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속도조절…北 “남측 참견하지 마라”

[앵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이 요구 조건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에 대해선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새 인물과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에 대해선 비핵화 협상에 참견말라, 앞으로 남측 정부를 통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중재자론을 반박했습니다.

미국과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김민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북미 대화에 관한 담화를 내놨습니다.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 담화인데, 외무성이 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담화에서 북한은 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며, 남측 당국은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했습니다.

협상을 해도 북한과 미국이 직접 하지, 남측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비핵화 협상에서 남측을 배제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에는 물밑 대화가 하나도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남측 정부의 촉진자 역할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겁니다.

미국을 향해서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며, 대화 분위기만 띄우지 말고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실무협상을 빨리하자는 건데, 조건도 달았습니다.

제대로 된 협상자세, 또 말이 통하는 사람, 그리고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대미 협상의 주도권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대진/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 "실무협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고 대화를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대화를 하려면 준비를 하자, 우리도 준비해나가겠다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걸로 보여집니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 속에서 속도 조절, 힘겨루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우리 정부 구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