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가족잔치’에 가짜 보증서까지…명장의 민낯

입력 2019.07.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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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분야 명장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자녀를 공모전에 출품하게 해 상을 받게 하거나 한국관광공사의 제품 보증서를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가 지정한 도예가 손동진 명장은 자신의 호까지 새겨넣은 도자기를 아들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출품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손 명장은 현재 광주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명장의 아들이 상 받은 도자기에 새겨진 ‘아버지의 호’

손 명장의 아들 손 모씨는 지난 2016년 치러진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의 광주지역 대회 학생부에서 당시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공예협동조합이 주관한 대회입니다. 손씨는 당시 대학원생 신분이었습니다.

도자기 표면에는 '무하'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도예가 손 명장이 자신의 작품에 새겨넣던 자신의 호입니다.

KBS 취재 결과 손 명장은 해당 도자기 작품을 자신의 작업 공간에 전시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주변에 자신의 도자기라고 소개해왔습니다.


손 명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아들과 협업을 해 만든 작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들이 도자기를 빚고 자신은 무늬를 새겨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장, ‘아들과 협업’ 주장했지만 자기 작품이라며 전시전

하지만 손 명장의 아들은 공예품대전 출품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만 출품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도 손 명장과 협업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심사했습니다.

그런데 손 명장은 아들이 상을 받은 이후 문제의 도자기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힌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7년 국립전주박물관 등이 주최한 대한민국 황실공예대전 초대전에서입니다.


당시 작품집에는 아들이 상을 받은 도자기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손 명장으로 돼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한 번은 아들이 상을 받고, 한 번은 아버지가 전시회에 나간 것입니다.

손 명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광주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아들의 수상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나전칠기 명장은 가족들의 공모전 대거 수상 논란

광주광역시가 지정한 또 다른 명장인 나전칠기 분야 최석현 명장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가족의 수상 탓입니다.

지난 2010년 열린 관광기념품 공모전의 광주지역 대회에서는 옻칠한 술잔으로 최 모 씨가 상을 받고, 자개 작품으로 또 다른 최 모 씨가 입선했습니다.

두 사람은 최 명장의 딸과 아들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대회를 주관한 광주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은 최 명장이었습니다.


당시 공모전에서는 최 명장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도 있었습니다. 사위 강모 씨입니다. 강 씨는 옻칠 젓가락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공모전 주관 단체 대표의 자녀부터 사위까지 상을 받은 것입니다.

최 명장은 이사장 재임 때이던 2008년 자신이 직접 출품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수상자 명단에는 최 명장과 아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 명장은 자신이 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이던 시기에 자신과 가족들이 상을 받은 게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명장의 작품이라더니 도매시장에…명품보증서는 효력 없는 가짜

최 명장을 둘러싼 논란은 또 있습니다. 최 명장이 한국관광공사 인증 명품보증서를 넣어 판매 중인 명함집과 거울 등 나전칠기 작품에 대한 논란입니다.

최 명장은 자신의 작품이라며 광주광역시가 지역 공예인들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매장에서 해당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서울의 한 도매시장에서 똑같은 제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가격은 최 명장 작품 판매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최 명장의 작품과 시장 제품 모두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만든 하나의 제품이 명장이 팔 때는 두 배 비싼 상황입니다.

최 명장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라며 시장에서도 판매되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최 명장은 자신과 무관한 공장 제품도 들여와 명품보증서를 넣어 자기 작품처럼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최 명장이 사용해온 명품보증서도 효력이 없는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 이상 받은 작품에 한해 명품 인증을 해주고 있는데 최 명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최 명장은 과거 다른 작품으로 수상한 적이 있다며 명함집과 거울 등 나전칠기 작품에 명품보증서를 쓴 것은 고의가 아닌 착오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가 된 나전칠기 작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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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전 가족잔치’에 가짜 보증서까지…명장의 민낯
    • 입력 2019-07-04 17:56:57
    취재K
공예 분야 명장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자녀를 공모전에 출품하게 해 상을 받게 하거나 한국관광공사의 제품 보증서를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가 지정한 도예가 손동진 명장은 자신의 호까지 새겨넣은 도자기를 아들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출품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손 명장은 현재 광주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명장의 아들이 상 받은 도자기에 새겨진 ‘아버지의 호’

손 명장의 아들 손 모씨는 지난 2016년 치러진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의 광주지역 대회 학생부에서 당시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공예협동조합이 주관한 대회입니다. 손씨는 당시 대학원생 신분이었습니다.

도자기 표면에는 '무하'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도예가 손 명장이 자신의 작품에 새겨넣던 자신의 호입니다.

KBS 취재 결과 손 명장은 해당 도자기 작품을 자신의 작업 공간에 전시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주변에 자신의 도자기라고 소개해왔습니다.


손 명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아들과 협업을 해 만든 작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들이 도자기를 빚고 자신은 무늬를 새겨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장, ‘아들과 협업’ 주장했지만 자기 작품이라며 전시전

하지만 손 명장의 아들은 공예품대전 출품 당시 자신의 이름으로만 출품했습니다. 당시 심사위원들도 손 명장과 협업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심사했습니다.

그런데 손 명장은 아들이 상을 받은 이후 문제의 도자기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힌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7년 국립전주박물관 등이 주최한 대한민국 황실공예대전 초대전에서입니다.


당시 작품집에는 아들이 상을 받은 도자기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손 명장으로 돼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한 번은 아들이 상을 받고, 한 번은 아버지가 전시회에 나간 것입니다.

손 명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광주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아들의 수상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나전칠기 명장은 가족들의 공모전 대거 수상 논란

광주광역시가 지정한 또 다른 명장인 나전칠기 분야 최석현 명장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가족의 수상 탓입니다.

지난 2010년 열린 관광기념품 공모전의 광주지역 대회에서는 옻칠한 술잔으로 최 모 씨가 상을 받고, 자개 작품으로 또 다른 최 모 씨가 입선했습니다.

두 사람은 최 명장의 딸과 아들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대회를 주관한 광주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은 최 명장이었습니다.


당시 공모전에서는 최 명장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도 있었습니다. 사위 강모 씨입니다. 강 씨는 옻칠 젓가락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공모전 주관 단체 대표의 자녀부터 사위까지 상을 받은 것입니다.

최 명장은 이사장 재임 때이던 2008년 자신이 직접 출품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수상자 명단에는 최 명장과 아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 명장은 자신이 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이던 시기에 자신과 가족들이 상을 받은 게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명장의 작품이라더니 도매시장에…명품보증서는 효력 없는 가짜

최 명장을 둘러싼 논란은 또 있습니다. 최 명장이 한국관광공사 인증 명품보증서를 넣어 판매 중인 명함집과 거울 등 나전칠기 작품에 대한 논란입니다.

최 명장은 자신의 작품이라며 광주광역시가 지역 공예인들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매장에서 해당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서울의 한 도매시장에서 똑같은 제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가격은 최 명장 작품 판매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최 명장의 작품과 시장 제품 모두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같은 공장에서 만든 하나의 제품이 명장이 팔 때는 두 배 비싼 상황입니다.

최 명장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라며 시장에서도 판매되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최 명장은 자신과 무관한 공장 제품도 들여와 명품보증서를 넣어 자기 작품처럼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최 명장이 사용해온 명품보증서도 효력이 없는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 이상 받은 작품에 한해 명품 인증을 해주고 있는데 최 명장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최 명장은 과거 다른 작품으로 수상한 적이 있다며 명함집과 거울 등 나전칠기 작품에 명품보증서를 쓴 것은 고의가 아닌 착오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가 된 나전칠기 작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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