 근무 중 법정 휴식시간 동안 휴게실에서 쉬다 오면 상사가 "잠자려고 출근했나 봐요? 그냥 그만두고 집에 가서 주무세요"라고 하거나, 퇴근할 때도 "지금 집에 가서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호소했습니다. F씨는 이 같은 상사의 행동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상태입니다.

■ 직장갑질119 "단체협약 개정 현황 파악조차 안 돼"…다음 달부턴 행복한 직장 될까?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사례들을 공개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법 시행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개정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예방교육이나 점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초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갑질 피해 정도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인지 여부, 직장 갑질 대응 방법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다음 달부터 행복한 직장이 될까요? 직장 갑질 119의 보도자료엔 욕설 대신 좋은 말이 담길 수 있을까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단체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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