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노후자금 2억 모아라”…日보고서 ‘파문’

입력 2019.06.26 (18:08) 수정 2019.06.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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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백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퇴 후 노후 자금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 참 많죠.

얼마나 모아야 할지 또 부족하진 않을지 이런저런 고민 하실 텐데요,

일본에서도 최근 노후 대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달 초, 일본 금융청이 내놓은 한 보고섭니다.

60대 부부의 노후 생활비가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내용이죠.

문제는 금액입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수입보다 많습니다.

한 달에 약 59만 원이 더 필요한 셈인데, 만약 30년 동안 공적 연금으로만 생활한다면 2천만 엔, 우리 돈으로 약 2억1천만 원이 부족합니다.

[앵커]

갑자기 2억 원이 넘는 큰돈이 더 필요하다고 한 건데, 이번 정부 보고서에 대한 여론 어떻습니까?

[답변]

아베 총리가 그동안 노후 준비는 연금으로 충분하다고 줄곧 얘기해온 만큼, 날벼락을 맞았다 이런 분노 섞인 비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2일과 23일에 걸쳐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62%가 연금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정부 보고서의 노후 생활비 추계가 잘못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요.

2017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천5백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공적 연금이 2천3백만 원, 근로 소득과 자녀 등에게서 받은 돈이 각각 750만 원과 180만 원이었습니다.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달합니다.

[앵커]

연금이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긴데, 그럼 연금으로만 생활하는 고령자 수는 얼마나 되나요?

[답변]

네,

연금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 비중은 전체의 52%, 절반을 넘습니다.

올해 78살인 이 남성은 주 5일, 마을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암 수술까지 받았지만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가와무라 사다오/78세 : "이 나이에 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월세를 포함해 한 달 생활비가 120만 원가량.

하지만 매달 받는 연금은 1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경비회사에서 근무하는 고야마 씨는 은퇴 후가 걱정입니다.

65세 이후 받게 될 연금이 월 110만 원 남짓.

어머니와 아내까지 세 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야마/62세 : "일을 못 하게 될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겁니다. 어쩌면 내일일지도 모르죠. 몸을 쓰는 일이니까요."]

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 빚 갚느라 모아둔 돈도 없다는데요.

취미 생활은 꿈도 못 꿉니다.

[앵커]

정부에서 주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건데, 젊은 세대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직장인의 경우 후생 연금에 가입해야 합니다.

후생 연금,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 연금 수령액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월평균 후생 연금 수급액은 2007년에 약 174만 원이었는데요.

2017년에는 약 159만 원으로 10년 새 15만 원가량이 줄었습니다.

실제로 저축한 돈도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금융청 보고서에 인용된 자료를 보면, 30대가 보유한 자산은 평균 5천3백만 원, 40대는 8천4백만 원이었습니다.

50대도 평균 1억2천만 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즈키 사토시/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장 : "물가나 임금 대비로 (향후) 연금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은 확실하죠."]

NHK는 이번 보고서와는 별도로 노후 자금으로 최대 3억2천만 원까지 더 필요하다는 정부 자체 추정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결국, '100년 안심'을 내세웠던 일본 연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문제가 뭔가요?

[답변]

현행 제도에서 연금 수급액은 임금과 물가 상승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수급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억제하는 구존데요.

문제는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즉 소득대체율입니다.

현재 소득대체율(62.7%)에 경제 성장률 0.4%를 적용해 계산해봤습니다.

2043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50.6%로 떨어집니다.

그럼 부부가 실제로 받는 연금은 얼마나 될까요?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월 263만 원입니다.

표면상으로 보면 29만 원 정도를 더 받는 거지만, 월 소득에 대한 비율로 보면 12% 이상 줄었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연금 수급액은 감소하는 겁니다.

[야츠이 게이코/재정 전문가 : "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경향이 있죠. (문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앞으로가 더 문젭니다.

2050년에는 75세 이상 인구가 2천5백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인데요.

이들 중 대부분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체 예산 대비 사회 보장 관련 지출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연금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답변]

애초 금융청이 이번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올해 연금의 재정 상태 점검을 위해서였는데요.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연금 개혁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본 정부는 금융청의 보고서가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죠.

어제 내각 불신임안은 부결됐지만, 참의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터진 대형 악재에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오는 10월부터 소비세율이 현행 8%에서 10%로 오르는데요.

일본 정부는 일단 소비세율 인상분을 사회보장 재원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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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노후자금 2억 모아라”…日보고서 ‘파문’
    • 입력 2019-06-26 18:12:13
    • 수정2019-06-26 18:26:09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백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퇴 후 노후 자금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 참 많죠.

얼마나 모아야 할지 또 부족하진 않을지 이런저런 고민 하실 텐데요,

일본에서도 최근 노후 대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달 초, 일본 금융청이 내놓은 한 보고섭니다.

60대 부부의 노후 생활비가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내용이죠.

문제는 금액입니다.

매달 나가는 돈이 수입보다 많습니다.

한 달에 약 59만 원이 더 필요한 셈인데, 만약 30년 동안 공적 연금으로만 생활한다면 2천만 엔, 우리 돈으로 약 2억1천만 원이 부족합니다.

[앵커]

갑자기 2억 원이 넘는 큰돈이 더 필요하다고 한 건데, 이번 정부 보고서에 대한 여론 어떻습니까?

[답변]

아베 총리가 그동안 노후 준비는 연금으로 충분하다고 줄곧 얘기해온 만큼, 날벼락을 맞았다 이런 분노 섞인 비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2일과 23일에 걸쳐 전화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62%가 연금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정부 보고서의 노후 생활비 추계가 잘못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요.

2017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천5백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공적 연금이 2천3백만 원, 근로 소득과 자녀 등에게서 받은 돈이 각각 750만 원과 180만 원이었습니다.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달합니다.

[앵커]

연금이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긴데, 그럼 연금으로만 생활하는 고령자 수는 얼마나 되나요?

[답변]

네,

연금에만 의존해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 비중은 전체의 52%, 절반을 넘습니다.

올해 78살인 이 남성은 주 5일, 마을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암 수술까지 받았지만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가와무라 사다오/78세 : "이 나이에 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월세를 포함해 한 달 생활비가 120만 원가량.

하지만 매달 받는 연금은 100만 원이 조금 넘습니다.

경비회사에서 근무하는 고야마 씨는 은퇴 후가 걱정입니다.

65세 이후 받게 될 연금이 월 110만 원 남짓.

어머니와 아내까지 세 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야마/62세 : "일을 못 하게 될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겁니다. 어쩌면 내일일지도 모르죠. 몸을 쓰는 일이니까요."]

전에 하던 사업이 망해 빚 갚느라 모아둔 돈도 없다는데요.

취미 생활은 꿈도 못 꿉니다.

[앵커]

정부에서 주는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건데, 젊은 세대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직장인의 경우 후생 연금에 가입해야 합니다.

후생 연금,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 연금 수령액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월평균 후생 연금 수급액은 2007년에 약 174만 원이었는데요.

2017년에는 약 159만 원으로 10년 새 15만 원가량이 줄었습니다.

실제로 저축한 돈도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금융청 보고서에 인용된 자료를 보면, 30대가 보유한 자산은 평균 5천3백만 원, 40대는 8천4백만 원이었습니다.

50대도 평균 1억2천만 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즈키 사토시/다이와종합연구소 정책조사부장 : "물가나 임금 대비로 (향후) 연금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은 확실하죠."]

NHK는 이번 보고서와는 별도로 노후 자금으로 최대 3억2천만 원까지 더 필요하다는 정부 자체 추정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결국, '100년 안심'을 내세웠던 일본 연금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긴데, 문제가 뭔가요?

[답변]

현행 제도에서 연금 수급액은 임금과 물가 상승률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수급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억제하는 구존데요.

문제는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즉 소득대체율입니다.

현재 소득대체율(62.7%)에 경제 성장률 0.4%를 적용해 계산해봤습니다.

2043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50.6%로 떨어집니다.

그럼 부부가 실제로 받는 연금은 얼마나 될까요?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월 263만 원입니다.

표면상으로 보면 29만 원 정도를 더 받는 거지만, 월 소득에 대한 비율로 보면 12% 이상 줄었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연금 수급액은 감소하는 겁니다.

[야츠이 게이코/재정 전문가 : "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경향이 있죠. (문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앞으로가 더 문젭니다.

2050년에는 75세 이상 인구가 2천5백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인데요.

이들 중 대부분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체 예산 대비 사회 보장 관련 지출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연금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답변]

애초 금융청이 이번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올해 연금의 재정 상태 점검을 위해서였는데요.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연금 개혁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본 정부는 금융청의 보고서가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죠.

어제 내각 불신임안은 부결됐지만, 참의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터진 대형 악재에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오는 10월부터 소비세율이 현행 8%에서 10%로 오르는데요.

일본 정부는 일단 소비세율 인상분을 사회보장 재원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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