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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장마, 지각 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
입력 2019.07.04 (11:24) 취재K
마른장마, 지각 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
사진 출처 : 문학과 지성사

"후두둑 후두둑 유리 없는 창문으로 들이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사십주야를 비가 퍼부어서 산꼭대기에다 배를 묻어 둔 노아네 가족만이 남고
이 세상이 전멸을 해버렸다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를,
원구는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비오는 날(1965년), 손창섭 作


전후 세대 작가인 손창섭의 이 소설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가 내립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나긴 장마에 접어들며 6·25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눅눅한 우울과 절망이 짙어집니다.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장마(1973년), 윤흥길 作


이 소설들에 나온 것처럼 통상 장마라 하면 '사십주야 비가 퍼붓는 대홍수'나 '젖은 물걸레'처럼 장기간의, 많은 비를 떠올리실 겁니다. 실제, 장마는 한 달 남짓 비를 몰고 오는 '정체전선'입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 사이의 '기온 차이'에 의해 발달하는데요. 장마를 포함한 여름에 내리는 비는 연평균 강수량의 50∼60%를 차지합니다.

해마다 제각각 장마…별명도 쏟아져

하지만 요새는 이런 일반적인 장마가 오히려 흔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언론이 묘사한 장마의 모습을 볼까요? 비가 적게 내리면 '마른장마', 남부나 중부 중 어느 한쪽에만 비를 뿌리면 '반쪽 장마', 중부에서 먼저 장맛비가 시작되면 '거꾸로 장마', 평년보다 늦게 시작되면 '지각 장마', 새벽에만 비가 퍼부으면 '야행성 장마' 등의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매해 장마의 특징이 그만큼 변화무쌍했다는 겁니다.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최근 들어 변동성은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2000년 이후 장마 기간 강수량과 강수 일수를 분석해 보면, 어느 해는 장마가 길고 비도 많이 왔지만 이듬해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해마다 들쑥날쑥하고 일정한 경향성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강수 일수·강수량 1위는 2006년 장마

2000년대 들어 가장 비가 잦았던 장마는 2006년에 왔습니다. 전국 평균 강수 일수가 26.7일로, 거의 한달을 꽉 채워 비가 내린 셈입니다. 강수량도 가장 많은 699.1mm를 기록했습니다. 예년 장마철(356.1mm)의 2배로 1년에 내릴 비의 절반 정도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습니다.

전체 장마 기간만으로는 2013년 중부지방에서 49일이라는 최장 기록이 나왔습니다. 반면, 가장 짧았던 장마는 지난해였는데요. 6월 26일 시작된 장마가 남부지방은 7월 9일, 중부지방은 11일 종료돼 각각 14일과 16일에 그쳤습니다. 평균 강수 일수도 10.5일로 최단 기록을 세웠고요. 장마가 짧았던 대신 폭염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장맛비의 양이 가장 적었던 해는 2014년 145.6mm로 예년 장마철의 40% 수준이었습니다.


장마 예측, '2차 방정식'에서 '고차 방정식'으로


심지어 2017년에는 장마의 '공식'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온 차이'에 의해 장마전선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 대륙의 덥고 건조한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습도' 차이에 의한 장마전선이 발달한 것입니다.

이렇게 '돌연변이' 장마가 늘어나면서 기상청의 장마 예측은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엘니뇨-라니냐 같은 자연 주기 변동을 비롯한 장마 예측의 변수도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에 2차 방정식을 풀었다면, 지금은 변수가 5개 이상인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장마전선, 이달 중순 중부지방 북상

올해 장마는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유난히 강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주로 일본 남부에 장마전선이 머물러 있습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장마전선은 오는 10~11일쯤에야 다시 북상해 전국에 비를 몰고 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15일 이후에는 중부지방까지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평년과 비슷한 이달 하순에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텐데요. 중국이나 몽골에서 발달하는 열 고기압의 세력이 지난해보다 약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에너지원인 바다의 수온도 낮은 편이라 최악의 폭염은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 마른장마, 지각 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
    • 입력 2019.07.04 (11:24)
    취재K
마른장마, 지각 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
사진 출처 : 문학과 지성사

"후두둑 후두둑 유리 없는 창문으로 들이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사십주야를 비가 퍼부어서 산꼭대기에다 배를 묻어 둔 노아네 가족만이 남고
이 세상이 전멸을 해버렸다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를,
원구는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비오는 날(1965년), 손창섭 作


전후 세대 작가인 손창섭의 이 소설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비가 내립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나긴 장마에 접어들며 6·25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눅눅한 우울과 절망이 짙어집니다.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장마(1973년), 윤흥길 作


이 소설들에 나온 것처럼 통상 장마라 하면 '사십주야 비가 퍼붓는 대홍수'나 '젖은 물걸레'처럼 장기간의, 많은 비를 떠올리실 겁니다. 실제, 장마는 한 달 남짓 비를 몰고 오는 '정체전선'입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 사이의 '기온 차이'에 의해 발달하는데요. 장마를 포함한 여름에 내리는 비는 연평균 강수량의 50∼60%를 차지합니다.

해마다 제각각 장마…별명도 쏟아져

하지만 요새는 이런 일반적인 장마가 오히려 흔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언론이 묘사한 장마의 모습을 볼까요? 비가 적게 내리면 '마른장마', 남부나 중부 중 어느 한쪽에만 비를 뿌리면 '반쪽 장마', 중부에서 먼저 장맛비가 시작되면 '거꾸로 장마', 평년보다 늦게 시작되면 '지각 장마', 새벽에만 비가 퍼부으면 '야행성 장마' 등의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매해 장마의 특징이 그만큼 변화무쌍했다는 겁니다.

자료: 기상청자료: 기상청

최근 들어 변동성은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2000년 이후 장마 기간 강수량과 강수 일수를 분석해 보면, 어느 해는 장마가 길고 비도 많이 왔지만 이듬해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해마다 들쑥날쑥하고 일정한 경향성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강수 일수·강수량 1위는 2006년 장마

2000년대 들어 가장 비가 잦았던 장마는 2006년에 왔습니다. 전국 평균 강수 일수가 26.7일로, 거의 한달을 꽉 채워 비가 내린 셈입니다. 강수량도 가장 많은 699.1mm를 기록했습니다. 예년 장마철(356.1mm)의 2배로 1년에 내릴 비의 절반 정도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습니다.

전체 장마 기간만으로는 2013년 중부지방에서 49일이라는 최장 기록이 나왔습니다. 반면, 가장 짧았던 장마는 지난해였는데요. 6월 26일 시작된 장마가 남부지방은 7월 9일, 중부지방은 11일 종료돼 각각 14일과 16일에 그쳤습니다. 평균 강수 일수도 10.5일로 최단 기록을 세웠고요. 장마가 짧았던 대신 폭염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장맛비의 양이 가장 적었던 해는 2014년 145.6mm로 예년 장마철의 40% 수준이었습니다.


장마 예측, '2차 방정식'에서 '고차 방정식'으로


심지어 2017년에는 장마의 '공식'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온 차이'에 의해 장마전선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 대륙의 덥고 건조한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습도' 차이에 의한 장마전선이 발달한 것입니다.

이렇게 '돌연변이' 장마가 늘어나면서 기상청의 장마 예측은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엘니뇨-라니냐 같은 자연 주기 변동을 비롯한 장마 예측의 변수도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과거에 2차 방정식을 풀었다면, 지금은 변수가 5개 이상인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장마전선, 이달 중순 중부지방 북상

올해 장마는 북쪽 찬 공기의 세력이 유난히 강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주로 일본 남부에 장마전선이 머물러 있습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장마전선은 오는 10~11일쯤에야 다시 북상해 전국에 비를 몰고 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15일 이후에는 중부지방까지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평년과 비슷한 이달 하순에 장마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텐데요. 중국이나 몽골에서 발달하는 열 고기압의 세력이 지난해보다 약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에너지원인 바다의 수온도 낮은 편이라 최악의 폭염은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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