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회복지단체?…모호한 경계에 후원금 관리 ‘깜깜이’

입력 2019.07.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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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주사랑공동체 이 모 목사 부부가 본인과 자녀들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으로 수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공익 신고를 통해 후원금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는데요. 사회복지단체의 불투명한 후원금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베이비박스' 운영은 선교헌금으로?

주사랑공동체는 이 목사가 설립한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들어왔고, 현재 연간 약 2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회에서 감당하던 사회복지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부금이 많이 늘어나자, 2015년 주사랑공동체 교회는 복지 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회와 분리된 임의단체 '주사랑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후원금은 주사랑공동체 교회를 통해 헌금 형식으로 받고, 실제 사용은 주사랑공동체에서 한 겁니다. 주사랑공동체 홈페이지에도 "여러분이 주신 후원금은 선교헌금으로 사용됩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주사랑공동체의 한 이사는 "주사랑공동체는 비법인 단체이기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 교회 명의로 헌금을 받아왔다"고 설명합니다.

한 교회 단체 관계자는 "소규모 교회의 경우, 헌금 사용 내역 공개 의무가 없고 감사도 받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합니다. 교회에 속하면서도 비법인 임의단체인 주사랑공동체는 후원금 사용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도 없었습니다.


이사회 회의록에 드러난 가족경영·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

주사랑공동체 내부에서도 후원금의 불투명한 운영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습니다.

올해 3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주사랑공동체는 후원금을 좀 더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다수 이사들은 주목적이 복지인 만큼 사회복지법인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목사는 종교법인 설립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이사는 "복지 사업을 하는 다른 교회들도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정부의 관리 감독을 더 까다롭게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주사랑공동체 직원으로 일하던 이 목사의 부인과 딸의 퇴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근태관리 등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다수 이사는 직원들의 제보를 통해 드러난 기초생활수급비 부정 수급과 횡령, 부적절한 후원금 사용 등 문제에 대해 외부 감사를 벌여 사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찬성하고 회의는 마무리됩니다. 이후 이 목사의 기초생활수급비 부정 수급 문제가 터졌습니다.

잇따르는 비리의 발단은 후원금 '깜깜이' 운영

주사랑공동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이 목사가 과거 가족공동체 형태로 운영하던 복지 사업 후원금 규모와 사회적 관심이 비약적으로 커졌음에도 이에 걸맞은 투명한 운영과 도덕적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주사랑공동체 정기총회자료집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교회와 사택을 제외한 이 단체의 유형자산 총액은 44억4천만 원이 넘고, 예금 순 자산은 34억 원에 달합니다. 대부분 후원자의 기부금입니다.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만지면서도 종교단체, 비법인이라는 이유로 관리, 감독 밖에 있었던 겁니다. 이번 부정수급 건처럼 공익 제보가 나오지 않는 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영리단체의 깜깜이 운영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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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 사회복지단체?…모호한 경계에 후원금 관리 ‘깜깜이’
    • 입력 2019-07-03 09:00:10
    취재K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유명해진 주사랑공동체 이 모 목사 부부가 본인과 자녀들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으로 수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공익 신고를 통해 후원금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는데요. 사회복지단체의 불투명한 후원금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베이비박스' 운영은 선교헌금으로?

주사랑공동체는 이 목사가 설립한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이 널리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들어왔고, 현재 연간 약 2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회에서 감당하던 사회복지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부금이 많이 늘어나자, 2015년 주사랑공동체 교회는 복지 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회와 분리된 임의단체 '주사랑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후원금은 주사랑공동체 교회를 통해 헌금 형식으로 받고, 실제 사용은 주사랑공동체에서 한 겁니다. 주사랑공동체 홈페이지에도 "여러분이 주신 후원금은 선교헌금으로 사용됩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주사랑공동체의 한 이사는 "주사랑공동체는 비법인 단체이기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기부금 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 교회 명의로 헌금을 받아왔다"고 설명합니다.

한 교회 단체 관계자는 "소규모 교회의 경우, 헌금 사용 내역 공개 의무가 없고 감사도 받지 않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합니다. 교회에 속하면서도 비법인 임의단체인 주사랑공동체는 후원금 사용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도 없었습니다.


이사회 회의록에 드러난 가족경영·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

주사랑공동체 내부에서도 후원금의 불투명한 운영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습니다.

올해 3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주사랑공동체는 후원금을 좀 더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다수 이사들은 주목적이 복지인 만큼 사회복지법인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목사는 종교법인 설립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이사는 "복지 사업을 하는 다른 교회들도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정부의 관리 감독을 더 까다롭게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주사랑공동체 직원으로 일하던 이 목사의 부인과 딸의 퇴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근태관리 등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다수 이사는 직원들의 제보를 통해 드러난 기초생활수급비 부정 수급과 횡령, 부적절한 후원금 사용 등 문제에 대해 외부 감사를 벌여 사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찬성하고 회의는 마무리됩니다. 이후 이 목사의 기초생활수급비 부정 수급 문제가 터졌습니다.

잇따르는 비리의 발단은 후원금 '깜깜이' 운영

주사랑공동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이 목사가 과거 가족공동체 형태로 운영하던 복지 사업 후원금 규모와 사회적 관심이 비약적으로 커졌음에도 이에 걸맞은 투명한 운영과 도덕적 책임을 소홀히 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주사랑공동체 정기총회자료집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교회와 사택을 제외한 이 단체의 유형자산 총액은 44억4천만 원이 넘고, 예금 순 자산은 34억 원에 달합니다. 대부분 후원자의 기부금입니다.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만지면서도 종교단체, 비법인이라는 이유로 관리, 감독 밖에 있었던 겁니다. 이번 부정수급 건처럼 공익 제보가 나오지 않는 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영리단체의 깜깜이 운영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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