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강제노역, 김정은이 배상하라”

입력 2019.06.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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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北 국무위원장 상대 민사소송 시작

'피고 :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인권 유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법원에서 소송 당사자로 김 위원장의 이름이 올라간 재판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6·25 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쟁 도중 북한군 포로가 돼 북한에서 수년간 강제노역을 한 한 모 씨와 노 모 씨. 한 씨 등은 1953년 9월부터 33개월간 북한 당국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체제였지만,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쳐 손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권력이 그대로 승계된 만큼 김 위원장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에게 소송 서류가 전달될 수 없어, 3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다 최근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게 됐습니다. 공시송달은 피고가 물리적으로 소송서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2주 동안 사건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뒤 재판 절차에 돌입하는 제도입니다.


승소하면 北으로부터 배상금 받을 수 있을까?

오늘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은 김 위원장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한 씨 측만 출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한 씨 측 변호인단 대표를 맡은 김현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호인단에게도 재판 진행사항을 일체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의 진행과정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선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 씨 측이 승소한다 해도,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금을 받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법원의 판결을 다른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았지만, 일본 정부까지 나서 반발해 지금까지도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北 저작료 통해 손해배상 받을 계획"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 북한이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판결에 대해 선뜻 따르리라 기대하기는 더 힘듭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북한이 5천6백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도 북한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 변호사는 "국내 방송사 등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고 낸 저작료 약 20억 원 정도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받아 우리 법원에 공탁해 놓았다"며 "이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북한이 저작권료를 송금받은 적이 없어, 이를 북한 당국과 김 위원장의 자산으로 보고 압류·지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쟁점을 안은 채 재판부는 오는 8월, 변론준비기일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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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군포로 강제노역, 김정은이 배상하라”
    • 입력 2019-06-21 16:43:09
    취재K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 상대 민사소송 시작

'피고 :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인권 유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법원에서 소송 당사자로 김 위원장의 이름이 올라간 재판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6·25 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쟁 도중 북한군 포로가 돼 북한에서 수년간 강제노역을 한 한 모 씨와 노 모 씨. 한 씨 등은 1953년 9월부터 33개월간 북한 당국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못 받은 임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1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체제였지만,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쳐 손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권력이 그대로 승계된 만큼 김 위원장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에게 소송 서류가 전달될 수 없어, 3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다 최근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게 됐습니다. 공시송달은 피고가 물리적으로 소송서류를 받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2주 동안 사건 관련 내용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뒤 재판 절차에 돌입하는 제도입니다.


승소하면 北으로부터 배상금 받을 수 있을까?

오늘 열린 첫 변론준비기일은 김 위원장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한 씨 측만 출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한 씨 측 변호인단 대표를 맡은 김현 변호사는 "재판부가 변호인단에게도 재판 진행사항을 일체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의 진행과정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선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 씨 측이 승소한다 해도, 북한으로부터 실제 배상금을 받기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법원의 판결을 다른 국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았지만, 일본 정부까지 나서 반발해 지금까지도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北 저작료 통해 손해배상 받을 계획"

다른 나라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 북한이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판결에 대해 선뜻 따르리라 기대하기는 더 힘듭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북한이 5천6백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도 북한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현 변호사는 "국내 방송사 등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고 낸 저작료 약 20억 원 정도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받아 우리 법원에 공탁해 놓았다"며 "이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북한이 저작권료를 송금받은 적이 없어, 이를 북한 당국과 김 위원장의 자산으로 보고 압류·지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쟁점을 안은 채 재판부는 오는 8월, 변론준비기일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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