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재개발 서류 ‘위조 논란’…법정으로 간 이권다툼

입력 2019.07.03 (15:35) 수정 2021.08.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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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 보도 이후 차○○ 위원장은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19.12.13)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서면결의서에 날인된 지문은 위조된 것이 아니라 장○○ 본인의 지문인 사실이 대검찰청 문서감정서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용산 정비창전면 1구역. 으리으리한 고층건물들 사이로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는 곳입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이 구역은 요즘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5월 18일 열렸던 추진위원장 해임총회를 두고 서면결의서 위조작 시비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해임을 발의한 측과 추진위원장 측 모두, 서로가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 "수정 요청 받았다" VS "손대면 안 돼"


추진위원장의 해임을 발의한 측은 CCTV 영상을 문서 조작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차무철 추진위원장이 총회 전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면결의서가 든 우편봉투를 가위로 뜯고 서류를 꺼냅니다. 복사도 합니다. 사무장에게 인주를 건네고 서면결의서에 찍으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과 사무장이 그 지시에 맞춰 종이에 손가락을 꾹 누르는 듯한 모습도 영상에 담겼습니다. 서면결의서들을 복사해 서류철로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차무철 위원장은 "지장을 찍은 적이 없으며 당사자(토지 소유자) 요청으로 서류를 열어 날짜 부분에 선을 그은 것이기 때문에 위조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서면결의서를 복사한 것에 대해서도 "해임 총회에 위변조가 많아서 복사했다"며 "구두로 당사자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해임을 발의한 측은 당사자 동의가 있더라도 복사하는 건 이해할 수 없고, 그렇게 전달된 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내지도 않은 서면결의서, 누가 제출했나?

차 위원장은 반대 측에서 오히려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사한 서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져볼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차 위원장이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면결의서와 당시 총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비교해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해임 반대' 결의서를 제출했는데도 '찬성'으로도 제출돼 무효 처리된 사람이 16명, 찬반 기재를 하지 않아 기권으로 처리된 사람이 8명, 반대도 찬성도 낸 적이 없는데 '찬성' 서류가 제출된 사람이 2명이었습니다. 차 위원장은 "26명 모두에게 해임 찬성서류를 낸 적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차 위원장은 "총회 당시 투표에 들어간 서면결의서와 실제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면결의서, 토지 소유자들이 써준 사실확인서와 관련 26건의 필적 감정을 맡겼다"며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류와 사실확인서는 필적이 같았으나 투표에 포함된 서면결의서와는 상이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이 중 10명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습니다. 이들은 "찬성으로 낸 적 없는데 제출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출한 적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써서 추진위원장에게 줬다"고 했습니다. 토지 소유자 한 명에게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토지 소유자 한 모 씨는 "해임 찬성을 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해임 찬성이 적힌 서면결의서를 보며 "이름을 이렇게 쓰지 않는데 누군가 흉내 내서 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임을 발의한 측은 "의견 중복 제출과 기권 등으로 무효처리된 24명의 경우, 그 표를 해임 반대로 넣어도 결과에 차이가 없는데 왜 조작을 하겠느냐"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해임 총회에서 찬성은 192표, 반대가 160표, 무효가 25표였습니다. 이어 해임 발의 측은 "조작을 했다면 바로 법원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법원에서 다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홍보요원이 서면결의서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일부 자의로 작성했을 수도 있어 사실확인 중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쪽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모두를 필적감정 해보지 않는 이상 (상대방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 "우리 구역도 마찬가지"…방송 후 잇따른 제보

양측의 소송전으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과열되고 있습니다. 서면결의서를 둘러싼 재개발 조합 내 갈등은 비단 용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6월 28일 <뉴스9> 기사가 나간 뒤, 비슷한 사례가 우리 지역에도 있다는 제보가 오고 '유령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댓글 등이 잇따라 달렸습니다.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뚜렷한 규정 없이 운영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서면결의 제도가 부른 문제점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필규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총회) 직접 참석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게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서면결의서로 할 땐, 홍보요원들이 당사자에게 한쪽의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종이로 인한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라며, "국토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전 교육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개발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당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결사항을 인터넷 등 전자투표로 하는 방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던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현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시대에 맞게 전자투표 도입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의했다"며 "여러 검토의견 등이 나오다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는 인증 등의 형식으로 서면보다 위변조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당시 제기된 의견들을 보완해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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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재개발 서류 ‘위조 논란’…법정으로 간 이권다툼
    • 입력 2019-07-03 15:35:21
    • 수정2021-08-17 17:06:41
    취재후·사건후
[알립니다] ※ 보도 이후 차○○ 위원장은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19.12.13)을 받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서면결의서에 날인된 지문은 위조된 것이 아니라 장○○ 본인의 지문인 사실이 대검찰청 문서감정서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용산 정비창전면 1구역. 으리으리한 고층건물들 사이로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는 곳입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이 구역은 요즘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5월 18일 열렸던 추진위원장 해임총회를 두고 서면결의서 위조작 시비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해임을 발의한 측과 추진위원장 측 모두, 서로가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 "수정 요청 받았다" VS "손대면 안 돼"


추진위원장의 해임을 발의한 측은 CCTV 영상을 문서 조작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차무철 추진위원장이 총회 전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면결의서가 든 우편봉투를 가위로 뜯고 서류를 꺼냅니다. 복사도 합니다. 사무장에게 인주를 건네고 서면결의서에 찍으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과 사무장이 그 지시에 맞춰 종이에 손가락을 꾹 누르는 듯한 모습도 영상에 담겼습니다. 서면결의서들을 복사해 서류철로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차무철 위원장은 "지장을 찍은 적이 없으며 당사자(토지 소유자) 요청으로 서류를 열어 날짜 부분에 선을 그은 것이기 때문에 위조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서면결의서를 복사한 것에 대해서도 "해임 총회에 위변조가 많아서 복사했다"며 "구두로 당사자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해임을 발의한 측은 당사자 동의가 있더라도 복사하는 건 이해할 수 없고, 그렇게 전달된 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내지도 않은 서면결의서, 누가 제출했나?

차 위원장은 반대 측에서 오히려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사한 서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져볼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차 위원장이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면결의서와 당시 총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비교해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해임 반대' 결의서를 제출했는데도 '찬성'으로도 제출돼 무효 처리된 사람이 16명, 찬반 기재를 하지 않아 기권으로 처리된 사람이 8명, 반대도 찬성도 낸 적이 없는데 '찬성' 서류가 제출된 사람이 2명이었습니다. 차 위원장은 "26명 모두에게 해임 찬성서류를 낸 적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차 위원장은 "총회 당시 투표에 들어간 서면결의서와 실제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면결의서, 토지 소유자들이 써준 사실확인서와 관련 26건의 필적 감정을 맡겼다"며 "복사해서 가지고 있던 서류와 사실확인서는 필적이 같았으나 투표에 포함된 서면결의서와는 상이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이 중 10명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습니다. 이들은 "찬성으로 낸 적 없는데 제출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제출한 적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써서 추진위원장에게 줬다"고 했습니다. 토지 소유자 한 명에게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토지 소유자 한 모 씨는 "해임 찬성을 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해임 찬성이 적힌 서면결의서를 보며 "이름을 이렇게 쓰지 않는데 누군가 흉내 내서 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임을 발의한 측은 "의견 중복 제출과 기권 등으로 무효처리된 24명의 경우, 그 표를 해임 반대로 넣어도 결과에 차이가 없는데 왜 조작을 하겠느냐"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해임 총회에서 찬성은 192표, 반대가 160표, 무효가 25표였습니다. 이어 해임 발의 측은 "조작을 했다면 바로 법원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법원에서 다툴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홍보요원이 서면결의서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일부 자의로 작성했을 수도 있어 사실확인 중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쪽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모두를 필적감정 해보지 않는 이상 (상대방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 "우리 구역도 마찬가지"…방송 후 잇따른 제보

양측의 소송전으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과열되고 있습니다. 서면결의서를 둘러싼 재개발 조합 내 갈등은 비단 용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6월 28일 <뉴스9> 기사가 나간 뒤, 비슷한 사례가 우리 지역에도 있다는 제보가 오고 '유령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댓글 등이 잇따라 달렸습니다.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뚜렷한 규정 없이 운영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서면결의 제도가 부른 문제점인 겁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필규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총회) 직접 참석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게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서면결의서로 할 땐, 홍보요원들이 당사자에게 한쪽의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 연구원은 "종이로 인한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라며, "국토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전 교육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개발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전자투표를 허용하는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당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의결사항을 인터넷 등 전자투표로 하는 방안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던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현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시대에 맞게 전자투표 도입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의했다"며 "여러 검토의견 등이 나오다 회기가 끝나 폐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는 인증 등의 형식으로 서면보다 위변조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당시 제기된 의견들을 보완해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쪽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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