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같은 듯 다른’ 박유천과 비아이의 마약 수사

입력 2019.06.19 (09:39) 수정 2019.06.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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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반기 연예계는 '마약'이 핵심 키워드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 2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가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같은 듯 다른' 마약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공범의 실토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박 씨 수사가 '속전속결'로 수월하게 이뤄진 데 비해 비아이 수사는 '산 넘어 산'이 될 걸로 보인다.


'공범 실토'가 수사 시발점

박유천 수사는 공범인 황하나 씨가 지난 4월 초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황 씨의 마약 혐의만 잡고 수사를 했는데. 붙잡힌 황 씨가 박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실토했다.

비아이 수사 역시 공범 진술이 계기가 됐다. 2016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을 때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진술을 바꿨던 A 씨는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당시 진술을 바꾼 건 비아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강압 때문이었다는 고백이었다.

A 씨는 2016년 당시 비아이를 숙소 앞에서 직접 만나서 LSD를 직접 건넸고, 비아이는 숙소 앞에 있는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돈을 찾아 현금 130만 원을 줬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경찰, 의혹 해결사에서 의혹 당사자로

박 씨 수사와 비아이 수사는 모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맡았다. 박 씨 수사 당시 경찰은 '의혹의 해결사'였다.

황 씨의 진술로 경찰이 박 씨 수사를 시작하자, 박 씨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마약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예인 생명'까지 거론하면서 결백을 강조한 배수진이었다.

경찰은 박 씨의 혐의 부인에도 차분하게 증거를 수집했다. 황 씨의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마약상에게 돈을 입금하는 CCTV 영상과 약속된 장소에서 마약을 찾는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와 각종 증거로 박 씨를 구속했고, 구속된 박 씨는 결국 마약 혐의를 시인했다. 치밀한 수사로 의혹을 해결한 성공한 수사였다.

그러나 비아이 사건에서 경찰은 '의혹의 당사자'이다. 경찰은 A 씨가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는데도 비아이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비아이 관련 내사착수보고를 해놓고 7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보고를 했다.

경찰은 검찰에서 관련 사건을 모두 넘기라는 지휘를 전화로 받고 넘겼다는 입장이지만, 전화를 받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통화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지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사에서 경찰은 비아이 마약 의혹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실 수사 의혹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속전속결' 박유천, '첩첩산중' 비아이

박 씨의 필로폰 투약을 실토한 황하나 씨는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박 씨의 텔레그램 기록 등 스스로 확보한 증거까지 있었다.

필로폰 투약이 올해 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도 빠른 수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CCTV 영상 등 관련 증거가 많이 남아있었고, 박 씨가 체모를 모두 깎고 머리를 탈색했음에도 남아있던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 수사에서는 박 씨가 필로폰을 했는지 안 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상황이라 수사 내용이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황 씨 체포 이후 박 씨가 구속될 때까지 3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 수사였다.

A 씨 역시 비아이에게 마약을 넘겼다는 진술이 구체적이고, 카카오톡 대화까지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2016년에 있었던 일이라 3년 가까이 지났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비아이가 박 씨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마약 검사 결과 등 다른 증거가 중요한데, 비아이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CTV 영상 등 다른 증거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혹이 많다는 점도 비아이 수사가 '산 넘어 산'인 이유다. 비아이가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본이고, 양현석 씨가 A 씨를 불러 진술 번복을 요구했는지, 변호사를 선임해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찰은 왜 A 씨가 비아이 관련 진술을 했는데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는지, 검찰은 비아이 관련 별도 수사보고서를 받고도 왜 경찰에 추가 수사 지휘를 하거나 직접 보강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마약 수사지만, 검경이 명심해야 할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 관련 수사는 대중의 관심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작은 실수도 '봐주기 의혹'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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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같은 듯 다른’ 박유천과 비아이의 마약 수사
    • 입력 2019-06-19 09:39:24
    • 수정2019-06-19 09:39:42
    취재후·사건후
2019년 상반기 연예계는 '마약'이 핵심 키워드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 2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가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두 사람은 '같은 듯 다른' 마약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공범의 실토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박 씨 수사가 '속전속결'로 수월하게 이뤄진 데 비해 비아이 수사는 '산 넘어 산'이 될 걸로 보인다.


'공범 실토'가 수사 시발점

박유천 수사는 공범인 황하나 씨가 지난 4월 초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황 씨의 마약 혐의만 잡고 수사를 했는데. 붙잡힌 황 씨가 박 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실토했다.

비아이 수사 역시 공범 진술이 계기가 됐다. 2016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을 때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진술을 바꿨던 A 씨는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당시 진술을 바꾼 건 비아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강압 때문이었다는 고백이었다.

A 씨는 2016년 당시 비아이를 숙소 앞에서 직접 만나서 LSD를 직접 건넸고, 비아이는 숙소 앞에 있는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돈을 찾아 현금 130만 원을 줬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경찰, 의혹 해결사에서 의혹 당사자로

박 씨 수사와 비아이 수사는 모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맡았다. 박 씨 수사 당시 경찰은 '의혹의 해결사'였다.

황 씨의 진술로 경찰이 박 씨 수사를 시작하자, 박 씨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마약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연예인 생명'까지 거론하면서 결백을 강조한 배수진이었다.

경찰은 박 씨의 혐의 부인에도 차분하게 증거를 수집했다. 황 씨의 구체적인 진술을 토대로 마약상에게 돈을 입금하는 CCTV 영상과 약속된 장소에서 마약을 찾는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과수 검사 결과와 각종 증거로 박 씨를 구속했고, 구속된 박 씨는 결국 마약 혐의를 시인했다. 치밀한 수사로 의혹을 해결한 성공한 수사였다.

그러나 비아이 사건에서 경찰은 '의혹의 당사자'이다. 경찰은 A 씨가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는데도 비아이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비아이 관련 내사착수보고를 해놓고 7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보고를 했다.

경찰은 검찰에서 관련 사건을 모두 넘기라는 지휘를 전화로 받고 넘겼다는 입장이지만, 전화를 받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통화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지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사에서 경찰은 비아이 마약 의혹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실 수사 의혹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속전속결' 박유천, '첩첩산중' 비아이

박 씨의 필로폰 투약을 실토한 황하나 씨는 진술이 구체적이었고, 박 씨의 텔레그램 기록 등 스스로 확보한 증거까지 있었다.

필로폰 투약이 올해 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도 빠른 수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CCTV 영상 등 관련 증거가 많이 남아있었고, 박 씨가 체모를 모두 깎고 머리를 탈색했음에도 남아있던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 수사에서는 박 씨가 필로폰을 했는지 안 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상황이라 수사 내용이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황 씨 체포 이후 박 씨가 구속될 때까지 3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속전속결' 수사였다.

A 씨 역시 비아이에게 마약을 넘겼다는 진술이 구체적이고, 카카오톡 대화까지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2016년에 있었던 일이라 3년 가까이 지났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비아이가 박 씨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마약 검사 결과 등 다른 증거가 중요한데, 비아이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CTV 영상 등 다른 증거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혹이 많다는 점도 비아이 수사가 '산 넘어 산'인 이유다. 비아이가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본이고, 양현석 씨가 A 씨를 불러 진술 번복을 요구했는지, 변호사를 선임해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경찰은 왜 A 씨가 비아이 관련 진술을 했는데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는지, 검찰은 비아이 관련 별도 수사보고서를 받고도 왜 경찰에 추가 수사 지휘를 하거나 직접 보강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마약 수사지만, 검경이 명심해야 할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 관련 수사는 대중의 관심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작은 실수도 '봐주기 의혹'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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