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① 검사비 차이 120배의 비밀…실손보험 ‘두더지 게임’

입력 2019.06.25 (12:40) 수정 2019.06.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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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뭘까요? 2017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를 보면, 33개 주요 수술 중에서 1위는 백내장 수술입니다. 한 해 동안 수술 환자는 37만여 명. 수술 건수는 54만 건에 달합니다.

연평균 수술 건수의 증감률을 보면 백내장 수술은 5.9%인데요, 전체 평균인 2.5%보다 2배 넘게 높습니다.

유독 백내장 수술만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국민이 백내장 취약한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50대 주부와 함께 백내장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강남의 한 안과를 방문했습니다. 이 여성은 석 달 전에 갔던 병원에서는 백내장을 비롯해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 겁니다.

A 병원 상담사
백내장은 노안이랑 같이 와요. 초기 때 50대도 수술하시고요. 60대도 수술을 해요. (수정체가) 하얗잖아요. 이렇게. 하얗게. 비슷비슷해요. 흰머리가 여기만 생기는 게 아니라 같이 생기듯이 그렇게 생기는 거라서...


처음엔 수술비가 한쪽 눈에 425만 원, 양쪽 눈에는 850만 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엔 할인가로 7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비의 절반 정도가 검사비인데, 실손 보험금으로 80%는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A 병원 상담사
850(만원)이신데, 이후 실비 드신 분들은 할인 폭 있어요 700(만원)까지는 해드릴 수 있거든요, 검사비용이 360 정도가 나오는데, 80% 받을 실수 있어요. 그렇게는 저희가 해드릴 수가 있긴 한데...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수술에 필요한 검사는 이날 다 받았는데, 비용은 2만 7천 원에 불과했습니다. 수술 당일에도 간단한 시력검사만 받는다고 합니다. 3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검사비는 도대체 어떻게 책정된 걸까요?

A 병원 상담사
그때는 시력 검사 하나만 하고 바로 그다음에 약 설명 듣고 바로 들어가시는 거여서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요. 오늘은 검사가 중요하죠. 렌즈도 선택하고 해야 하니까.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안과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아예 '백내장 수술 관련 비급여 비용' 이란 안내문을 붙여놓았습니다.

전체 수술비는 760만 원인데, 수정체 길이 등을 측정하는 계측 검사는 135만 원, 초음파 검사는 189만 원입니다. 검사비를 합하면 324만 원인데, 이것도 한쪽 눈일 때 비용입니다. 따져보면 검사비가 648만 원으로 전체 수술비의 85%를 차지하는 겁니다.

B 병원 상담사
저거(안내문)는 수술을 하실 때 필요한 검사를 저희가 기재해놓은 거고요. 오늘 (검사) 하시는 거면 2만 원 안쪽으로만 나오시는 거예요. 백내장 수술 자체가 760만 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실 거 같아요. 수술비에 검사비나 렌즈비나 재료나 다 포함이 돼 있으신 거예요


국내의 한 손해보험사가 2016년 7월부터 1년 동안 실제로 지급한 실손보험금과 비교해봤습니다.


초음파 검사 진료비용은 의원급의 경우 최저 만원이었고, 최대 120만 원이었습니다. 계측검사 역시 최저가 만 5천 원이었고, 최대 260만 원이었습니다. B 의원과 비교해보면 검사비용이 최대 189배나 차이 납니다.

백내장 수술 검사비가 이렇게 늘기 시작한 건 대략 2016년부터입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눈 속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안에 인공 수정체라는 걸 집어넣습니다. 인공 수정체에는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 등이 있는데요.

단초점 렌즈는 국민 건강 보험이 적용됐고, 다초점 렌즈는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고 보험금이 과도하게 청구하는 경우가 늘자, 금융감독원이 2016년 보험 약관을 개정했습니다. 다초점 렌즈는 시력 교정술이라며 실손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익원인 실손 보험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초점 렌즈를 유도하면서도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가 없는, 비급여 항목인 검사비를 부풀리는 관행이 생겨난 이유입니다.

환자를 소개해주고 안과 측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는 보험설계사는 검사비가 사실상 실손보험을 타낼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환자에게 큰 부담 없이 병원 수입을 늘릴 방법으로 실손보험을 이용한단 겁니다.

보험설계사
죄책감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거죠. 내가 보험 가입했는데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거 받은 거다 하는 거고. 병원 입장에선 환자에게 돈 받게 해주는데 뭐가 문제냐. 서로 좋다. 나는 이득을 남겨 좋고 환자는 거의 공짜 치료해서 좋고.


환자도 좋고 병원도 좋으니까 정말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왜곡된 실손 보험은 보험사 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자, 더 나아가 건보 재정 악화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 2편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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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내장 수술]① 검사비 차이 120배의 비밀…실손보험 ‘두더지 게임’
    • 입력 2019-06-25 12:40:02
    • 수정2019-06-25 13:12:21
    취재K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뭘까요? 2017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를 보면, 33개 주요 수술 중에서 1위는 백내장 수술입니다. 한 해 동안 수술 환자는 37만여 명. 수술 건수는 54만 건에 달합니다.

연평균 수술 건수의 증감률을 보면 백내장 수술은 5.9%인데요, 전체 평균인 2.5%보다 2배 넘게 높습니다.

유독 백내장 수술만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국민이 백내장 취약한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50대 주부와 함께 백내장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강남의 한 안과를 방문했습니다. 이 여성은 석 달 전에 갔던 병원에서는 백내장을 비롯해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 겁니다.

A 병원 상담사
백내장은 노안이랑 같이 와요. 초기 때 50대도 수술하시고요. 60대도 수술을 해요. (수정체가) 하얗잖아요. 이렇게. 하얗게. 비슷비슷해요. 흰머리가 여기만 생기는 게 아니라 같이 생기듯이 그렇게 생기는 거라서...


처음엔 수술비가 한쪽 눈에 425만 원, 양쪽 눈에는 850만 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엔 할인가로 7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비의 절반 정도가 검사비인데, 실손 보험금으로 80%는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A 병원 상담사
850(만원)이신데, 이후 실비 드신 분들은 할인 폭 있어요 700(만원)까지는 해드릴 수 있거든요, 검사비용이 360 정도가 나오는데, 80% 받을 실수 있어요. 그렇게는 저희가 해드릴 수가 있긴 한데...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수술에 필요한 검사는 이날 다 받았는데, 비용은 2만 7천 원에 불과했습니다. 수술 당일에도 간단한 시력검사만 받는다고 합니다. 3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검사비는 도대체 어떻게 책정된 걸까요?

A 병원 상담사
그때는 시력 검사 하나만 하고 바로 그다음에 약 설명 듣고 바로 들어가시는 거여서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요. 오늘은 검사가 중요하죠. 렌즈도 선택하고 해야 하니까.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안과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아예 '백내장 수술 관련 비급여 비용' 이란 안내문을 붙여놓았습니다.

전체 수술비는 760만 원인데, 수정체 길이 등을 측정하는 계측 검사는 135만 원, 초음파 검사는 189만 원입니다. 검사비를 합하면 324만 원인데, 이것도 한쪽 눈일 때 비용입니다. 따져보면 검사비가 648만 원으로 전체 수술비의 85%를 차지하는 겁니다.

B 병원 상담사
저거(안내문)는 수술을 하실 때 필요한 검사를 저희가 기재해놓은 거고요. 오늘 (검사) 하시는 거면 2만 원 안쪽으로만 나오시는 거예요. 백내장 수술 자체가 760만 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실 거 같아요. 수술비에 검사비나 렌즈비나 재료나 다 포함이 돼 있으신 거예요


국내의 한 손해보험사가 2016년 7월부터 1년 동안 실제로 지급한 실손보험금과 비교해봤습니다.


초음파 검사 진료비용은 의원급의 경우 최저 만원이었고, 최대 120만 원이었습니다. 계측검사 역시 최저가 만 5천 원이었고, 최대 260만 원이었습니다. B 의원과 비교해보면 검사비용이 최대 189배나 차이 납니다.

백내장 수술 검사비가 이렇게 늘기 시작한 건 대략 2016년부터입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눈 속의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안에 인공 수정체라는 걸 집어넣습니다. 인공 수정체에는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 등이 있는데요.

단초점 렌즈는 국민 건강 보험이 적용됐고, 다초점 렌즈는 실손 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고 보험금이 과도하게 청구하는 경우가 늘자, 금융감독원이 2016년 보험 약관을 개정했습니다. 다초점 렌즈는 시력 교정술이라며 실손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익원인 실손 보험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초점 렌즈를 유도하면서도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가 없는, 비급여 항목인 검사비를 부풀리는 관행이 생겨난 이유입니다.

환자를 소개해주고 안과 측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는 보험설계사는 검사비가 사실상 실손보험을 타낼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환자에게 큰 부담 없이 병원 수입을 늘릴 방법으로 실손보험을 이용한단 겁니다.

보험설계사
죄책감 같은 건 있을 수 없는 거죠. 내가 보험 가입했는데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거 받은 거다 하는 거고. 병원 입장에선 환자에게 돈 받게 해주는데 뭐가 문제냐. 서로 좋다. 나는 이득을 남겨 좋고 환자는 거의 공짜 치료해서 좋고.


환자도 좋고 병원도 좋으니까 정말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왜곡된 실손 보험은 보험사 뿐만 아니라 보험 가입자, 더 나아가 건보 재정 악화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 2편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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