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타다’ 기사가 직접 말하는 ‘단톡방 성희롱’

입력 2019.07.03 (17:00) 수정 2019.07.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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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서비스 '타다'의 기사들끼리 주고받은 여자 승객의 사진과 성희롱 발언에 대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에도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이 같은 문제 발언이 평소에도 빈번히 벌어졌다는 내부고발입니다.

쓰러진 여성 사진 한 장…드러난 '성희롱 사태'

100명가량의 기사가 모여있다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한 장입니다.

지난달 29일 타다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진지난달 29일 타다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타다 차량 내부로 보이는 이 사진 속에서 한 여성 승객이 뒷좌석에 쓰러져 있습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모습이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기사에게 그대로 공유된 겁니다.

기사들의 각종 성희롱 발언까지 언론에 폭로되자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사진을 공유한 기사는 채팅방에서 나갔고, 타다 측은 즉시 입장문을 내 해당 기사에 대해 계약해제 조치하고 기사 전원을 상대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다 기사가 직접 말하는 '단톡방 성희롱'…'이게 다가 아니다!'

하지만 비단 기사 한두 명의 문제일까요? KBS 취재진이 직접 타다 기사를 만나봤습니다.

타다 운전자로 일한 지 5개월이 된 A 씨는 평소 일부 기사들끼리의 성희롱 발언이 몹시 빈번했고 그 정도도 심했다고 말합니다. A 씨가 폭로한 '단톡방'은 또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이었고, 이 방은 '기사 인증'을 거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KBS에 직접 제보한 A 씨는, 취재진에게 상당수 타다 기사들이 평소에도 ‘단톡방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KBS에 직접 제보한 A 씨는, 취재진에게 상당수 타다 기사들이 평소에도 ‘단톡방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밤에 서울 강남 논현역 주변에서 여성을 태우면 기사들끼리 채팅으로 '승객이 술집 아가씨일 것 같다'고 해요. 여성 승객이 오피스텔 앞에 내리면 '성매매 여성 아니냐'고 농담도 주고받고요.
또 한 번은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만취한 채 탔다는데, 기사가 '내가 태운 승객의 가슴이 다 보인다'라는 얘기하니, 다른 기사들이 가까이서 사진 찍어보라고 주문도 하고..."


A 씨는 제보를 위해 이 대화들을 캡처하려 했지만, 어제(2일) '단톡방 성희롱'이 처음 폭로된 직후 관련 내용이 대부분 지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채팅방엔 무려 160명가량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때때로 성희롱 발언을 자제시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부 기사들의 성희롱 발언은 수위도 높고 일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대화 일부, 동성애를 비하하는 말도 있다.아직 지워지지 않은 대화 일부, 동성애를 비하하는 말도 있다.

성희롱 발언뿐만 아닙니다. 기사들은 운행하다가도, 서로 자신이 태운 승객의 특징을 얘기하며 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A 씨가 보여준 대화 내용에서는 승객의 몸매에 대해 지적하거나, 악취가 난다며 흉을 보는 말도 있습니다. 심지어 동성애를 비하하는 표현도 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반성은커녕 '페미니즘'을 매도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또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타다 측 발표에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톡방 성희롱 사태’ 이후 해당 채팅방에서 나온 발언들...‘단톡방 성희롱 사태’ 이후 해당 채팅방에서 나온 발언들...

아무리 강도 높은 노동에 지치고 진상 고객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도, 불특정 다수가 보고 있는 대화방에서 이 같은 성희롱 발언이나 험담을 주고받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출시 직후 고공행진 '타다'…허술한 기사 관리 문제는?

운송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타다’ 순식간에 택시업의 대항마로 떠올랐다.운송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타다’ 순식간에 택시업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타다'는 시작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부 택시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는데, 승차 거부 없는 기사들과 안정적인 운행 그리고 쾌적한 차량 실내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사업은 고속 성장해 호출 수는 1년도 안 돼 13배나 늘었고, 운행 차량은 천여 대, 회원 수는 무려 50만 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이면에 허점도 있었습니다. 기사 채용이 택시 업계와 비교해 허술하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택시기사의 자격이 1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에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에, 타다 기사는 무면허이거나 음주운전 경력이 없으면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만 명이 넘는 타다 등록 기사 대부분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별점 관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번 일 이후 타다 측이 스스로 밝힌 대로 "차별 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까지는 아직 개선하고 보완할 점이 많아 보입니다.

<7월 2일 ‘타다’ 측 입장 원문>

안녕하세요. 타다입니다.

잘못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진심으로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최근 한 타다 드라이버가 불특정다수가 참여한 채팅방에서 특정 이용자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드라이버는 타다의 이용자 안전 정책에 따라 즉각 계약해제 조치 되었습니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철저히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타다는 차별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타다는 드라이버 대행사와의 협조 하에 드라이버 전원 대상으로 성인지교육을 강화합니다.

이용자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립니다.

<7월 3일 KBS 보도 이후 ‘타다’ 측 입장 원문>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혐오발언을 한 기사는 협력업체와 협의해 계약해지 할 것이며,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차별과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KBS에 제보해주신 제보자의 증언과 추가로 드러난 '타다'기사들의 성희롱 발언들은 오늘밤 9시 KBS 1TV 뉴스9에 보도될 예정입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맺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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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타다’ 기사가 직접 말하는 ‘단톡방 성희롱’
    • 입력 2019-07-03 17:00:06
    • 수정2019-07-04 00:01:42
    취재K
승차공유서비스 '타다'의 기사들끼리 주고받은 여자 승객의 사진과 성희롱 발언에 대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에도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이 같은 문제 발언이 평소에도 빈번히 벌어졌다는 내부고발입니다.

쓰러진 여성 사진 한 장…드러난 '성희롱 사태'

100명가량의 기사가 모여있다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한 장입니다.

지난달 29일 타다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사진
타다 차량 내부로 보이는 이 사진 속에서 한 여성 승객이 뒷좌석에 쓰러져 있습니다. 얼굴은 가려졌지만,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모습이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기사에게 그대로 공유된 겁니다.

기사들의 각종 성희롱 발언까지 언론에 폭로되자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사진을 공유한 기사는 채팅방에서 나갔고, 타다 측은 즉시 입장문을 내 해당 기사에 대해 계약해제 조치하고 기사 전원을 상대로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다 기사가 직접 말하는 '단톡방 성희롱'…'이게 다가 아니다!'

하지만 비단 기사 한두 명의 문제일까요? KBS 취재진이 직접 타다 기사를 만나봤습니다.

타다 운전자로 일한 지 5개월이 된 A 씨는 평소 일부 기사들끼리의 성희롱 발언이 몹시 빈번했고 그 정도도 심했다고 말합니다. A 씨가 폭로한 '단톡방'은 또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이었고, 이 방은 '기사 인증'을 거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KBS에 직접 제보한 A 씨는, 취재진에게 상당수 타다 기사들이 평소에도 ‘단톡방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밤에 서울 강남 논현역 주변에서 여성을 태우면 기사들끼리 채팅으로 '승객이 술집 아가씨일 것 같다'고 해요. 여성 승객이 오피스텔 앞에 내리면 '성매매 여성 아니냐'고 농담도 주고받고요.
또 한 번은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만취한 채 탔다는데, 기사가 '내가 태운 승객의 가슴이 다 보인다'라는 얘기하니, 다른 기사들이 가까이서 사진 찍어보라고 주문도 하고..."


A 씨는 제보를 위해 이 대화들을 캡처하려 했지만, 어제(2일) '단톡방 성희롱'이 처음 폭로된 직후 관련 내용이 대부분 지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채팅방엔 무려 160명가량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때때로 성희롱 발언을 자제시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부 기사들의 성희롱 발언은 수위도 높고 일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대화 일부, 동성애를 비하하는 말도 있다.
성희롱 발언뿐만 아닙니다. 기사들은 운행하다가도, 서로 자신이 태운 승객의 특징을 얘기하며 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A 씨가 보여준 대화 내용에서는 승객의 몸매에 대해 지적하거나, 악취가 난다며 흉을 보는 말도 있습니다. 심지어 동성애를 비하하는 표현도 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해당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반성은커녕 '페미니즘'을 매도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또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타다 측 발표에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톡방 성희롱 사태’ 이후 해당 채팅방에서 나온 발언들...
아무리 강도 높은 노동에 지치고 진상 고객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도, 불특정 다수가 보고 있는 대화방에서 이 같은 성희롱 발언이나 험담을 주고받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출시 직후 고공행진 '타다'…허술한 기사 관리 문제는?

운송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타다’ 순식간에 택시업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타다'는 시작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부 택시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는데, 승차 거부 없는 기사들과 안정적인 운행 그리고 쾌적한 차량 실내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사업은 고속 성장해 호출 수는 1년도 안 돼 13배나 늘었고, 운행 차량은 천여 대, 회원 수는 무려 50만 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이면에 허점도 있었습니다. 기사 채용이 택시 업계와 비교해 허술하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택시기사의 자격이 1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에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에, 타다 기사는 무면허이거나 음주운전 경력이 없으면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만 명이 넘는 타다 등록 기사 대부분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의 '별점 관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번 일 이후 타다 측이 스스로 밝힌 대로 "차별 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까지는 아직 개선하고 보완할 점이 많아 보입니다.

<7월 2일 ‘타다’ 측 입장 원문>

안녕하세요. 타다입니다.

잘못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진심으로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최근 한 타다 드라이버가 불특정다수가 참여한 채팅방에서 특정 이용자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드라이버는 타다의 이용자 안전 정책에 따라 즉각 계약해제 조치 되었습니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를 철저히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타다는 차별없고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타다는 드라이버 대행사와의 협조 하에 드라이버 전원 대상으로 성인지교육을 강화합니다.

이용자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립니다.

<7월 3일 KBS 보도 이후 ‘타다’ 측 입장 원문>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혐오발언을 한 기사는 협력업체와 협의해 계약해지 할 것이며,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차별과 성희롱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KBS에 제보해주신 제보자의 증언과 추가로 드러난 '타다'기사들의 성희롱 발언들은 오늘밤 9시 KBS 1TV 뉴스9에 보도될 예정입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맺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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