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우리 회사 조사해주세요” 임원이 청와대 탄원한 사연은?

입력 2019.06.26 (16:48) 수정 2019.06.26 (17: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에 도착한 탄원서 한 통

지난달(5월) 30일. 청와대에 탄원서 한 통이 등기우편으로 접수됐다. 지난 3월 항공운송면허를 받은 신생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김영규 감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한 탄원서다.

에어프레미아는 신규 면허를 취득한 뒤 한 달여 만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항공사의 대표이사 변경은 면허를 다시 심사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에어프레미아가 제출한 변경면허를 승인할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변경면허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에어프레미아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김영규 감사의 탄원 내용은 '변경면허를 승인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승인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사연일까?

김 감사는 탄원서에서 에어프레미아를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했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장점만을 결합해 장거리 전문 하이브리드 항공사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라는 '스타트업'에 들어온 엔젤투자자들이 국토부의 항공 면허발급 이후 등기이사가 되자마자 회사를 탈취했다는 게 김 감사의 주장이다. 김 감사는 회사 찬탈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 하더라도 치밀히 준비한 투기자본에 당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면서 스타트업의 꿈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끝나지 않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

김 감사의 주장은 에어프레미아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김종철 전 대표와 이를 둘러싼 에어프레미아의 내부 갈등상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양한 투자전문회사와 개인투자자, 투자펀드로 주주가 구성돼있다. 대주주는 95억 원을 투자한 서울리거코스메틱스라는 화장품 회사다. 최근에는 주식회사 세심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대표자는 에어프레미아의 각자대표인 심주엽 씨다. 심주엽 대표는 개인 명의로도 15억 원을 투자했다.

이밖에도 베스트1호투자조합이 70억 원, LA 교민투자자들이 45억 원, 페스트에어창업벤처가 35억 원, 농협 캡스톤 투자신탁이 3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이 낸 자본금 합계는 370억 원이다.

정리하자면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금을 댄 다양한 투자자들과 더불어 사업계획을 제시한 김종철 전 대표 등 항공업계 경험이 있는 경영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어프레미아에서 일어났던 경영권 분쟁은 돈을 낸 주주들과 등기이사, 경영진을 대표하는 김종철 전 대표 사이의 갈등인 셈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한 김 대표의 주도로 항공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항공기 도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다수 이사와 이견이 생겨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이사회가 김 대표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감사는 탄원서에서 "투기자본가세력은 최대 걸림돌인 항공전문가 김종철 대표를 배임, 횡령 등 불법적 해사행위가 전혀 없음에도 해임을 시도했다"면서 새로 임명된 대표와 부사장들은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경영이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변경면허를 받아주면 안 된다는 게 김 감사의 논리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의 현 경영진은 이 같은 김 감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사임은 김 전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대표 교체 이후에도 변경면허 승인과 운항증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에서 상무를 지낸 김세영 씨를 각자대표로 새로 임명하는 등 항공전문가를 충원해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책임경영차원에서 100억 원가량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일부의 주장처럼 지금 주주들이 이른바 '먹튀'같은 투기자본이라면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커지는 우려…고민 깊어지는 '면허권자' 국토부

지난 3월 국토부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3곳에 신규 항공면허를 발급했다. 한번에 세 군데나 면허를 내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덕분에 LCC 항공사는 6곳에서 9곳으로 단번에 50%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항공시장이 포화돼 서비스의 질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경쟁력 강화로 항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사업계획을 못 지키면 면허를 취소하는 조건부 승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면허 발급 직후인 지난 3월 에어로케이의 대주주가 대표를 바꾸려 하자 국토부는 사업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에 대해서는 대표자 변경을 반려하지 않고 변경면허 신청을 받아주면서 업체마다 다른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대표자 변경이 말이 되느냐"면서 대표자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지만 에어프레미아 측이 대표자 교체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을 접수한 국토부는 항공사업법에 따라 업무일 기준으로 25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심사기간이 더 필요할 경우 최장 25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변경면허에 대한 심사결과는 빠르면 7월 말, 늦으면 8월 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이용호 의원은 "현행 신규면허 발급 절차가 투기세력들에 의해 악용될 여지가 크고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이번 에어프레미아 논란은 개별 항공사 내 경영권 분쟁이 아닌 국내 항공 산업 전반의 문제로 조명돼야 한다"면서 국토부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항공사 파산에 영향을 미친 전례도 있다.

2005년 LCC인 한성항공은 출범 초기 경영권 분쟁을 겪었는데, 면허가 발급돼 결국 경영난으로 파산했다. 당시 국토부가 이를 무시하고 국토부가 항공사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논란 속에, 한성항공 전례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에 계획했던 사업자의 계획을 보고 면허를 내준 건데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은 항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우리 회사 조사해주세요” 임원이 청와대 탄원한 사연은?
    • 입력 2019-06-26 16:48:30
    • 수정2019-06-26 17:48:22
    취재K
청와대에 도착한 탄원서 한 통

지난달(5월) 30일. 청와대에 탄원서 한 통이 등기우편으로 접수됐다. 지난 3월 항공운송면허를 받은 신생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김영규 감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한 탄원서다.

에어프레미아는 신규 면허를 취득한 뒤 한 달여 만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항공사의 대표이사 변경은 면허를 다시 심사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에어프레미아가 제출한 변경면허를 승인할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변경면허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에어프레미아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김영규 감사의 탄원 내용은 '변경면허를 승인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승인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사연일까?

김 감사는 탄원서에서 에어프레미아를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했다.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장점만을 결합해 장거리 전문 하이브리드 항공사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라는 '스타트업'에 들어온 엔젤투자자들이 국토부의 항공 면허발급 이후 등기이사가 되자마자 회사를 탈취했다는 게 김 감사의 주장이다. 김 감사는 회사 찬탈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 하더라도 치밀히 준비한 투기자본에 당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면서 스타트업의 꿈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끝나지 않은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

김 감사의 주장은 에어프레미아에서 쫓겨나듯 물러난 김종철 전 대표와 이를 둘러싼 에어프레미아의 내부 갈등상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양한 투자전문회사와 개인투자자, 투자펀드로 주주가 구성돼있다. 대주주는 95억 원을 투자한 서울리거코스메틱스라는 화장품 회사다. 최근에는 주식회사 세심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대표자는 에어프레미아의 각자대표인 심주엽 씨다. 심주엽 대표는 개인 명의로도 15억 원을 투자했다.

이밖에도 베스트1호투자조합이 70억 원, LA 교민투자자들이 45억 원, 페스트에어창업벤처가 35억 원, 농협 캡스톤 투자신탁이 3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이 낸 자본금 합계는 370억 원이다.

정리하자면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금을 댄 다양한 투자자들과 더불어 사업계획을 제시한 김종철 전 대표 등 항공업계 경험이 있는 경영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어프레미아에서 일어났던 경영권 분쟁은 돈을 낸 주주들과 등기이사, 경영진을 대표하는 김종철 전 대표 사이의 갈등인 셈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한 김 대표의 주도로 항공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항공기 도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다수 이사와 이견이 생겨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이사회가 김 대표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감사는 탄원서에서 "투기자본가세력은 최대 걸림돌인 항공전문가 김종철 대표를 배임, 횡령 등 불법적 해사행위가 전혀 없음에도 해임을 시도했다"면서 새로 임명된 대표와 부사장들은 항공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경영이나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변경면허를 받아주면 안 된다는 게 김 감사의 논리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의 현 경영진은 이 같은 김 감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사임은 김 전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며, 대표 교체 이후에도 변경면허 승인과 운항증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에서 상무를 지낸 김세영 씨를 각자대표로 새로 임명하는 등 항공전문가를 충원해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책임경영차원에서 100억 원가량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일부의 주장처럼 지금 주주들이 이른바 '먹튀'같은 투기자본이라면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커지는 우려…고민 깊어지는 '면허권자' 국토부

지난 3월 국토부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3곳에 신규 항공면허를 발급했다. 한번에 세 군데나 면허를 내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덕분에 LCC 항공사는 6곳에서 9곳으로 단번에 50%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항공시장이 포화돼 서비스의 질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경쟁력 강화로 항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사업계획을 못 지키면 면허를 취소하는 조건부 승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면허 발급 직후인 지난 3월 에어로케이의 대주주가 대표를 바꾸려 하자 국토부는 사업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에 대해서는 대표자 변경을 반려하지 않고 변경면허 신청을 받아주면서 업체마다 다른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대표자 변경이 말이 되느냐"면서 대표자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지만 에어프레미아 측이 대표자 교체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을 접수한 국토부는 항공사업법에 따라 업무일 기준으로 25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 심사기간이 더 필요할 경우 최장 25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변경면허에 대한 심사결과는 빠르면 7월 말, 늦으면 8월 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 이용호 의원은 "현행 신규면허 발급 절차가 투기세력들에 의해 악용될 여지가 크고 국민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 이번 에어프레미아 논란은 개별 항공사 내 경영권 분쟁이 아닌 국내 항공 산업 전반의 문제로 조명돼야 한다"면서 국토부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항공사 파산에 영향을 미친 전례도 있다.

2005년 LCC인 한성항공은 출범 초기 경영권 분쟁을 겪었는데, 면허가 발급돼 결국 경영난으로 파산했다. 당시 국토부가 이를 무시하고 국토부가 항공사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논란 속에, 한성항공 전례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경제자문위원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에 계획했던 사업자의 계획을 보고 면허를 내준 건데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은 항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