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운항 지연 잦은데…국적기 모두 정시성 최우수?

입력 2019.06.29 (10:25) 수정 2019.06.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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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여름 휴가. 일찌감치 비행기 티켓도 끊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은 아침 7시. 넉넉하게 3시간 전인 새벽 4시까지 공항에 가기로 한다.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잠을 거의 못 자 피곤하지만, 여행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마쳤는데 출발이 1시간 지연됐다고 한다. 내가 왜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한 거지? 피로가 급격하게 밀려오며 분통이 치민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한 번쯤은 이런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물론 항공기라는 게 여러 사정으로 연기될 수 있긴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 지연이라는 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특히 기상 조건처럼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항공사나 공항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고요.

'정시성'이 항공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쉽게 말해 항공기가 약속한 제시간에 출발하는지를 평가하는 건데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결과에도 정시성 평가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국토부의 보고서에 담긴 국내 항공사들의 서비스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승객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정시성은 8개 항공사가 모두 매우 우수(A)등급을 받았습니다.

동의하시나요? 관련 기사 댓글을 보니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는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 알 권리,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의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항공사ㆍ공항의 서비스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제도인데요. 2013년부터 발표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려면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정시성'부터 평가내용과 일반 승객들의 인식 차이가 커 보입니다. 그래서 공항 사정에 따라 편차가 큰 지역 공항들을 제외하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대상으로 다시 파악을 해봤습니다.

정부는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수준이 최고라는데…과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내 항공사들의 인천공항 기준 지연ㆍ결항률을 파악해보니 가장 높은 곳은 아시아나 항공으로 8.4%였습니다. 이어 티웨이항공의 지연율이 8.3%로 나타나 두 항공사가 '지각 출발' 양강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지연율이 비슷했는데요. 이스타항공이 6.5%, 제주항공 6.1%, 제주항공 6.1%, 진에어 6.0%, 에어서울과 대한항공이 5.4% 순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운항편수가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정시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지연되는지도 파악해봤습니다. 항공사별 지연시간 자료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연시간을 다 더해보니 아시아나가 8,050시간, 대한항공 6,701시간, 제주항공 2,716시간 등의 순이었습니다.

운항편수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지연시간 합계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데요. 운항편수로 지연시간을 나눠보니 역시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연율이 높았습니다.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대한항공 순서였습니다. 지연ㆍ결항률 순위와 비슷했지만, 시간을 반영해보니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의 순위만 바뀌었네요.

다시 항공교통서비스 결과로 돌아가 볼까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정시성은 모두 우수(A), 최고등급이었습니다. 이렇게 '올 에이'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시성 평가가 '절대평가' 이기 때문인데요. 전체 운항계획 가운데 지연과 결항이 10%를 넘지 않으면 정시성 최우수 등급이 되는 겁니다.

김효중 관동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항공사가 최우수를 받았다면 평가를 위한 변별력에 문제가 있는 셈"이라면서 "평가 기준을 높인다든지 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의 체감과 동떨어진 항공사 서비스 평가


2016년부터 모든 항공사가 정시성 최우수 등급이지만 국내 항공사 국제선 지연·결항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2014년 3.2%였던 인천공항 기준 지연ㆍ결항률은 지난해 6.6%로 두 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선의 정시성은 모두 최고 등급입니다. 승객들이 이런 서비스 평가를 참고해 항공사를 선택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겁니다.

더구나 항공편 지연 시간기준은 국내선의 경우 30분, 국제선은 1시간입니다. 1시간 미만 지연은 처음부터 지연 통계에서 빠져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지연율 역시 모두 1시간 이상의 심각한 지연만 잡힌 통계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기대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더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연과 결항은 항공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항이 문제인 경우도 있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평가 과정을 좀더 다듬어,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를 승객들이 실제 항공기 이용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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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9 10:25:45
    • 수정2019-06-29 10:49:46
    취재K
기다리던 여름 휴가. 일찌감치 비행기 티켓도 끊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은 아침 7시. 넉넉하게 3시간 전인 새벽 4시까지 공항에 가기로 한다.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잠을 거의 못 자 피곤하지만, 여행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마쳤는데 출발이 1시간 지연됐다고 한다. 내가 왜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한 거지? 피로가 급격하게 밀려오며 분통이 치민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요즘, 한 번쯤은 이런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물론 항공기라는 게 여러 사정으로 연기될 수 있긴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 지연이라는 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특히 기상 조건처럼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항공사나 공항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고요.

'정시성'이 항공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쉽게 말해 항공기가 약속한 제시간에 출발하는지를 평가하는 건데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항공교통서비스 결과에도 정시성 평가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국토부의 보고서에 담긴 국내 항공사들의 서비스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승객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정시성은 8개 항공사가 모두 매우 우수(A)등급을 받았습니다.

동의하시나요? 관련 기사 댓글을 보니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는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 알 권리, 선택권 보장과 사업자의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항공사ㆍ공항의 서비스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제도인데요. 2013년부터 발표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려면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정시성'부터 평가내용과 일반 승객들의 인식 차이가 커 보입니다. 그래서 공항 사정에 따라 편차가 큰 지역 공항들을 제외하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대상으로 다시 파악을 해봤습니다.

정부는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수준이 최고라는데…과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내 항공사들의 인천공항 기준 지연ㆍ결항률을 파악해보니 가장 높은 곳은 아시아나 항공으로 8.4%였습니다. 이어 티웨이항공의 지연율이 8.3%로 나타나 두 항공사가 '지각 출발' 양강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지연율이 비슷했는데요. 이스타항공이 6.5%, 제주항공 6.1%, 제주항공 6.1%, 진에어 6.0%, 에어서울과 대한항공이 5.4% 순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운항편수가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정시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지연되는지도 파악해봤습니다. 항공사별 지연시간 자료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연시간을 다 더해보니 아시아나가 8,050시간, 대한항공 6,701시간, 제주항공 2,716시간 등의 순이었습니다.

운항편수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지연시간 합계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데요. 운항편수로 지연시간을 나눠보니 역시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연율이 높았습니다.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대한항공 순서였습니다. 지연ㆍ결항률 순위와 비슷했지만, 시간을 반영해보니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의 순위만 바뀌었네요.

다시 항공교통서비스 결과로 돌아가 볼까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정시성은 모두 우수(A), 최고등급이었습니다. 이렇게 '올 에이'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시성 평가가 '절대평가' 이기 때문인데요. 전체 운항계획 가운데 지연과 결항이 10%를 넘지 않으면 정시성 최우수 등급이 되는 겁니다.

김효중 관동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항공사가 최우수를 받았다면 평가를 위한 변별력에 문제가 있는 셈"이라면서 "평가 기준을 높인다든지 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의 체감과 동떨어진 항공사 서비스 평가


2016년부터 모든 항공사가 정시성 최우수 등급이지만 국내 항공사 국제선 지연·결항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2014년 3.2%였던 인천공항 기준 지연ㆍ결항률은 지난해 6.6%로 두 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제선의 정시성은 모두 최고 등급입니다. 승객들이 이런 서비스 평가를 참고해 항공사를 선택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겁니다.

더구나 항공편 지연 시간기준은 국내선의 경우 30분, 국제선은 1시간입니다. 1시간 미만 지연은 처음부터 지연 통계에서 빠져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지연율 역시 모두 1시간 이상의 심각한 지연만 잡힌 통계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기대 국토부 항공정책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더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항공교통서비스 평가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연과 결항은 항공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공항이 문제인 경우도 있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평가 과정을 좀더 다듬어, 항공교통서비스 평가 결과를 승객들이 실제 항공기 이용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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