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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집행유예 받고도…법정 피신·‘셀프 감금’한 조현아
입력 2019.07.04 (12:22) 수정 2019.07.04 (13:38) 취재후
'가정부 불법고용' 집행유예 받은 한진 母女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인 양 범행에 동원
조현아, 선고 후 법정 피신·'셀프 감금' 촌극
[취재후] 집행유예 받고도…법정 피신·‘셀프 감금’한 조현아
"지금 정문 통과했습니다!"

그제(2일) 오후 1시 54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보안관리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가 탄 차량이, 재판 시작 약 5분을 남겨두고 법원 정문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겁니다.

이 씨는 대한항공 임직원을 동원해 자신의 집에서 일할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입국시켜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 씨의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동일한 사건으로 함께 기소돼, 같은 시각 법정에 나오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단, 조 전 부사장은 사람들(특히 기자들)의 눈을 피해 점심시간쯤 일찌감치 법원에 도착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차에서 내린 이명희 씨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기자들을 뒤로 한 채 법원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드디어 법정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기자 두 명을 보고 3초 간 망설이다, 변호인단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기자들을 보고 잠시 놀란 이명희 씨엘리베이터에 탄 기자들을 보고 잠시 놀란 이명희 씨

재판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법정에 들어온 이명희 씨. 이윽고 조현아 전 부사장도 '올 블랙' 복장으로 법정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선고가 예정돼 있던 세 개의 사건 선고가 끝나고, 오후 2시 10분 한진 모녀에 대한 선고가 시작됐습니다. 이명희 씨가 먼저 피고인석으로 나갔습니다.

"피고인 이명희 씨! 이명희 씨 잠시 서세요. 판결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1심 선고의 요지는 익히 보도된 바와 같은데요.
(▶관련 기사: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이명희·조현아 징역형 집유…검찰 구형보다 형량 늘어)

재판부는 이 씨와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대한항공이 개인이나 가족 소유 기업인 것처럼"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동원해 집에서 일할 가사도우미를 뽑아 한국에 불법 입국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 직원에게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선발, 선발 독촉, 교체, 장염이나 결핵 등 신체검사 재실시, 비자취소 등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 필리핀 마닐라 지점장이 현지 인력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 후보자들을 모집하면 ▲대한항공 인사전략실 소속 임직원이나 마닐라 지점장이 후보자들을 면접한 뒤 면접 결과를 이 씨와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했고 ▲두 모녀가 가사도우미를 최종 선발했습니다.

그 뒤에는 가사도우미로 뽑힌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필리핀 마닐라 지점 직원으로 위장해,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 들어오는 것처럼 속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자(사증)을 발급 받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필리핀인들을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후, 부정하게 체류기간을 연장하기까지 했습니다.

불법 고용된 일부 가사도우미의 급여 2억 원은 대한항공 법인통장에서 이체됐고, 이들을 대한항공에 소개해 준 인력업체에 가는 수수료와 신체검사비용(1인당 105만 원), 이들의 항공권 비용까지 모두 대한항공이 부담했습니다.


재판부는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두 사람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우선 이명희 씨는 지난달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갑자기 혐의를 인정하면서 "잘못(불법 고용)임을 안 즉시, 저는 일하는 아이(가사도우미)를 돌려보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소명이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지난해 자발적으로 돌려보냈다는 가사도우미는, 사실 진작에 급여에 불만을 품고 2016년 8월 일을 관둔 뒤 필리핀으로 돌아갔다는 거죠. 이 씨가 "자신의 진정한 뉘우침에 관해 의심을 살 만한 변소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조현아 씨 역시 지난해 4월 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문제를 언론이 보도하자, 집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를 급히 대한항공 비행기로 출국시킨 게 문제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죄증을 감추려는 과정"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때도 대한항공 인사전략실 임직원을 동원한 점이 조 씨에게 불리한 정상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5월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5월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판결 선고는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여기까진 순조로웠는데, 이후 좀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선고를 듣고 법정 밖으로 나왔던 조 전 부사장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곧 법정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 겁니다. 조 전 부사장을 따라가려 기다리던 20명 넘는 기자들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다른 사람 재판을 방청하겠다는 것도 아닐 테고, 대체 왜 다시 법정으로 들어간 걸까.

이는 곧 일종의 법정 피신으로 밝혀졌습니다. 법정 앞을 지키던 법원 직원들은 기자들에게 좀 나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밖에 정리되면 나오실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기자들은 해산하지 않고 법정 앞에서 조 전 부사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국정원 직원 '셀프' 감금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조 전 부사장의 법정 '셀프' 감금 사태라고나 할까요.

조 전 부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떼어내며 차를 타러 가고 있다.조 전 부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떼어내며 차를 타러 가고 있다.

피신 11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나온 조 전 부사장.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약 5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오른쪽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는 그저 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경영 복귀하실 거냐" "징역형 예상하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대기하던 차에 탈 때까지도, 조 전 부사장은 들러붙는 기자를 밀쳐내듯 빠른 속도의 '워킹'을 선보였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이던, 지난해 5월 첫 수사 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또 다시 집행유예를 받은 한진 모녀의 꼿꼿이 세운 목과 허리, 그 바른 자세가 아직도 기억을 떠나지 않습니다.
  • [취재후] 집행유예 받고도…법정 피신·‘셀프 감금’한 조현아
    • 입력 2019.07.04 (12:22)
    • 수정 2019.07.04 (13:38)
    취재후
'가정부 불법고용' 집행유예 받은 한진 母女
대한항공을 가족 소유 기업인 양 범행에 동원
조현아, 선고 후 법정 피신·'셀프 감금' 촌극
[취재후] 집행유예 받고도…법정 피신·‘셀프 감금’한 조현아
"지금 정문 통과했습니다!"

그제(2일) 오후 1시 54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보안관리대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가 탄 차량이, 재판 시작 약 5분을 남겨두고 법원 정문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겁니다.

이 씨는 대한항공 임직원을 동원해 자신의 집에서 일할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입국시켜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 씨의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동일한 사건으로 함께 기소돼, 같은 시각 법정에 나오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단, 조 전 부사장은 사람들(특히 기자들)의 눈을 피해 점심시간쯤 일찌감치 법원에 도착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차에서 내린 이명희 씨는 여느 때처럼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기자들을 뒤로 한 채 법원 보안검색대를 통과했습니다. 드디어 법정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기자 두 명을 보고 3초 간 망설이다, 변호인단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기자들을 보고 잠시 놀란 이명희 씨엘리베이터에 탄 기자들을 보고 잠시 놀란 이명희 씨

재판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법정에 들어온 이명희 씨. 이윽고 조현아 전 부사장도 '올 블랙' 복장으로 법정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선고가 예정돼 있던 세 개의 사건 선고가 끝나고, 오후 2시 10분 한진 모녀에 대한 선고가 시작됐습니다. 이명희 씨가 먼저 피고인석으로 나갔습니다.

"피고인 이명희 씨! 이명희 씨 잠시 서세요. 판결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1심 선고의 요지는 익히 보도된 바와 같은데요.
(▶관련 기사: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이명희·조현아 징역형 집유…검찰 구형보다 형량 늘어)

재판부는 이 씨와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대한항공이 개인이나 가족 소유 기업인 것처럼" 대한항공 임직원들을 동원해 집에서 일할 가사도우미를 뽑아 한국에 불법 입국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 직원에게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선발, 선발 독촉, 교체, 장염이나 결핵 등 신체검사 재실시, 비자취소 등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 필리핀 마닐라 지점장이 현지 인력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 후보자들을 모집하면 ▲대한항공 인사전략실 소속 임직원이나 마닐라 지점장이 후보자들을 면접한 뒤 면접 결과를 이 씨와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했고 ▲두 모녀가 가사도우미를 최종 선발했습니다.

그 뒤에는 가사도우미로 뽑힌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필리핀 마닐라 지점 직원으로 위장해,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 들어오는 것처럼 속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자(사증)을 발급 받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필리핀인들을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후, 부정하게 체류기간을 연장하기까지 했습니다.

불법 고용된 일부 가사도우미의 급여 2억 원은 대한항공 법인통장에서 이체됐고, 이들을 대한항공에 소개해 준 인력업체에 가는 수수료와 신체검사비용(1인당 105만 원), 이들의 항공권 비용까지 모두 대한항공이 부담했습니다.


재판부는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두 사람의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우선 이명희 씨는 지난달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갑자기 혐의를 인정하면서 "잘못(불법 고용)임을 안 즉시, 저는 일하는 아이(가사도우미)를 돌려보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소명이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지난해 자발적으로 돌려보냈다는 가사도우미는, 사실 진작에 급여에 불만을 품고 2016년 8월 일을 관둔 뒤 필리핀으로 돌아갔다는 거죠. 이 씨가 "자신의 진정한 뉘우침에 관해 의심을 살 만한 변소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조현아 씨 역시 지난해 4월 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문제를 언론이 보도하자, 집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를 급히 대한항공 비행기로 출국시킨 게 문제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죄증을 감추려는 과정"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때도 대한항공 인사전략실 임직원을 동원한 점이 조 씨에게 불리한 정상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5월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5월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판결 선고는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여기까진 순조로웠는데, 이후 좀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선고를 듣고 법정 밖으로 나왔던 조 전 부사장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곧 법정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 겁니다. 조 전 부사장을 따라가려 기다리던 20명 넘는 기자들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다른 사람 재판을 방청하겠다는 것도 아닐 테고, 대체 왜 다시 법정으로 들어간 걸까.

이는 곧 일종의 법정 피신으로 밝혀졌습니다. 법정 앞을 지키던 법원 직원들은 기자들에게 좀 나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조 전 부사장은) 밖에 정리되면 나오실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기자들은 해산하지 않고 법정 앞에서 조 전 부사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국정원 직원 '셀프' 감금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조 전 부사장의 법정 '셀프' 감금 사태라고나 할까요.

조 전 부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떼어내며 차를 타러 가고 있다.조 전 부사장이 마이크를 들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떼어내며 차를 타러 가고 있다.

피신 11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나온 조 전 부사장.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약 5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오른쪽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뒤에는 그저 벽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경영 복귀하실 거냐" "징역형 예상하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대기하던 차에 탈 때까지도, 조 전 부사장은 들러붙는 기자를 밀쳐내듯 빠른 속도의 '워킹'을 선보였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이던, 지난해 5월 첫 수사 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또 다시 집행유예를 받은 한진 모녀의 꼿꼿이 세운 목과 허리, 그 바른 자세가 아직도 기억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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