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협박소포’ 발신자 추적…“협박범의 배후는?”

입력 2019.07.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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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의원실에 '협박 소포'가 배달됐습니다.
스스로를 '태극기 자결단'이라 밝힌 발신자는 편지와 함께 흉기, 죽은 새를 보냈는데요. 편지에는 윤 원내대표를 '민주당 2중대', '홍위병'이라 비난하며 "우리 사정권에 있다" 협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행위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는데요.

과연 '협박 소포' 발신자는 누구인지 정체를 쫓아가 봤습니다.

"편의점 CCTV 확인, 50대 남성으로 추정"

'협박소포'에는 발신인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는데요. 경찰 확인 결과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대신 경찰이 택배 소인을 추적한 결과 소포는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편의점 CCTV에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발신자가 마스크를 쓴 채 무인 택배시스템을 이용해 소포를 부치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확인하며 발신자의 동선을 쫓고 있습니다.

발신자가 쓴 편지에는 지문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에선 장갑을 끼고 편지를 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경찰이 추가로 DNA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오늘(4일) 오후까지 발신자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태극기 자결단'…극우집단으로 추정"

경찰 말고도 발신자를 추적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의원 시절 테러 협박문을 받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입니다.


하 의원은 오늘 오전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자신에게 배달된 테러협박문과 윤소하 원내대표가 받은 협박편지를 비교하며 발신자를 추정했습니다.

"(협박 소포를) 윤소하 의원에게 보낸 사람은 극우로 보입니다.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태극기가 극우의 상징이 된 게 못내 아쉽지만, 지금 정치 현실에서 극우 집단으로 보입니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오늘)

하 의원은 이 외에도 "필체 대조에서 안 걸리기 위해 왼손잡이는 오른손을,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쓴다", "죽은 새를 같이 보내서 죽는다는 의미를 표현했다"는 등 협박을 당한 유경험자(?)로서 나름의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 의원은 "테러 협박이 있었지만 저는 꿋꿋하게 정치하고 있다"면서 "윤소하 의원도 겁먹지 말고, 겁먹을 분도 아니시지만, 의정활동 열심히 하시리라고 생각한다"는 응원을 보냈습니다.

윤소하 원내대표가 말하는 '협박범의 배후'

협박 소포가 배달된 직후 "괘념치 않는다"는 말을 반복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서글프다, 대한민국 정치...'로 시작하는 글에는 '작은 당' 정의당의 애환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다. 비록 소수당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잘한 건 더욱 잘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잘못 가면 과감한 비판과 견제로 제대로 된 길을 가라는 것이 정의당이다. 왜? 국민의 요구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작은 당이다. 그런데 양쪽에서 얻어터지기 일쑤일 뿐이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페이스북


윤 원내대표는 KBS와의 통화에서 "협박 소포를 보낸 발신자가 누구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무엇이 이런 사태를 벌어지게 했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 원내대표가 지목한 신원불명 협박범의 배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성 있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이념 갈등을 극대화 시키는 정치,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해도 극단으로 편 가르는 이분법의 정치, 막말과 혐오 정서를 부추겨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가 '협박 소포' 사태를 불러온 건 분명합니다. 특히 조금만 여당의 정책에 동조해도 '민주당 2중대론'을 주구장창 내뱉는 자유한국당의 용어가 이 같은 극단의 모습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잡힌다면... 이건 꼭 말하고 싶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우선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적인 집단 행위인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범인이 잡힌다면 "왜 '민주당 2중대', '홍위병'이란 표현을 썼는지는 꼭 물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최근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문제도 그렇고, 그동안 민주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온 윤 원내대표 입장에선 매우 억울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협박 소포'를 직접 받은 여성 비서관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윤 원내대표는 "비서관이 당시엔 많이 놀랐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해 오늘은 정상 출근했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괜찮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말을 힘주어 반복했지만, 휴대전화 너머에는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 윤 원내대표는 '협박범의 배후'에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무쪼록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의 품격을 되살리고, 정당한 정책공방이 이뤄지는 수준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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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소하 ‘협박소포’ 발신자 추적…“협박범의 배후는?”
    • 입력 2019-07-04 18:34:48
    취재K
어제(3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의원실에 '협박 소포'가 배달됐습니다.
스스로를 '태극기 자결단'이라 밝힌 발신자는 편지와 함께 흉기, 죽은 새를 보냈는데요. 편지에는 윤 원내대표를 '민주당 2중대', '홍위병'이라 비난하며 "우리 사정권에 있다" 협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와 의회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행위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는데요.

과연 '협박 소포' 발신자는 누구인지 정체를 쫓아가 봤습니다.

"편의점 CCTV 확인, 50대 남성으로 추정"

'협박소포'에는 발신인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는데요. 경찰 확인 결과 가짜로 드러났습니다. 대신 경찰이 택배 소인을 추적한 결과 소포는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편의점 CCTV에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발신자가 마스크를 쓴 채 무인 택배시스템을 이용해 소포를 부치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인근 CCTV를 확인하며 발신자의 동선을 쫓고 있습니다.

발신자가 쓴 편지에는 지문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에선 장갑을 끼고 편지를 쓴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경찰이 추가로 DNA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오늘(4일) 오후까지 발신자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태극기 자결단'…극우집단으로 추정"

경찰 말고도 발신자를 추적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의원 시절 테러 협박문을 받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입니다.


하 의원은 오늘 오전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자신에게 배달된 테러협박문과 윤소하 원내대표가 받은 협박편지를 비교하며 발신자를 추정했습니다.

"(협박 소포를) 윤소하 의원에게 보낸 사람은 극우로 보입니다. “태극기 자결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태극기가 극우의 상징이 된 게 못내 아쉽지만, 지금 정치 현실에서 극우 집단으로 보입니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오늘)

하 의원은 이 외에도 "필체 대조에서 안 걸리기 위해 왼손잡이는 오른손을,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쓴다", "죽은 새를 같이 보내서 죽는다는 의미를 표현했다"는 등 협박을 당한 유경험자(?)로서 나름의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 의원은 "테러 협박이 있었지만 저는 꿋꿋하게 정치하고 있다"면서 "윤소하 의원도 겁먹지 말고, 겁먹을 분도 아니시지만, 의정활동 열심히 하시리라고 생각한다"는 응원을 보냈습니다.

윤소하 원내대표가 말하는 '협박범의 배후'

협박 소포가 배달된 직후 "괘념치 않는다"는 말을 반복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서글프다, 대한민국 정치...'로 시작하는 글에는 '작은 당' 정의당의 애환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다. 비록 소수당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잘한 건 더욱 잘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잘못 가면 과감한 비판과 견제로 제대로 된 길을 가라는 것이 정의당이다. 왜? 국민의 요구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작은 당이다. 그런데 양쪽에서 얻어터지기 일쑤일 뿐이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페이스북


윤 원내대표는 KBS와의 통화에서 "협박 소포를 보낸 발신자가 누구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무엇이 이런 사태를 벌어지게 했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 원내대표가 지목한 신원불명 협박범의 배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성 있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이념 갈등을 극대화 시키는 정치,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해도 극단으로 편 가르는 이분법의 정치, 막말과 혐오 정서를 부추겨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가 '협박 소포' 사태를 불러온 건 분명합니다. 특히 조금만 여당의 정책에 동조해도 '민주당 2중대론'을 주구장창 내뱉는 자유한국당의 용어가 이 같은 극단의 모습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잡힌다면... 이건 꼭 말하고 싶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우선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적인 집단 행위인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범인이 잡힌다면 "왜 '민주당 2중대', '홍위병'이란 표현을 썼는지는 꼭 물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최근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문제도 그렇고, 그동안 민주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온 윤 원내대표 입장에선 매우 억울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협박 소포'를 직접 받은 여성 비서관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윤 원내대표는 "비서관이 당시엔 많이 놀랐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해 오늘은 정상 출근했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괜찮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말을 힘주어 반복했지만, 휴대전화 너머에는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 윤 원내대표는 '협박범의 배후'에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아무쪼록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의 품격을 되살리고, 정당한 정책공방이 이뤄지는 수준 있는 국회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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