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대형마트 계산원이 단 2명?…무인화의 ‘명과 암’

입력 2019.06.25 (18:07) 수정 2019.06.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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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마트나 가게에 가면 점원 대신 기계가 손님을 맞는 상점이 많아졌는데요.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해결할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빨라지는 무인화 흐름의 명과 암, 경제부 황경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황 기자, 요새는 어딜 가도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얼마나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무인화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유통업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마트가 이달 초에 재개장한 서울 창동점 사례를 들 수 있겠는데요.

20년 넘은 매장을 리뉴얼해서 무인화 계산대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전체 계산대 18대의 90%인 16대가 무인이고, 계산원이 직접 계산하는 건 2대 뿐입니다.

사실 대형 마트들이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들여놓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매장 전체를 무인화한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앵커]

본격적으로 무인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인데, 사실 요즘엔 어딜가나 무인계산대가 있잖아요?

[기자]

네, 무인 계산대 정도는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대형마트 3사가 무인계산대를 얼마나 설치했나 살펴봤더니, 이마트는 80여 개 점포에 450여대로 가장 많았습니다.

홈플러스가 88개 점포에 392대, 롯데마트는 46개 점포에 441대를 들여놨습니다.

대형마트만 이런 것도 아닙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은 물론이고요.

동네 작은 커피숍이나 분식집까지, 점원 대신 '키오스크' 라는 결제·주문 기계를 들여놓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점주 입장에서는 사람 관리도 안 해도 되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서 선호하게 되는 거죠.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 동안 4배나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통이나 외식업계 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도 무인 점포를 늘리고 있고, 무인 주차장이나 약국까지 생기는 추세입니다.

[앵커]

이렇게 무인화가 점점 빨라지는 건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마트에서 무인계산대를 쓰는 소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장다겸/서울 도봉구 :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한 것 같아서 저같이 혼자 살고 조금만 사는 사람들은 더 편리한 것 같아요."]

[김영아/서울 도봉구 : "편리한 점도 많이 있어요. 노인들이라고 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는 사람도 꽤 많아요. 선진국이 다 하는데 우리나라라고 안 하면 되겠어요? 해야지."]

이렇게 무인서비스를 선호하는 건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 전체 현상입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 즉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라는 겁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예전처럼 직접 전화로 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카카오톡 등 SNS로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언택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어서 무인화는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편해서 좋아한다는 건데,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소외받는다는 지적도 나오잖아요.

[기자]

무인화의 그늘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새로운 기계나 디지털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 등은 이런 무인화 흐름 속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 중에 만난 어르신 한 분도 '배우려고 해도 자꾸 잊어버린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이병애/서울 도봉구 : "어렵죠. 뭐해라 뭐해라 하는 게 입력이 안된다니까. 가르쳐줘도 우리 못해요. 오늘은 할 수 있지만 내일은 못 해."]

무인화의 확산은 소비자만 소외시키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위협받게 됐습니다.

당장 대형마트 계산대 점원들은 무인 계산대 설치를 비판하며 여러차례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전수찬/마트노조 이마트지부위원장 :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나에게도 곧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 계산원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불안정안 고용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지죠.

내 직업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계는 사람보다 빠르게 더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일자리의 43%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습니다.

[앵커]

사실 단순 서비스직뿐 아니라 변호사나 판사, 의사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업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인데 대비를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세계적인 흐름, 시대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특성 등을 자세히 분석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데요.

무인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도우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잘 구축돼야 하겠고요.

인구 구조상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느냐, 이 요소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무인화 시대에 소외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없도록 디지털 교육 등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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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5 18:10:03
    • 수정2019-06-25 18: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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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마트나 가게에 가면 점원 대신 기계가 손님을 맞는 상점이 많아졌는데요.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편리한 점도 있지만, 해결할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빨라지는 무인화 흐름의 명과 암, 경제부 황경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황 기자, 요새는 어딜 가도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얼마나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무인화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유통업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마트가 이달 초에 재개장한 서울 창동점 사례를 들 수 있겠는데요.

20년 넘은 매장을 리뉴얼해서 무인화 계산대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전체 계산대 18대의 90%인 16대가 무인이고, 계산원이 직접 계산하는 건 2대 뿐입니다.

사실 대형 마트들이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들여놓는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매장 전체를 무인화한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앵커]

본격적으로 무인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인데, 사실 요즘엔 어딜가나 무인계산대가 있잖아요?

[기자]

네, 무인 계산대 정도는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대형마트 3사가 무인계산대를 얼마나 설치했나 살펴봤더니, 이마트는 80여 개 점포에 450여대로 가장 많았습니다.

홈플러스가 88개 점포에 392대, 롯데마트는 46개 점포에 441대를 들여놨습니다.

대형마트만 이런 것도 아닙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은 물론이고요.

동네 작은 커피숍이나 분식집까지, 점원 대신 '키오스크' 라는 결제·주문 기계를 들여놓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점주 입장에서는 사람 관리도 안 해도 되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서 선호하게 되는 거죠.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 동안 4배나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통이나 외식업계 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도 무인 점포를 늘리고 있고, 무인 주차장이나 약국까지 생기는 추세입니다.

[앵커]

이렇게 무인화가 점점 빨라지는 건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마트에서 무인계산대를 쓰는 소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장다겸/서울 도봉구 :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한 것 같아서 저같이 혼자 살고 조금만 사는 사람들은 더 편리한 것 같아요."]

[김영아/서울 도봉구 : "편리한 점도 많이 있어요. 노인들이라고 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는 사람도 꽤 많아요. 선진국이 다 하는데 우리나라라고 안 하면 되겠어요? 해야지."]

이렇게 무인서비스를 선호하는 건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 전체 현상입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 즉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라는 겁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예전처럼 직접 전화로 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카카오톡 등 SNS로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언택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어서 무인화는 더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편해서 좋아한다는 건데,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소외받는다는 지적도 나오잖아요.

[기자]

무인화의 그늘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새로운 기계나 디지털 시대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 등은 이런 무인화 흐름 속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 중에 만난 어르신 한 분도 '배우려고 해도 자꾸 잊어버린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이병애/서울 도봉구 : "어렵죠. 뭐해라 뭐해라 하는 게 입력이 안된다니까. 가르쳐줘도 우리 못해요. 오늘은 할 수 있지만 내일은 못 해."]

무인화의 확산은 소비자만 소외시키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위협받게 됐습니다.

당장 대형마트 계산대 점원들은 무인 계산대 설치를 비판하며 여러차례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전수찬/마트노조 이마트지부위원장 :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나에게도 곧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 계산원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불안정안 고용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지죠.

내 직업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계는 사람보다 빠르게 더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일자리의 43%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습니다.

[앵커]

사실 단순 서비스직뿐 아니라 변호사나 판사, 의사 같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직업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인데 대비를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세계적인 흐름, 시대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특성 등을 자세히 분석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데요.

무인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도우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잘 구축돼야 하겠고요.

인구 구조상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느냐, 이 요소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무인화 시대에 소외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없도록 디지털 교육 등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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