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판 ‘노크 귀순’?…구멍 뚫린 ‘해상 경계’

입력 2019.06.19 (08:07) 수정 2019.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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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강원도 삼척의 한 부둣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부둣가는 수산물을 사고 파는 어판장이 인접해서 어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민의 눈에 어선에 탄 낯선 사람들이 눈에 띈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던거죠.

그래서 이 어민,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말투가 좀 이상합니다.

북한 말투였던 거죠.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우리 어민들이 즉시 당국에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 직후에 부랴부랴 경찰 순찰차가 도착하고, 무장 병력을 태운 군 트럭들도 황급히 진입합니다.

해경 경비정도 줄을 매달아 북한어선을 예인해 갔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이 일이 며칠 전 있었던 북한 어선이 우리 항구에 접근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북한 어선이 제지도 없이 사실상 정박까지 한 건데,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정부 발표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쯤하면 생각나는 일 없으신지요?

2012년 이른바 노크귀순.

북한 병사 한 명이 아무런 제지없이 철책을 넘어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사건이었죠.

사실상 제 2의 해상판 노크 귀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어선이 정박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없었고 유유히, 삼척 주민들이 사는 곳까지 내려온 겁니다.

허술한 경계 태세가 또 한 번 드러난 셈입니다.

어민들은 애당초 방파제에서 처음 발견된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없이 부두까지 이동해, 정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최초 신고자도 어민이 아니라 방파제 낚시꾼이라며, 관계기관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민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삼척항 어민/음성변조 : "(정부 발표) 그거 순 거짓말이죠. (북한 어민) 본인들이 왔죠. 해경 배가 절대 예인해서 (항구로)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미 배가 와 있는 다음에 (해경이 왔어요)."]

군은 당시 정상적으로 해상 경계작전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있을까요?

북한 선박이 무려 130여 킬로미터를 내려왔는데도 주민 신고 전까지 군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군은 북한 선박이 소형 목선이었고, 상당수 레이더가 수명주기를 다해서 탐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군다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경계 책임도 묻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제 3, 제 4의 노크 귀순이 또 생길 수 있다는 비난이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당국이 조사를 하다보니까 또 다른 문제도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이번에 내려온 사람은 총 4명.

어선을 타고 왔는데, 이들이 어민 같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복장도 어민같지가 않고 어구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인민복 차림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들 중에는 북한 군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순 표류도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정부 조사에서 "의도를 가지고 남으로 내려왔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4명 중에서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2명은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어제 송환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속수무책으로 뚫린 우리 군인의 해상 경계 문제점과 북한 군인이 왜 내려왔는지 밝혀할 과제를 남겼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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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판 ‘노크 귀순’?…구멍 뚫린 ‘해상 경계’
    • 입력 2019-06-19 08:11:17
    • 수정2019-06-19 09: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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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강원도 삼척의 한 부둣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부둣가는 수산물을 사고 파는 어판장이 인접해서 어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민의 눈에 어선에 탄 낯선 사람들이 눈에 띈겁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던거죠.

그래서 이 어민,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말투가 좀 이상합니다.

북한 말투였던 거죠.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우리 어민들이 즉시 당국에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 직후에 부랴부랴 경찰 순찰차가 도착하고, 무장 병력을 태운 군 트럭들도 황급히 진입합니다.

해경 경비정도 줄을 매달아 북한어선을 예인해 갔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이 일이 며칠 전 있었던 북한 어선이 우리 항구에 접근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북한 어선이 제지도 없이 사실상 정박까지 한 건데,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정부 발표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쯤하면 생각나는 일 없으신지요?

2012년 이른바 노크귀순.

북한 병사 한 명이 아무런 제지없이 철책을 넘어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사건이었죠.

사실상 제 2의 해상판 노크 귀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어선이 정박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없었고 유유히, 삼척 주민들이 사는 곳까지 내려온 겁니다.

허술한 경계 태세가 또 한 번 드러난 셈입니다.

어민들은 애당초 방파제에서 처음 발견된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없이 부두까지 이동해, 정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최초 신고자도 어민이 아니라 방파제 낚시꾼이라며, 관계기관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민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삼척항 어민/음성변조 : "(정부 발표) 그거 순 거짓말이죠. (북한 어민) 본인들이 왔죠. 해경 배가 절대 예인해서 (항구로)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미 배가 와 있는 다음에 (해경이 왔어요)."]

군은 당시 정상적으로 해상 경계작전이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믿을 수 있을까요?

북한 선박이 무려 130여 킬로미터를 내려왔는데도 주민 신고 전까지 군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군은 북한 선박이 소형 목선이었고, 상당수 레이더가 수명주기를 다해서 탐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더군다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경계 책임도 묻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제 3, 제 4의 노크 귀순이 또 생길 수 있다는 비난이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당국이 조사를 하다보니까 또 다른 문제도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이번에 내려온 사람은 총 4명.

어선을 타고 왔는데, 이들이 어민 같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복장도 어민같지가 않고 어구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인민복 차림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들 중에는 북한 군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순 표류도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정부 조사에서 "의도를 가지고 남으로 내려왔다"고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4명 중에서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2명은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어제 송환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속수무책으로 뚫린 우리 군인의 해상 경계 문제점과 북한 군인이 왜 내려왔는지 밝혀할 과제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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