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인천 ‘붉은 수돗물’이 한강으로 유입”…사실일까?

입력 2019.06.18 (07:01) 수정 2019.06.18 (08: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라뱃길 적수(붉은 물)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 서부지역의 붉은 수돗물과 같은 '적수'가 아라뱃길에서도 관찰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연관기사] ‘붉은 수돗물’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인천지역 `맘카페'에는 아라뱃길 인근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적수 사진과 동영상이 함께 게시되면서 지역 `맘'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부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에서는 "아라뱃길의 적수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거나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더해지고 있다.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의 1만여 가구 주민들이 오늘(18일)로 벌써 20일째 붉은 수돗물로 인해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이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글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붉은 수돗물'이 아라뱃길까지 오염시켰고, 오염된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인터넷 댓글 발췌.인터넷 댓글 발췌.

"적수는 수도관 문제, 아라뱃길과 무관"

환경부와 인천시는 수도관의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오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풍납 취수장과 성산 가압장(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설비)의 전기설비 검사를 위해 인천 정수장의 가동을 멈췄다가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대형 수도관의 수압이 높아졌고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나가면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어제(1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물질은 수도 관로 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수도관 내 잔류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30일까지 오염된 수돗물을 방류하고 정수장과 배수장 정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연관기사] 박남춘 인천시장 ‘붉은 수돗물’ 사태 대응 미흡 사과

환경부·수자원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반이 오늘(18일) 발표하는 중간 조사결과도 어제 인천시가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인천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도관 내 침천물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취수원이나 다른 수자원 자체가 오염돼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적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한강 풍납 취수장 물을 정수해 쓰고 있는데, 풍납 취수장 물은 오염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가 아라뱃길 적수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수도관 내 오염물질이 탈락돼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아라뱃길 적수와는 상관이 없다. 오염된 수돗물을 방류할 수 있는 하수 시설이 아라뱃길과 연결돼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아라뱃길 물은 식수나 농업 용수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인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이 아라뱃길로 확산할 경로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수계전환(기존 정수장이 아닌 다른 정수장에서 물 공급을 하는 것)으로 인한 피해가 이번에 유독 심했던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지역 가정에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수돗물 필터가 적색으로 물들었다. 피해지역 가정에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수돗물 필터가 적색으로 물들었다.

"아라뱃길 붉은 물은 적조(赤潮) 현상"

한국수자원공사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라뱃길에서 목격된 붉은 물은 적조(赤潮)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적조 현상은 물의 부영양화(물속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로 인해 특정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면서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현상으로 강이나 하천이 녹색으로 바뀌는 녹조 현상이 있다. 이런 경우 조류의 산소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해 수중 생물이 대량 폐사하고 물이 썩을 수 있다.

아라뱃길은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기수역'이다. 그렇다 보니 매년 녹조는 물론 적조 현상도 나타난다. 아라뱃길 적조는 대개 3~8월에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남세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 환경관리과장은 "아라뱃길 내 적조 현상은 생태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km에 달하는 아라뱃길 구간 곳곳에서 매년 일시적으로 적조 현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아라뱃길 내 적조 현상은 2012년 K-water 연구원 수자원연구소에서 수행한 '경인 아라뱃길 최적 수질 및 수생태계 관리방안 개발 조사연구'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보고서는 적조와 녹조의 발생시기를 2~9월로 예측하면서 염분도 조절을 통한 저감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정선아 연구원은 "아라뱃길 물이 한강 하류와 서해 바닷물, 굴포천 물로 구성된 만큼 이번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아라뱃길 적조 현상 간 상관 관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인 아라뱃길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인 아라뱃길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흘러들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한강

위에서 짚었듯이 아라뱃길이 붉은 수돗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없지만, 아라뱃길 물이 한강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아라뱃길은 서울과 김포, 인천을 잇는 18km 구간의 뱃길이다. 초입에 해당하는 김포갑문(1개 문)과 서해로 나가는 출구인 서해갑문(2개 문)으로 양쪽이 막혀있다. 갑문은 수위가 다른 두 수역 사이에 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해 만든 개폐 시설이다.

[사진 출처 : 경인 아라뱃길 홈페이지][사진 출처 : 경인 아라뱃길 홈페이지]

갑문은 배가 지나갈 때만 열리는데, 갑문의 `내문'과 `외문'이 번갈아 여닫히면서 아라뱃길 물과 한강 물이 섞이기 어렵게 돼 있다. 갑문을 중심으로 양측 물이 맞닿아 있지만 구조적으로 막힘없이 흐를 순 없다.

또 아라뱃길은 배가 이동하기 좋게 평소 2.3m~3.4m의 수위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아라뱃길의 수위가 이보다 낮아지면 서해나 한강으로부터 물을 보충해 수위를 유지하는데, 한강 물로 보충할 경우는 한강 수위가 아라뱃길 수위보다 높을 때만 가능하다. 한강 수위가 상대적으로 더 낮을 때는 갑문을 열지 않는다. 반대로 아라뱃길 수위가 너무 높을 경우엔 서해갑문을 통해서 물을 뺀다. 해수가 섞인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위 조절 과정에서 어느 상황에서든 아라뱃길 물이 한강 쪽으로 대량 넘어갈 일이 없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흘러들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한강'인 셈이다.

그래서 "아라뱃길 적수(붉은 물)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거나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누군가 일부러 갑문을 여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인천 ‘붉은 수돗물’이 한강으로 유입”…사실일까?
    • 입력 2019-06-18 07:01:59
    • 수정2019-06-18 08:49:03
    팩트체크K
"아라뱃길 적수(붉은 물)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 서부지역의 붉은 수돗물과 같은 '적수'가 아라뱃길에서도 관찰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연관기사] ‘붉은 수돗물’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인천지역 `맘카페'에는 아라뱃길 인근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적수 사진과 동영상이 함께 게시되면서 지역 `맘'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일부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에서는 "아라뱃길의 적수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거나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더해지고 있다.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의 1만여 가구 주민들이 오늘(18일)로 벌써 20일째 붉은 수돗물로 인해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이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글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붉은 수돗물'이 아라뱃길까지 오염시켰고, 오염된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인터넷 댓글 발췌.
"적수는 수도관 문제, 아라뱃길과 무관"

환경부와 인천시는 수도관의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오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풍납 취수장과 성산 가압장(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설비)의 전기설비 검사를 위해 인천 정수장의 가동을 멈췄다가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대형 수도관의 수압이 높아졌고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나가면서 붉은 수돗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어제(1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물질은 수도 관로 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수도관 내 잔류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30일까지 오염된 수돗물을 방류하고 정수장과 배수장 정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연관기사] 박남춘 인천시장 ‘붉은 수돗물’ 사태 대응 미흡 사과

환경부·수자원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반이 오늘(18일) 발표하는 중간 조사결과도 어제 인천시가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인천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도관 내 침천물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 취수원이나 다른 수자원 자체가 오염돼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적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은 한강 풍납 취수장 물을 정수해 쓰고 있는데, 풍납 취수장 물은 오염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붉은 수돗물 사태가 아라뱃길 적수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수도관 내 오염물질이 탈락돼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아라뱃길 적수와는 상관이 없다. 오염된 수돗물을 방류할 수 있는 하수 시설이 아라뱃길과 연결돼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아라뱃길 물은 식수나 농업 용수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인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이 아라뱃길로 확산할 경로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수계전환(기존 정수장이 아닌 다른 정수장에서 물 공급을 하는 것)으로 인한 피해가 이번에 유독 심했던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지역 가정에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수돗물 필터가 적색으로 물들었다.
"아라뱃길 붉은 물은 적조(赤潮) 현상"

한국수자원공사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라뱃길에서 목격된 붉은 물은 적조(赤潮)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적조 현상은 물의 부영양화(물속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로 인해 특정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면서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현상으로 강이나 하천이 녹색으로 바뀌는 녹조 현상이 있다. 이런 경우 조류의 산소 소비량이 급속히 증가해 수중 생물이 대량 폐사하고 물이 썩을 수 있다.

아라뱃길은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기수역'이다. 그렇다 보니 매년 녹조는 물론 적조 현상도 나타난다. 아라뱃길 적조는 대개 3~8월에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남세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 환경관리과장은 "아라뱃길 내 적조 현상은 생태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km에 달하는 아라뱃길 구간 곳곳에서 매년 일시적으로 적조 현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아라뱃길 내 적조 현상은 2012년 K-water 연구원 수자원연구소에서 수행한 '경인 아라뱃길 최적 수질 및 수생태계 관리방안 개발 조사연구'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보고서는 적조와 녹조의 발생시기를 2~9월로 예측하면서 염분도 조절을 통한 저감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정선아 연구원은 "아라뱃길 물이 한강 하류와 서해 바닷물, 굴포천 물로 구성된 만큼 이번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아라뱃길 적조 현상 간 상관 관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인 아라뱃길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흘러들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한강

위에서 짚었듯이 아라뱃길이 붉은 수돗물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없지만, 아라뱃길 물이 한강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아라뱃길은 서울과 김포, 인천을 잇는 18km 구간의 뱃길이다. 초입에 해당하는 김포갑문(1개 문)과 서해로 나가는 출구인 서해갑문(2개 문)으로 양쪽이 막혀있다. 갑문은 수위가 다른 두 수역 사이에 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해 만든 개폐 시설이다.

[사진 출처 : 경인 아라뱃길 홈페이지]
갑문은 배가 지나갈 때만 열리는데, 갑문의 `내문'과 `외문'이 번갈아 여닫히면서 아라뱃길 물과 한강 물이 섞이기 어렵게 돼 있다. 갑문을 중심으로 양측 물이 맞닿아 있지만 구조적으로 막힘없이 흐를 순 없다.

또 아라뱃길은 배가 이동하기 좋게 평소 2.3m~3.4m의 수위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아라뱃길의 수위가 이보다 낮아지면 서해나 한강으로부터 물을 보충해 수위를 유지하는데, 한강 물로 보충할 경우는 한강 수위가 아라뱃길 수위보다 높을 때만 가능하다. 한강 수위가 상대적으로 더 낮을 때는 갑문을 열지 않는다. 반대로 아라뱃길 수위가 너무 높을 경우엔 서해갑문을 통해서 물을 뺀다. 해수가 섞인 물이 한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위 조절 과정에서 어느 상황에서든 아라뱃길 물이 한강 쪽으로 대량 넘어갈 일이 없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흘러들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한강'인 셈이다.

그래서 "아라뱃길 적수(붉은 물)가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거나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누군가 일부러 갑문을 여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