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베를린 “주택 임대료 5년간 동결”…특단 대책 성공할까?

입력 2019.07.04 (18:07) 수정 2019.07.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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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택 임대료 폭등으로 고심하던 독일 수도 베를린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내년부터 5년 동안 아예 임대료를 못 올리도록 동결하겠다는 건데요,

임대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시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유광석 특파원, 베를린 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대료 동결 정책,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수도 베를린의 건물 임대료를 2020년부터 5년 동안 동결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

베를린 시당국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내용입니다.

[카트린 롬프셔/베를린 건설주택부 장관 : "지나친 월세 인상으로부터 주택을 지키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베를린의 임대법안은 월세를 5년 동안 동결하는 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대인은 제곱미터당 50센트, 우리 돈 약 600원 이상의 임대료를 인상하려면 당국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재건축이나 보수공사 때문에 임대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경우에도 엄격한 규칙에 따라 단속됩니다.

규정을 어기면 최고 50만 유로, 우리 돈 6억 6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동안 임대료 관련 법안이 임대료 상승폭 제한에 목표를 뒀다면, 이 법안은 임대료 인상 자체를 막겠다는 시도여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베를린시가 이런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임대료 폭등이 이유가 됐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대책은 베를린시의 올해 1분기 임대료가 7% 이상 오른 가운데 나왔습니다.

베를린시 도시개발주택부는 트위터에 주택 150만 채가 임대료 인상문제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베를린시 평균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2008년 5.6유로에서 2018년 11.4유로로 10년 사이 2배나 올랐습니다.

2015년 임대료 제동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임대료는 브레이크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베를린 시민 수만 명이 광장에 모여 이른바 '미친 임대료' 시위를 벌이는 등 임대료 폭등에 거세게 항의를 해왔습니다.

[앵커]

임대업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반발이 심하겠죠?

[기자]

건물주들은 임대료 동결 전에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우스 운트 그룬트'라는 임대인협회는 홈페이지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법안이 결의되기 전에 임대료를 인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안네트 베카르트/임대인 : "건물에 투자한 자금은 사회에 선물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힘들게 일해서 이룬 것입니다."]

세입자협회는 이번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한시적인 조치인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친 임대료 시위를 주도했던 한 시민단체는 5년마다 똑같은 문제에 부딪히는 것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를린시가 5년 동안만 임대료를 동결시키는 이유는 5년 뒤에는 신규 주택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베를린 시당국은 내년 1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베를린 시의회 다수당인 사회민주당이 임대료 상한제를 선호하고 있어서 법안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료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함부르크와 뮌헨 등 독일 내 다른 도시들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이번 법안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기존 임대료 상한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이 계속돼 온 만큼 특단의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앵커]

주택 임대료 외에 주택 매입 비용은 어떻습니까?

[기자]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빚도 많이 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경제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내집 마련자의 평균 나이는 만 49세였습니다.

약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의 만 37세보다 10세 이상 늦춰진 겁니다.

자택 구입자도 줄어서 2001년 70만 명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4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대도시에 주택 구입 수요가 몰렸고, 건축비와 매입 부대비용 등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 주택 구입자는 평균 24만 8천 유로, 우리 돈 3억 3천만원의 빚을 냈는데,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독일인들은 매입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 외부 대출 비율이 84%로, 2017년에 이미 80%를 넘어섰습니다.

주택을 사더라도 자기 돈의 비율이 집 가격의 20%도 안된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임대료도 폭등하고 내집 마련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이래저래 독일 국민들의 주거 여건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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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베를린 “주택 임대료 5년간 동결”…특단 대책 성공할까?
    • 입력 2019-07-04 18:12:21
    • 수정2019-07-04 18: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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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택 임대료 폭등으로 고심하던 독일 수도 베를린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내년부터 5년 동안 아예 임대료를 못 올리도록 동결하겠다는 건데요,

임대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시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유광석 특파원, 베를린 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대료 동결 정책,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수도 베를린의 건물 임대료를 2020년부터 5년 동안 동결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

베를린 시당국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내용입니다.

[카트린 롬프셔/베를린 건설주택부 장관 : "지나친 월세 인상으로부터 주택을 지키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베를린의 임대법안은 월세를 5년 동안 동결하는 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대인은 제곱미터당 50센트, 우리 돈 약 600원 이상의 임대료를 인상하려면 당국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재건축이나 보수공사 때문에 임대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경우에도 엄격한 규칙에 따라 단속됩니다.

규정을 어기면 최고 50만 유로, 우리 돈 6억 6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동안 임대료 관련 법안이 임대료 상승폭 제한에 목표를 뒀다면, 이 법안은 임대료 인상 자체를 막겠다는 시도여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베를린시가 이런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임대료 폭등이 이유가 됐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대책은 베를린시의 올해 1분기 임대료가 7% 이상 오른 가운데 나왔습니다.

베를린시 도시개발주택부는 트위터에 주택 150만 채가 임대료 인상문제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베를린시 평균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2008년 5.6유로에서 2018년 11.4유로로 10년 사이 2배나 올랐습니다.

2015년 임대료 제동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임대료는 브레이크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베를린 시민 수만 명이 광장에 모여 이른바 '미친 임대료' 시위를 벌이는 등 임대료 폭등에 거세게 항의를 해왔습니다.

[앵커]

임대업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반발이 심하겠죠?

[기자]

건물주들은 임대료 동결 전에 임대료를 미리 올리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우스 운트 그룬트'라는 임대인협회는 홈페이지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법안이 결의되기 전에 임대료를 인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안네트 베카르트/임대인 : "건물에 투자한 자금은 사회에 선물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힘들게 일해서 이룬 것입니다."]

세입자협회는 이번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한시적인 조치인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친 임대료 시위를 주도했던 한 시민단체는 5년마다 똑같은 문제에 부딪히는 것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를린시가 5년 동안만 임대료를 동결시키는 이유는 5년 뒤에는 신규 주택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베를린 시당국은 내년 1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베를린 시의회 다수당인 사회민주당이 임대료 상한제를 선호하고 있어서 법안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료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함부르크와 뮌헨 등 독일 내 다른 도시들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이번 법안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기존 임대료 상한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이 계속돼 온 만큼 특단의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앵커]

주택 임대료 외에 주택 매입 비용은 어떻습니까?

[기자]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빚도 많이 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경제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내집 마련자의 평균 나이는 만 49세였습니다.

약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의 만 37세보다 10세 이상 늦춰진 겁니다.

자택 구입자도 줄어서 2001년 70만 명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4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대도시에 주택 구입 수요가 몰렸고, 건축비와 매입 부대비용 등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 주택 구입자는 평균 24만 8천 유로, 우리 돈 3억 3천만원의 빚을 냈는데,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독일인들은 매입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올해의 경우 외부 대출 비율이 84%로, 2017년에 이미 80%를 넘어섰습니다.

주택을 사더라도 자기 돈의 비율이 집 가격의 20%도 안된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임대료도 폭등하고 내집 마련도 점점 힘들어지면서 이래저래 독일 국민들의 주거 여건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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