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일상은 어땠을까”…새롭게 그들을 기억하는 법

입력 2019.06.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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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가?" 물으면, 나의 최대 소원은 독립이 성공한 후 본국에 돌아가 입성식을 하고 죽는 것이며, 작은 소망은 미주 하와이 동포들을 만나보고 돌아오다 비행기 위에서 죽으면 시신을 아래로 던져, 산중에 떨어지면 짐승들의 뱃속에, 바다 가운데 떨어지면 물고기 뱃속에 영원히 잠드는 것이다. - <백범 일지> 中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들은 백범 김구 선생과 거의 같은 마음으로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일본 경찰을 피해다니며 싸웠고, 경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역사책 등을 통해 이같은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을 접합니다.

그런데 최근 독립운동가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지난 26일) 등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투쟁'보다 '일상'을 주목하고 재조명하는 것인데,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먹으면 가슴이 먹먹"…독립운동가들의 음식을 경험하다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식당 한 곳이 간판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기존의 프랑스 가정식 메뉴판은 치우고 '독닙료리집'이라는 간판과 함께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였습니다. 메뉴들은 독립운동가들이 먹던 한 끼들로 채워졌는데, 그들의 정신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오는 7월 21일까지, 딱 한 달동안만 운영합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독닙료리집’ 서울 종로구 익선동 ‘독닙료리집’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10가지. 모두 독립운동가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던 음식입니다.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 경찰의 추적을 피해다니며 드셨던 대나무 주먹밥 '쫑즈'가 대표적입니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레시피대로 만든 '김치찜'도 있고, 여성 독립운동가인 지복영 선생이 좋아하신 '총유병'도 맛볼 수 있습니다.

김구 선생이 즐겨드시던 ‘쫑즈’(왼쪽)와 ‘김치찜(가운데)’, 지복영 선생의 간식 ‘총유병’(오른쪽)김구 선생이 즐겨드시던 ‘쫑즈’(왼쪽)와 ‘김치찜(가운데)’, 지복영 선생의 간식 ‘총유병’(오른쪽)

한 번에 3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거의 매일 손님들로 가득찹니다. 주말엔 가게 앞이 대기하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가가 들던 끼니와 음식들을 궁금해 한다는 것인데, 음식을 맛본 손님들은 단순히 궁금증이 풀렸다기 보단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합니다.


"특별한 맛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음이 빚진 거 같은… 그분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걸 드시고 (투쟁을) 하셨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져요." - 황현정 씨

“무거운 역사지만 편안히 받아들이길”…독립운동가의 일상을 그리는 만화가

독립운동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내는 작가도 있습니다. 20년차 만화작가 박건웅 씨입니다. 2년 전, 그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 부부의 육아일기인 '제시의 일기'를 만화로 내기도 했습니다. 이 만화에는 일본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도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고,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딸 '제시'와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는 독립운동가 부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근 박 씨는 독립운동가 '김산'을 다룬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김산은 항일 무장 투쟁을 하던 중 중국 공산당에 처형을 당했는데, 지난 2005년에야 독립운동 공로가 인정돼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인물입니다. 미국 소설가 님 웨일즈의 책 <아리랑>의 주인공으로 유명합니다.

박건웅 작가가 작업 중인 김산 선생 캐릭터박건웅 작가가 작업 중인 김산 선생 캐릭터

박 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랑보다 투쟁을 택하겠다"던 김산이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등 그의 '일상'을 많이 다룰 예정입니다. 독립운동가 부부의 투쟁보다, 육아라는 이야기에 집중해 감동을 줬던 것처럼 말이죠. 이를 통해 독립운동가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게 박 씨의 바람입니다.


"특별히 영웅적인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해서 무겁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편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만화작가 박건웅 씨

음식으로, 만화로… 독립운동가들의 '일상'을 재조명하는 이 이야기는 'KBS 뉴스9'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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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가의 일상은 어땠을까”…새롭게 그들을 기억하는 법
    • 입력 2019-06-30 12:02:07
    취재K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죽기를 원하는가?" 물으면, 나의 최대 소원은 독립이 성공한 후 본국에 돌아가 입성식을 하고 죽는 것이며, 작은 소망은 미주 하와이 동포들을 만나보고 돌아오다 비행기 위에서 죽으면 시신을 아래로 던져, 산중에 떨어지면 짐승들의 뱃속에, 바다 가운데 떨어지면 물고기 뱃속에 영원히 잠드는 것이다. - <백범 일지> 中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들은 백범 김구 선생과 거의 같은 마음으로 독립을 위해 싸웠습니다. 일본 경찰을 피해다니며 싸웠고, 경찰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우리는 역사책 등을 통해 이같은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을 접합니다.

그런데 최근 독립운동가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지난 26일) 등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투쟁'보다 '일상'을 주목하고 재조명하는 것인데,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먹으면 가슴이 먹먹"…독립운동가들의 음식을 경험하다

지난 6월 19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식당 한 곳이 간판을 바꾸어 달았습니다. 기존의 프랑스 가정식 메뉴판은 치우고 '독닙료리집'이라는 간판과 함께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였습니다. 메뉴들은 독립운동가들이 먹던 한 끼들로 채워졌는데, 그들의 정신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오는 7월 21일까지, 딱 한 달동안만 운영합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독닙료리집’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10가지. 모두 독립운동가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던 음식입니다.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 경찰의 추적을 피해다니며 드셨던 대나무 주먹밥 '쫑즈'가 대표적입니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레시피대로 만든 '김치찜'도 있고, 여성 독립운동가인 지복영 선생이 좋아하신 '총유병'도 맛볼 수 있습니다.

김구 선생이 즐겨드시던 ‘쫑즈’(왼쪽)와 ‘김치찜(가운데)’, 지복영 선생의 간식 ‘총유병’(오른쪽)
한 번에 3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거의 매일 손님들로 가득찹니다. 주말엔 가게 앞이 대기하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가가 들던 끼니와 음식들을 궁금해 한다는 것인데, 음식을 맛본 손님들은 단순히 궁금증이 풀렸다기 보단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합니다.


"특별한 맛의 의미라기보다는 마음이 빚진 거 같은… 그분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걸 드시고 (투쟁을) 하셨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져요." - 황현정 씨

“무거운 역사지만 편안히 받아들이길”…독립운동가의 일상을 그리는 만화가

독립운동가의 일상을 만화로 그려내는 작가도 있습니다. 20년차 만화작가 박건웅 씨입니다. 2년 전, 그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 부부의 육아일기인 '제시의 일기'를 만화로 내기도 했습니다. 이 만화에는 일본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도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고,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딸 '제시'와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는 독립운동가 부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근 박 씨는 독립운동가 '김산'을 다룬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김산은 항일 무장 투쟁을 하던 중 중국 공산당에 처형을 당했는데, 지난 2005년에야 독립운동 공로가 인정돼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인물입니다. 미국 소설가 님 웨일즈의 책 <아리랑>의 주인공으로 유명합니다.

박건웅 작가가 작업 중인 김산 선생 캐릭터
박 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사랑보다 투쟁을 택하겠다"던 김산이 한 여성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등 그의 '일상'을 많이 다룰 예정입니다. 독립운동가 부부의 투쟁보다, 육아라는 이야기에 집중해 감동을 줬던 것처럼 말이죠. 이를 통해 독립운동가들도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강조하고 싶은 게 박 씨의 바람입니다.


"특별히 영웅적인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해서 무겁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편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만화작가 박건웅 씨

음식으로, 만화로… 독립운동가들의 '일상'을 재조명하는 이 이야기는 'KBS 뉴스9'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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