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아져’ 커피에 타준 게 필로폰”…마약 상담 6년 새 4배↑

입력 2019.06.25 (13:51) 수정 2019.06.25 (14: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내일(26일)은 UN이 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입니다. 마약류 예방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단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가 이날을 맞아 마약류 중독자 상담 내역을 KBS에 제공했습니다. 국내 마약 퇴치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마퇴본부의 자료를 통해 국내 마약 문제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례1. 30대/여성/필로폰 중독

A씨는 일을 잠시 쉬면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바에서 만난 손님과 곧 지속적으로 만나게 됐는데, 그 손님이 A씨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커피에 약을 타줬답니다. 그게 A씨의 첫 마약이었습니다.

A씨는 처음엔 무슨 약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곧 주사로 투약을 하게 됐고, 그 약이 '필로폰'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첫 투약 이후 몇 차례 더 투약하게 되면서 A는 금방 중독자가 됐습니다. 약을 갈망했지만, 투약하면 환청과 환각,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A씨는 마퇴본부를 찾았습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예방사업팀장은 "마약 상담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앙본부를 포함한 전국 마퇴본부 상담 내역을 보니, 2013년 천3백여 건이던 상담 실적이 지난해에는 6천 건에 육박했습니다. 4배 넘게 증가한 겁니다.


상담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미상'입니다. 범법인 마약의 특성상, 상담자의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10대도 12명에 달했습니다.

직업별로는 ('미상'을 제외하고) '무직'과 '수감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회사원, 자영업, 학생 등 평범한 직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전문직이나 주부가 마약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례2. 30대/남성/졸피뎀(수면제) 중독

B씨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잠이 안 오는 날이 찾아왔고, B씨는 불안해하면서 약의 양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약이 부족해졌고, 여동생에게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수면제를 구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처방받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B씨는 하루에 수면제 6알에서 10알이 필요합니다.

약물로 인해 기억을 못하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 쓰러져 자기도 했습니다. 후유증이 두려워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2년 동안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 지속적으로 중독이 재발했습니다.

[연관 기사] 고유정이 썼다는 ‘졸피뎀’이 뭐길래


마퇴본부 상담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처방약 중독 환자가 늘었다"는 겁니다. 기존엔 대마초, 필로폰 등 '전통적인' 마약 위주로 상담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수면제, 살 빼는 약, 신경안정제 등 처방약 의존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4월까지의 상담 내역을 비교해본 결과, 살 빼는 약·수면제·흡입제 등의 상담 비율이 늘었습니다. 특히 마취제 의존이 늘었는데, 이는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 의존이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이미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마초와 엑스터시 마약류 중독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독자의 책상.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약(斷藥)' 배지가 노트북 옆에 놓여있다.대마초와 엑스터시 마약류 중독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독자의 책상.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약(斷藥)' 배지가 노트북 옆에 놓여있다.

중독자A와 중독자B가 '단약(斷藥)'의 실마리를 얻은 건 마퇴본부의 '사례관리' 덕분이었습니다. '사례관리'란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연계해주고 이후 자조모임과 상담 등을 통해 사후 관리를 해주는 활동입니다.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자 등 주로 장기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마퇴본부는 지난해 99명의 중독자를 '사례관리'하며 모니터링했습니다.

마퇴본부는 중독 회복자가 늘어나야 마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사례관리'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중독은 호기심에 찾아오는 급성질환이자,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분 좋아져’ 커피에 타준 게 필로폰”…마약 상담 6년 새 4배↑
    • 입력 2019-06-25 13:51:20
    • 수정2019-06-25 14:01:02
    취재K
내일(26일)은 UN이 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입니다. 마약류 예방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단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가 이날을 맞아 마약류 중독자 상담 내역을 KBS에 제공했습니다. 국내 마약 퇴치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마퇴본부의 자료를 통해 국내 마약 문제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례1. 30대/여성/필로폰 중독

A씨는 일을 잠시 쉬면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바에서 만난 손님과 곧 지속적으로 만나게 됐는데, 그 손님이 A씨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커피에 약을 타줬답니다. 그게 A씨의 첫 마약이었습니다.

A씨는 처음엔 무슨 약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곧 주사로 투약을 하게 됐고, 그 약이 '필로폰'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첫 투약 이후 몇 차례 더 투약하게 되면서 A는 금방 중독자가 됐습니다. 약을 갈망했지만, 투약하면 환청과 환각,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A씨는 마퇴본부를 찾았습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예방사업팀장은 "마약 상담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앙본부를 포함한 전국 마퇴본부 상담 내역을 보니, 2013년 천3백여 건이던 상담 실적이 지난해에는 6천 건에 육박했습니다. 4배 넘게 증가한 겁니다.


상담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미상'입니다. 범법인 마약의 특성상, 상담자의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10대도 12명에 달했습니다.

직업별로는 ('미상'을 제외하고) '무직'과 '수감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회사원, 자영업, 학생 등 평범한 직업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전문직이나 주부가 마약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사진 속 인물은 사례의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례2. 30대/남성/졸피뎀(수면제) 중독

B씨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잠이 안 오는 날이 찾아왔고, B씨는 불안해하면서 약의 양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약이 부족해졌고, 여동생에게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수면제를 구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처방받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B씨는 하루에 수면제 6알에서 10알이 필요합니다.

약물로 인해 기억을 못하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 쓰러져 자기도 했습니다. 후유증이 두려워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2년 동안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 지속적으로 중독이 재발했습니다.

[연관 기사] 고유정이 썼다는 ‘졸피뎀’이 뭐길래


마퇴본부 상담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는 "처방약 중독 환자가 늘었다"는 겁니다. 기존엔 대마초, 필로폰 등 '전통적인' 마약 위주로 상담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수면제, 살 빼는 약, 신경안정제 등 처방약 의존으로 인한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4월까지의 상담 내역을 비교해본 결과, 살 빼는 약·수면제·흡입제 등의 상담 비율이 늘었습니다. 특히 마취제 의존이 늘었는데, 이는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 의존이 늘어났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이미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마초와 엑스터시 마약류 중독에서 회복하고 있는 중독자의 책상.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약(斷藥)' 배지가 노트북 옆에 놓여있다.
중독자A와 중독자B가 '단약(斷藥)'의 실마리를 얻은 건 마퇴본부의 '사례관리' 덕분이었습니다. '사례관리'란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연계해주고 이후 자조모임과 상담 등을 통해 사후 관리를 해주는 활동입니다.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자 등 주로 장기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마퇴본부는 지난해 99명의 중독자를 '사례관리'하며 모니터링했습니다.

마퇴본부는 중독 회복자가 늘어나야 마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사례관리'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중독은 호기심에 찾아오는 급성질환이자,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