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저도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軍 ‘대소변’ 가해 병사의 ‘유체이탈식’ 고백

입력 2019.07.03 (16:37) 수정 2019.07.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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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병사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 가해 병사의 유체이탈 화법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

대소변을 입에 넣도록 강요당하고, 신체 중요 부위 등에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피해 병사 가족이 보여준 안타까운 카카오톡 메시지였습니다.

피해 병사의 참담한 심경이겠거니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구속 수감 전 가해 병사가 보낸 메시지랍니다. 본인이 왜 마음이 힘들다는 건지, 무슨 말인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물어봤습니다. 모르겠답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답니다. 왜 본인 마음이 힘들다는 건지...

그러면서 다른 메시지 하나를 더 보여줬습니다.

"지금 군에서 확실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행동에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가해 병사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보낸 또 다른 메시지가해 병사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보낸 또 다른 메시지

'아, 군 수사 관계자거나 해당 부대 간부이겠지'했으나, 이것도 가해 병사가 보낸 메시지랍니다. 뉘우치고 있다는 표현을 저런 식으로 할 수도 있는 건지… 다시 보면서도 어색합니다.

■ "거짓말 탐지기? 거부합니다"


그래요, 곡해 않고 이해해보려 하겠습니다. '확실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속된 가해 병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소변을 머금게 하거나 대변을 먹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요.
'그럼 본인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보자'라는 제안을 군 수사당국이 가해병사에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속된 가해 병사, 이를 거부했습니다. 본인이 언급한 '확실한 조사'가 잘 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네요? KBS의 첫 보도 직후 어렵게 제보를 해온 피해 병사의 친형도 이 부분을 가장 답답해합니다.

심경을 토로하는 피해 병사의 친형심경을 토로하는 피해 병사의 친형

"가해자는 증거가 없으니까 혐의 부인을 하는 거에요. 당당하고 나 진짜 안 그랬다면 거짓말 탐지기하겠다 하면 되는데 안 하겠대요."

■ 신종 병영 부조리?

군에서는 이번 사건을 '신종 병영 부조리'로 들여다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섭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외부'입니다. 지난 2월부터 평일이 외출·외박이 허용됐죠. 주말은 물론이고요. 가해 병사는 피해 병사와 친목을 도모하겠다며 외박을 나갔고, 화천 소재 한 모텔에서 소변을 입에 넣고 바르게 하는 행위를 벌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습니다.
한 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보는 눈이 많은 부대 내에서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제한되다보니, 친목을 빙자해 외출·외박 허가를 받아 피해자를 외부로 불러내 그 같은 일을 벌인 게 아니겠나..."

두 번째 키워드, '동기'입니다. 잊을만하면 들리는 군대 내 가혹행위는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가하는 경우가 보통이었죠. 그리고 집단화하는 경우가 흔했고요. 이번에도 선임병 2명이 가혹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긴 하지만, 피해병사를 주로 힘들게 한 구속 수감된 병사는 '동기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동기병이니까 친하게 지내려 했고, 실제로 그렇게 지내는 듯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무수행이 미숙하고 부대생활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가해병사는 폭언과 폭행, 협박 등을 일삼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이른바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 바람이 일었습니다. 크게 바뀐 대표적인 두 가지 제도가 있습니다. 먼저 '분대장을 제외하고는 병 상호간에 명령이나 지시, 간섭 금지', 두 번째로 입대 동기들끼리 병영생활을 함께하는 '동기생활관' 제도.

일과 후에는 선임병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게 도입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피해 병사가 동기에게 시달리는 동안 그 누구도 보고하거나 말리거나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일선에서 병력을 관리하는 한 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동기 생활관을 쓰고 동기끼리 생활하는 게 아닐 때, 또 병사상호간 명령이나 지시 간섭이 가능했을 때는 오히려 가혹행위나 병영 부조리 식별이나 노출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선임에게 바로 보고하거나 선후임이 먼저 알려서 분대를 정상화하려고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생활관에서는 전부 자기 휴대전화만 잡고 있습니다. 관심도 없습니다. 말도 안 합니다. 이번 사건 같은 부조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게 친한 거라 생각합니다. 괜히 동기끼리 간섭하고 말했다가 분위기만 흐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개인주의가 발생하다 보니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식별이 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지난 15년간 군내 인명사고 [국방부 제공]지난 15년간 군내 인명사고 [국방부 제공]

지난달 9일, 국방부는 군내 인명사고와 장병 인명사고, 군부대 악성 사고나 부조리와 가혹행위가 최근 대폭 줄었다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변화가 '병영문화 혁신'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최병욱 교수/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최병욱 교수/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은 "동기 생활관 제도에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고등학교 등 학창시절에 종종 벌어지는 친구 간 따돌림이나 폭행 또 괴롭힘 같은 문제는 발생할 개연성이 높을 수 있죠. 무엇보다 이번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와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은 엄중 문책하는 한편, 언제든 신고와 보고를 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확실하게 정립되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자, 그래서 어떻게?

피해 병사는 사회에 있을 때도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피해 가족은 말합니다. 또 문제가 생기면 걱정할까봐 끙끙 앓으며 혼자 극복하려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성이 그렇게 높진 않다고 말합니다. 보복 당할까봐 두려워서 진술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석달 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많은 부분은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군 수사당국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 헷갈리게 하지만 표현과 말을 적극적으로 하는 가해자 측과 그렇지 못한 피해자 측. KBS 취재진도 사건 처리 과정을 끝까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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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저도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軍 ‘대소변’ 가해 병사의 ‘유체이탈식’ 고백
    • 입력 2019-07-03 16:37:22
    • 수정2019-07-03 16:39:34
    취재후·사건후
가해 병사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 가해 병사의 유체이탈 화법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

대소변을 입에 넣도록 강요당하고, 신체 중요 부위 등에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피해 병사 가족이 보여준 안타까운 카카오톡 메시지였습니다.

피해 병사의 참담한 심경이겠거니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구속 수감 전 가해 병사가 보낸 메시지랍니다. 본인이 왜 마음이 힘들다는 건지, 무슨 말인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물어봤습니다. 모르겠답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답니다. 왜 본인 마음이 힘들다는 건지...

그러면서 다른 메시지 하나를 더 보여줬습니다.

"지금 군에서 확실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행동에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가해 병사가 피해 병사 가족에게 보낸 또 다른 메시지
'아, 군 수사 관계자거나 해당 부대 간부이겠지'했으나, 이것도 가해 병사가 보낸 메시지랍니다. 뉘우치고 있다는 표현을 저런 식으로 할 수도 있는 건지… 다시 보면서도 어색합니다.

■ "거짓말 탐지기? 거부합니다"


그래요, 곡해 않고 이해해보려 하겠습니다. '확실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거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속된 가해 병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소변을 머금게 하거나 대변을 먹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요.
'그럼 본인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보자'라는 제안을 군 수사당국이 가해병사에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속된 가해 병사, 이를 거부했습니다. 본인이 언급한 '확실한 조사'가 잘 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네요? KBS의 첫 보도 직후 어렵게 제보를 해온 피해 병사의 친형도 이 부분을 가장 답답해합니다.

심경을 토로하는 피해 병사의 친형
"가해자는 증거가 없으니까 혐의 부인을 하는 거에요. 당당하고 나 진짜 안 그랬다면 거짓말 탐지기하겠다 하면 되는데 안 하겠대요."

■ 신종 병영 부조리?

군에서는 이번 사건을 '신종 병영 부조리'로 들여다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섭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외부'입니다. 지난 2월부터 평일이 외출·외박이 허용됐죠. 주말은 물론이고요. 가해 병사는 피해 병사와 친목을 도모하겠다며 외박을 나갔고, 화천 소재 한 모텔에서 소변을 입에 넣고 바르게 하는 행위를 벌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습니다.
한 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보는 눈이 많은 부대 내에서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제한되다보니, 친목을 빙자해 외출·외박 허가를 받아 피해자를 외부로 불러내 그 같은 일을 벌인 게 아니겠나..."

두 번째 키워드, '동기'입니다. 잊을만하면 들리는 군대 내 가혹행위는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가하는 경우가 보통이었죠. 그리고 집단화하는 경우가 흔했고요. 이번에도 선임병 2명이 가혹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긴 하지만, 피해병사를 주로 힘들게 한 구속 수감된 병사는 '동기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동기병이니까 친하게 지내려 했고, 실제로 그렇게 지내는 듯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임무수행이 미숙하고 부대생활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가해병사는 폭언과 폭행, 협박 등을 일삼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이른바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 바람이 일었습니다. 크게 바뀐 대표적인 두 가지 제도가 있습니다. 먼저 '분대장을 제외하고는 병 상호간에 명령이나 지시, 간섭 금지', 두 번째로 입대 동기들끼리 병영생활을 함께하는 '동기생활관' 제도.

일과 후에는 선임병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게 도입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피해 병사가 동기에게 시달리는 동안 그 누구도 보고하거나 말리거나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일선에서 병력을 관리하는 한 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동기 생활관을 쓰고 동기끼리 생활하는 게 아닐 때, 또 병사상호간 명령이나 지시 간섭이 가능했을 때는 오히려 가혹행위나 병영 부조리 식별이나 노출이 오히려 쉬웠습니다. 선임에게 바로 보고하거나 선후임이 먼저 알려서 분대를 정상화하려고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생활관에서는 전부 자기 휴대전화만 잡고 있습니다. 관심도 없습니다. 말도 안 합니다. 이번 사건 같은 부조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게 친한 거라 생각합니다. 괜히 동기끼리 간섭하고 말했다가 분위기만 흐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개인주의가 발생하다 보니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식별이 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지난 15년간 군내 인명사고 [국방부 제공]
지난달 9일, 국방부는 군내 인명사고와 장병 인명사고, 군부대 악성 사고나 부조리와 가혹행위가 최근 대폭 줄었다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변화가 '병영문화 혁신'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최병욱 교수/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은 "동기 생활관 제도에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고등학교 등 학창시절에 종종 벌어지는 친구 간 따돌림이나 폭행 또 괴롭힘 같은 문제는 발생할 개연성이 높을 수 있죠. 무엇보다 이번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와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은 엄중 문책하는 한편, 언제든 신고와 보고를 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확실하게 정립되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자, 그래서 어떻게?

피해 병사는 사회에 있을 때도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피해 가족은 말합니다. 또 문제가 생기면 걱정할까봐 끙끙 앓으며 혼자 극복하려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성이 그렇게 높진 않다고 말합니다. 보복 당할까봐 두려워서 진술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석달 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많은 부분은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군 수사당국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 헷갈리게 하지만 표현과 말을 적극적으로 하는 가해자 측과 그렇지 못한 피해자 측. KBS 취재진도 사건 처리 과정을 끝까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맺기 하시면 됩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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