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안심하고 써? 말아?

입력 2019.06.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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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지 21일째입니다. 어제는 정부합동조사반의 수돗물 사태 원인 중간조사 결과 발표도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100% 인재'입니다. 물길을 바꾸는 과정에서 인천시는 충분한 준비가 없었고, 대응도 임기응변식이었습니다.

인천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와 무능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웠다니요. 언제까지 생수로 세수하고 쌀을 씻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나 필터를 대면 검은 알갱이가 눈에 보인다.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나 필터를 대면 검은 알갱이가 눈에 보인다.

"먹어도 되지만 권장하는 건 아니다?"

정부합동조사반은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 현재는 모두 먹는 물 수질기준을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경우에는 직접 마시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질은 괜찮지만 먹는 걸 권하지는 않는다니 무슨 말일까요?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수질 기준은 만족하지만 육안으로 알갱이가 보이고, 필터 색깔이 너무 빨리 바뀌는데 그 물을 주민들께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세탁 등 생활용수로는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초기에 인천시가 주민들에게 "수질에 문제없다, 우리도 다 먹는다"라며 수질검사 결과만 가지고 대응했던 게 주민 불안을 더 키웠다는 점을 의식한 걸로 보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한 탁도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눈에 부유물이 보이는데도 기술적으로 정한 탁도 수치가 기준치 아래이기 때문에 그걸 괜찮다고 할 수 있느냐"며 "부유물이 보이면 심미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먹는 물 기준이 사용하는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검은 알갱이'는 무엇일까요?


한국수자원공사가 검은 알갱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과 망간, 철이 주를 이뤘습니다. 보통 깨끗한 필터는 탄소가 99%, 기타 무기원소가 1% 정도입니다. 그런데 인천지역의 오염된 필터는 알루미늄이 36~60%까지 나왔고, 망간 14~25%, 철도 최대 13.7%까지 나왔습니다.
정부조사반은 이 성분들이 통상 수도관의 물때 성분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망간과 철상분이 수돗물 착색을 유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철, 망간, 알루미늄... 인체 유해성은?

정부조사반은 이런 검은 알갱이 성분의 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필터 색깔을 변색시키기는 '심미적 영향물질'이긴 하지만 검출량은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정부조사반이 수질 검사한 결과입니다. 학교와 배수지, 아파트 등의 수도꼭지에서 채수한 수돗물 성분입니다. 알루미늄과 망간, 철뿐 아니라 18가지 항목 모두 기준치 이내입니다. 건강에 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철이나 망간은 토양에도 있는 성분이고 기준치 아래로 검출됐으니 전혀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루미늄의 경우는 정수장에서 물을 정수할 때 오염물질 응집제로 쓰여 수돗물에서 미량 검출되는 성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시 수질검사 믿을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은 검사 자체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천시는 수질 민원이 들어온 1,071곳에 대해 수질검사를 했습니다. 평상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수질검사 요청이 들어왔을 때 실시하는 11가지 간이항목만 검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조사반은 주민들의 중금속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알루미늄과 암모니아성 질소, 대장균 등 7가지 항목을 추가해 검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조사반의 수질검사를 받지 못한 지역은 불안감을 표시합니다.

환경부는 문제가 제기되자 조사반의 수질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기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질검사 항목을 늘렸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달 안에는 정상화될까?

환경부는 정수장 청소, 송수관로의 오염된 물빼기 작업을 마치려면 이달 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 상황에 따라 22일부터 차례로 수돗물이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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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수돗물, 안심하고 써? 말아?
    • 입력 2019-06-19 17:09:41
    취재K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지 21일째입니다. 어제는 정부합동조사반의 수돗물 사태 원인 중간조사 결과 발표도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100% 인재'입니다. 물길을 바꾸는 과정에서 인천시는 충분한 준비가 없었고, 대응도 임기응변식이었습니다.

인천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와 무능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웠다니요. 언제까지 생수로 세수하고 쌀을 씻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나 필터를 대면 검은 알갱이가 눈에 보인다.
"먹어도 되지만 권장하는 건 아니다?"

정부합동조사반은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 현재는 모두 먹는 물 수질기준을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색하는 경우에는 직접 마시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질은 괜찮지만 먹는 걸 권하지는 않는다니 무슨 말일까요?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수질 기준은 만족하지만 육안으로 알갱이가 보이고, 필터 색깔이 너무 빨리 바뀌는데 그 물을 주민들께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세탁 등 생활용수로는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초기에 인천시가 주민들에게 "수질에 문제없다, 우리도 다 먹는다"라며 수질검사 결과만 가지고 대응했던 게 주민 불안을 더 키웠다는 점을 의식한 걸로 보입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한 탁도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눈에 부유물이 보이는데도 기술적으로 정한 탁도 수치가 기준치 아래이기 때문에 그걸 괜찮다고 할 수 있느냐"며 "부유물이 보이면 심미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먹는 물 기준이 사용하는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검은 알갱이'는 무엇일까요?


한국수자원공사가 검은 알갱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과 망간, 철이 주를 이뤘습니다. 보통 깨끗한 필터는 탄소가 99%, 기타 무기원소가 1% 정도입니다. 그런데 인천지역의 오염된 필터는 알루미늄이 36~60%까지 나왔고, 망간 14~25%, 철도 최대 13.7%까지 나왔습니다.
정부조사반은 이 성분들이 통상 수도관의 물때 성분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망간과 철상분이 수돗물 착색을 유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철, 망간, 알루미늄... 인체 유해성은?

정부조사반은 이런 검은 알갱이 성분의 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필터 색깔을 변색시키기는 '심미적 영향물질'이긴 하지만 검출량은 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정부조사반이 수질 검사한 결과입니다. 학교와 배수지, 아파트 등의 수도꼭지에서 채수한 수돗물 성분입니다. 알루미늄과 망간, 철뿐 아니라 18가지 항목 모두 기준치 이내입니다. 건강에 해를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철이나 망간은 토양에도 있는 성분이고 기준치 아래로 검출됐으니 전혀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루미늄의 경우는 정수장에서 물을 정수할 때 오염물질 응집제로 쓰여 수돗물에서 미량 검출되는 성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시 수질검사 믿을 수 없어"

하지만 주민들은 검사 자체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천시는 수질 민원이 들어온 1,071곳에 대해 수질검사를 했습니다. 평상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수질검사 요청이 들어왔을 때 실시하는 11가지 간이항목만 검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조사반은 주민들의 중금속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알루미늄과 암모니아성 질소, 대장균 등 7가지 항목을 추가해 검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조사반의 수질검사를 받지 못한 지역은 불안감을 표시합니다.

환경부는 문제가 제기되자 조사반의 수질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기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질검사 항목을 늘렸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달 안에는 정상화될까?

환경부는 정수장 청소, 송수관로의 오염된 물빼기 작업을 마치려면 이달 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 상황에 따라 22일부터 차례로 수돗물이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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