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쳐도 못 쉬어요”…고통 강요받는 집배원들

입력 2019.06.21 (21:38) 수정 2019.06.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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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집배원들은 업무 도중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그 실태를 성용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손등과 손목에 덕지덕지 반창고가 붙어 있고, 한쪽 눈 주변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집배원 맹명재 씨는 얼마 전 우편물을 배달하다 넘어져 얼굴 뼈가 부러졌습니다.

올 초에도 배달 도중 사고를 당해 어깨뼈에 6개월 치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서둘러 업무에 복귀했다가 이틀 만에 또 사고를 당했습니다.

[맹명재/우체국 집배원 : "오른쪽 어깨 부분이 아픈 상태에서 힘이 안 들어가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뒷바퀴가 많이 흔들리는 바람에..."]

결원이 생기면 인력보충이 안 되고 동료들이 배달물량을 떠안기 때문에 맘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복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빠짐으로써 두 명이 맡아야 하는, 일하는 양이 더 많아지거든요. 항상 여기 있으면서 지난번에 다치면서도 그렇고 가장 미안하게 생각해요. 팀원들에게."]

다른 집배원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쳐도 석고붕대를 감은 채 배달을 끝내야 했습니다.

[김OO/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해서 차량을 끌고 제가 직접 깁스를 한 상태에서 배달했습니다."]

실제로 집배원 한 명이 한 해 평균 4차례 정도 안전사고를 당하지만, 병가를 내고 쉬는 사람은 30% 도 안되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7백 80여 건의 집배원 안전사고가 일어났고, 지난 10년간 160여 명의 집배원이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등으로 숨졌습니다.

KBS 뉴스 성용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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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쳐도 못 쉬어요”…고통 강요받는 집배원들
    • 입력 2019-06-21 21:41:02
    • 수정2019-06-21 21: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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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집배원들은 업무 도중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그 실태를 성용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손등과 손목에 덕지덕지 반창고가 붙어 있고, 한쪽 눈 주변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집배원 맹명재 씨는 얼마 전 우편물을 배달하다 넘어져 얼굴 뼈가 부러졌습니다.

올 초에도 배달 도중 사고를 당해 어깨뼈에 6개월 치료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서둘러 업무에 복귀했다가 이틀 만에 또 사고를 당했습니다.

[맹명재/우체국 집배원 : "오른쪽 어깨 부분이 아픈 상태에서 힘이 안 들어가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뒷바퀴가 많이 흔들리는 바람에..."]

결원이 생기면 인력보충이 안 되고 동료들이 배달물량을 떠안기 때문에 맘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복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빠짐으로써 두 명이 맡아야 하는, 일하는 양이 더 많아지거든요. 항상 여기 있으면서 지난번에 다치면서도 그렇고 가장 미안하게 생각해요. 팀원들에게."]

다른 집배원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쳐도 석고붕대를 감은 채 배달을 끝내야 했습니다.

[김OO/우체국 집배원/음성변조 :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해서 차량을 끌고 제가 직접 깁스를 한 상태에서 배달했습니다."]

실제로 집배원 한 명이 한 해 평균 4차례 정도 안전사고를 당하지만, 병가를 내고 쉬는 사람은 30% 도 안되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7백 80여 건의 집배원 안전사고가 일어났고, 지난 10년간 160여 명의 집배원이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등으로 숨졌습니다.

KBS 뉴스 성용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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