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부동산 대책 칼날 쥔 김현미 장관 언제까지?

입력 2019.06.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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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 당분간 유임…총선 구도에 영향

청와대가 개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이낙연 총리의 유임과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다. 부동산과 교통 정책 등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처의 수장인 데다가 차기 총리설 등 다음 내각과 총선 구도에 연쇄적으로 영향으로 주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번 개각에도 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에 대한 유임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관계자 역시 "김현미 장관은 쭉 간다"라며 당분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속내는 어떨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가 열린 어제(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공식 토론을 시작하기 전 패널과 김현미 장관이 나눈 대화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화는 방송 전에 켜져 있던 마이크를 통해 녹화됐다.

패널이 "장관님은 계속 계시는 거죠?"라고 묻자 김현미 장관은 "당분간은 있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당장'도 '내년'도 아닌 '당분간'이라면 올해 가을쯤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정가에서는 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9~10월쯤에는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으로 본다. 국회 일정으로는 봤을 땐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산적'…가시밭길 예고된 국토부의 여름

김 장관이 일산 출마를 굳힌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지역구에 복귀하는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국토부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선버스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석 달간 처벌유예가 됐지만, 그전에 언제라도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간신히 봉합해 놓은 갈등 사안은 버스뿐만이 아니다. '타다'와 '택시'사이의 갈등으로 번진 택시 갈등은 여전히 일촉즉발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추가 상생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표면화됐던 노조와 건설업계의 갈등은 이달 초 협약식 이후 잠잠해졌지만, 언제든 다시 시끄러워질 수 있다.

폭발력이 큰 이 사안들의 공통점은 이번 여름, 7월~8월이 고비라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는 이런 폭탄들을 내버려 두고 장관을 교체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장관 교체를 위한 '인사청문회' 국면에 접어들면 잘 진행되던 업무도 중단되거나 꼬일 위험이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4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중요한 정책판단이 미뤄지는 등 업무 공백을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장관 인선을 염두에 두고 눈치를 보면서 '개점휴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과 3기 신도시의 복잡한 함수관계

또 하나 변수는 총선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현미 장관이 직접 발표한 '3기 신도시'를 김 장관 손으로 궤도에 올려놓고 물러나는 것이 여당으로서나 김현미 장관 개인으로나 모두 총선에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 서구(경기 고양 정)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상대적 박탈감에 매주 시위가 이어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일산 출마를 재확인했다. 어제(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일산이 3기 신도시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데 이곳을 지역구로 다시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서는 “비례대표는 한 번만 하는 것이다. 지역을 떠돌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들끓는 지역민심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3기 신도시의 추진이 2기 신도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3기 신도시와 함께 구축되는 교통망과 자족시설이 2기 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토론회에서도 김 장관은 "판교가 완성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면서 "일산은 처음 만들어질 때 자족시설 유치가 더디게 진행됐지만 이제 GTX가 개통되는 2023년 말, 2024년 시점에 맞춰 지금까지 계획으로만 있던 사업들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CJ에서 짓는 라이브시티 공연장과 지구지정 단계에 있는 고양 테크노밸리, 올해 착공 예정인 고양 방송영상밸리 등을 들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고양시에 대해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고양시로부터 아직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받은 바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어쨌든 김현미 장관은 올해 여름을 여의도가 아니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보내게 됐다. 국토부 장관으로서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 봄에 김현미 장관의 정치인으로서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관기사] ‘시즌2’ 예고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후임 장관 인선 늦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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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7 15:17:09
    취재K
국토부 장관 당분간 유임…총선 구도에 영향

청와대가 개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이낙연 총리의 유임과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거취다. 부동산과 교통 정책 등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처의 수장인 데다가 차기 총리설 등 다음 내각과 총선 구도에 연쇄적으로 영향으로 주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번 개각에도 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에 대한 유임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관계자 역시 "김현미 장관은 쭉 간다"라며 당분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의 속내는 어떨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가 열린 어제(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공식 토론을 시작하기 전 패널과 김현미 장관이 나눈 대화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화는 방송 전에 켜져 있던 마이크를 통해 녹화됐다.

패널이 "장관님은 계속 계시는 거죠?"라고 묻자 김현미 장관은 "당분간은 있을 것 같은데. 내년에는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당장'도 '내년'도 아닌 '당분간'이라면 올해 가을쯤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정가에서는 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9~10월쯤에는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으로 본다. 국회 일정으로는 봤을 땐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산적'…가시밭길 예고된 국토부의 여름

김 장관이 일산 출마를 굳힌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지역구에 복귀하는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국토부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선버스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석 달간 처벌유예가 됐지만, 그전에 언제라도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간신히 봉합해 놓은 갈등 사안은 버스뿐만이 아니다. '타다'와 '택시'사이의 갈등으로 번진 택시 갈등은 여전히 일촉즉발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추가 상생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표면화됐던 노조와 건설업계의 갈등은 이달 초 협약식 이후 잠잠해졌지만, 언제든 다시 시끄러워질 수 있다.

폭발력이 큰 이 사안들의 공통점은 이번 여름, 7월~8월이 고비라는 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는 이런 폭탄들을 내버려 두고 장관을 교체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장관 교체를 위한 '인사청문회' 국면에 접어들면 잘 진행되던 업무도 중단되거나 꼬일 위험이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4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중요한 정책판단이 미뤄지는 등 업무 공백을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장관 인선을 염두에 두고 눈치를 보면서 '개점휴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과 3기 신도시의 복잡한 함수관계

또 하나 변수는 총선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현미 장관이 직접 발표한 '3기 신도시'를 김 장관 손으로 궤도에 올려놓고 물러나는 것이 여당으로서나 김현미 장관 개인으로나 모두 총선에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 서구(경기 고양 정)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와 상대적 박탈감에 매주 시위가 이어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일산 출마를 재확인했다. 어제(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 장관은 “일산이 3기 신도시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데 이곳을 지역구로 다시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구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서는 “비례대표는 한 번만 하는 것이다. 지역을 떠돌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들끓는 지역민심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3기 신도시의 추진이 2기 신도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3기 신도시와 함께 구축되는 교통망과 자족시설이 2기 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토론회에서도 김 장관은 "판교가 완성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면서 "일산은 처음 만들어질 때 자족시설 유치가 더디게 진행됐지만 이제 GTX가 개통되는 2023년 말, 2024년 시점에 맞춰 지금까지 계획으로만 있던 사업들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CJ에서 짓는 라이브시티 공연장과 지구지정 단계에 있는 고양 테크노밸리, 올해 착공 예정인 고양 방송영상밸리 등을 들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고양시에 대해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고양시로부터 아직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받은 바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어쨌든 김현미 장관은 올해 여름을 여의도가 아니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보내게 됐다. 국토부 장관으로서 이번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 봄에 김현미 장관의 정치인으로서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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