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SPA 여름세일 ‘득템’ 찬스?…오늘 산 옷, 몇번이나 입을까

입력 2019.06.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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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로이터

이른바 '득템'의 계절이 왔습니다. 인기 SPA브랜드 '자라(ZARA)'와 '에이치앤엠(H&M)'이 19일부터 온·오프라인 세일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망고(MANGO)'와 '마시모두띠'는 이미 지난주 시즌오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봄·여름 신상품을 최대 50~60%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에 소비자는 마음이 급합니다. 지난 20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는 '자라 온라인스토어'가 한동안 올라 있었습니다. 세일 시작 반나절도 안 돼 인기 상품들은 품절됐습니다.

SPA브랜드는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모든 단계를 스스로 하는 브랜드를 말합니다. 원가를 낮추고 유통단계를 줄여 '싼'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킵니다. 정가도 비싸지 않은데 세일까지 더해지면 '몇 번 입고 버려도 아까울 게 없는' 가격이 됩니다. 올해 유행하는 컬러의 티셔츠를 단돈 몇천 원에 사 입다가 내년에는 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른바 '패스트패션'입니다.


일회용품 돼버린 '옷'…"겨우 7번 입고 버린다"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패스트패션'을 빠르게 퍼뜨리면서 전 세계 옷 소비량은 파격적으로 늘었습니다. 2016년 미국의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컴퍼니가 발표한 보고서(Style that's sustainable: A new fast-fashion formula)를 보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현재 1년에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이 넘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의 평균 옷 구매량도 60%나 늘었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옷은 많아지니 몇 번 안 입고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요즘 소비자가 옷을 보관하는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SPA브랜드 제품처럼 '싼' 옷들은 평균 7~8번만 입고 버려진다고 추정합니다.

버려진 헌 옷더미가 쌓여있다.버려진 헌 옷더미가 쌓여있다.

살 때 그렇게 예뻤던 옷도 버릴 땐 결국 쓰레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나오는 의류폐기물은 2014년 기준 7만 4천 톤 가량, 티셔츠 무게(100g)로 바꾸면 무려 7억 장이 넘는 옷이 매년 쓰레기가 됩니다. '싼 옷'은 입는 동안에도 자연을 파괴합니다. 저렴한 옷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값싼 합성섬유에서는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흘러나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옷을 만드는 과정도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 세계 폐수의 20%, 탄소배출량의 10%는 옷을 만들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모든 항공과 선박에서 나오는 양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입다 버리면 그만'이 아닌 겁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패스트패션’ 반대 그린피스 캠페인. (출처:AFP)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패스트패션’ 반대 그린피스 캠페인. (출처:AFP)

국제사회는 더 늦기 전에 대안 모색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이 나왔습니다. 2030년까지 패션업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버버리, H&M그룹 등 43개 글로벌 패션 기업이 헌장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4배 많은 의류 쓰레기가 나온다고 알려진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국 하원 환경검사위원회(EAC)는 지난해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국 내 의류 생산 공장과 유통 과정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한 해 의류 재활용에 들어갈 재원 3,500만 파운드(한화 약 516억 원)를 마련하기 위해 의류 생산자에게 옷 1개당 수수료 1페니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주도적으로 대안이 마련되는 모습입니다. 최근 몇 년 패션업계는 이른바 '윤리적 패션'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안에서 '업사이클링' 라벨을 따로 만들거나, 버려진 점퍼로 만든 가방, 친환경 소재 운동화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친환경'에 눈 뜬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기업들은 더 경쟁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유럽과 같은 정책적 고민이 깊지 않은 현실이 아쉽지만, 어쩌면 '착한' 경쟁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안 사면 안 팔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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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SPA 여름세일 ‘득템’ 찬스?…오늘 산 옷, 몇번이나 입을까
    • 입력 2019-06-23 10:02:28
    취재K
출처: 로이터

이른바 '득템'의 계절이 왔습니다. 인기 SPA브랜드 '자라(ZARA)'와 '에이치앤엠(H&M)'이 19일부터 온·오프라인 세일에 들어갔습니다. 앞서 '망고(MANGO)'와 '마시모두띠'는 이미 지난주 시즌오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봄·여름 신상품을 최대 50~60%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에 소비자는 마음이 급합니다. 지난 20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에는 '자라 온라인스토어'가 한동안 올라 있었습니다. 세일 시작 반나절도 안 돼 인기 상품들은 품절됐습니다.

SPA브랜드는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모든 단계를 스스로 하는 브랜드를 말합니다. 원가를 낮추고 유통단계를 줄여 '싼' 제품을 '빠르게' 회전시킵니다. 정가도 비싸지 않은데 세일까지 더해지면 '몇 번 입고 버려도 아까울 게 없는' 가격이 됩니다. 올해 유행하는 컬러의 티셔츠를 단돈 몇천 원에 사 입다가 내년에는 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른바 '패스트패션'입니다.


일회용품 돼버린 '옷'…"겨우 7번 입고 버린다"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패스트패션'을 빠르게 퍼뜨리면서 전 세계 옷 소비량은 파격적으로 늘었습니다. 2016년 미국의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컴퍼니가 발표한 보고서(Style that's sustainable: A new fast-fashion formula)를 보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현재 1년에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이 넘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의 평균 옷 구매량도 60%나 늘었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옷은 많아지니 몇 번 안 입고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요즘 소비자가 옷을 보관하는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SPA브랜드 제품처럼 '싼' 옷들은 평균 7~8번만 입고 버려진다고 추정합니다.

버려진 헌 옷더미가 쌓여있다.
살 때 그렇게 예뻤던 옷도 버릴 땐 결국 쓰레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나오는 의류폐기물은 2014년 기준 7만 4천 톤 가량, 티셔츠 무게(100g)로 바꾸면 무려 7억 장이 넘는 옷이 매년 쓰레기가 됩니다. '싼 옷'은 입는 동안에도 자연을 파괴합니다. 저렴한 옷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값싼 합성섬유에서는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흘러나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옷을 만드는 과정도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 세계 폐수의 20%, 탄소배출량의 10%는 옷을 만들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모든 항공과 선박에서 나오는 양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입다 버리면 그만'이 아닌 겁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패스트패션’ 반대 그린피스 캠페인. (출처:AFP)
국제사회는 더 늦기 전에 대안 모색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패션산업 헌장'이 나왔습니다. 2030년까지 패션업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버버리, H&M그룹 등 43개 글로벌 패션 기업이 헌장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4배 많은 의류 쓰레기가 나온다고 알려진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국 하원 환경검사위원회(EAC)는 지난해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국 내 의류 생산 공장과 유통 과정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한 해 의류 재활용에 들어갈 재원 3,500만 파운드(한화 약 516억 원)를 마련하기 위해 의류 생산자에게 옷 1개당 수수료 1페니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주도적으로 대안이 마련되는 모습입니다. 최근 몇 년 패션업계는 이른바 '윤리적 패션'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안에서 '업사이클링' 라벨을 따로 만들거나, 버려진 점퍼로 만든 가방, 친환경 소재 운동화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친환경'에 눈 뜬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기업들은 더 경쟁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유럽과 같은 정책적 고민이 깊지 않은 현실이 아쉽지만, 어쩌면 '착한' 경쟁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안 사면 안 팔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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