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미국인들에게 국기(성조기)란? - 독립기념일 직전 나이키가 지핀 논란
입력 2019.07.04 (20:02)
수정 2019.07.0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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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전 오산 미 공군 기지에서는 한 편의 영화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A-10 대지공격기 2대와 F-16 전투기 2대가 배치된 바로 앞까지 들어와 멈춰 선 것이다.
'마린원'이 착륙해 연단으로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헬기 뒷편 구조물에선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대형 성조기가 드러났고, 이어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의 노래 〈God Bless the U.S.A〉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장내에 있던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특전사 장병 수백 명은 열광하며 자신들의 최고 사령관이자 군 통수권자를 맞았고 연설이 진행되는 수십 분 내내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그냥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더불어 모든 장병들의 시선이 고정되는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차량인 '비스트(The Beast, '야수'라는 뜻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를 타고 떠날 때 장병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배웅했고, 누군가는 성조기 무늬의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싸인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가운데도 성조기가 등장했는데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자 '국가에 대한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대목에서였다.
미국인들의 성조기 사랑은 이처럼 곳곳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워낙 보편화·일상화돼 있다보니 미국 영토 안에서 관공서는 물론이고, 쇼핑몰이나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상점 앞에도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바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도 이주해온 미국인들이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어두고 '미국인 티'를 내는 바람에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유별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성조기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해마다 6월 14일을 '성조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이 날은 또 미 육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성조기는 언어와 종교와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독립성이 강한 각각의 주들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뭉치도록 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다.
특히 성조기는 위기와 역경의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매우 두드러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나던 날 3명의 소방관이 잿더미가 돼버린 빌딩 붕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와중에 성조기를 게양 한 것이다.
이 모습은 당시 한 언론사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고, 테러 바로 다음 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단합된 위기 극복 의지를 한 데 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01년 9·11 테러 당일 폐허가 돼버린 현장에서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는 뉴욕시 소방관들 / https://en.wikipedia.org/wiki/Raising_the_Flag_at_Ground_Zero
누군가는 미국인들이 성조기에 '열광'하는 이유로 "성조기가 전 세계 국가들의 국기 가운데 유일하게 진화하는 국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용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정의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이뤄진 성조기의 가로 줄(stripes)은 고정된 수(13개로 미국 건국 당시 북미에 있던 영국의 옛 식민지 13개 주를 의미)로 변함이 없지만, 별(stars)의 숫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영토가 확장돼 새로운 주(state)가 연방에 편입되게 되면 따라서 늘어난다(진화한다)는 것이다.(새로운 주가 연방에 추가되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별이 추가되게 된다.)
최근에는 이 별의 수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도 일었는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디자인이 별 50개가 그려진 현재의 성조기가 아닌 별 13개가 그려진 '옛 성조기(벳시 로스기 Betsy Ross Flag: 초기 성조기 제작자의 이름을 따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에 처음 고안된 성조기)'를 반영하도록 디자인 돼 "과거 노예제 시절을 연상시킨다(because of its connection to an era of slavery)"는 비판에 휩싸이며 리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나이키가 올해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에어 맥스1 퀵스트라이크 7월 4일’과 옛 성조기인 벳시 로스기
'벳시 로스기'는 오늘날의 성조기와는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원형으로 배열돼 있어 때때로 '백인 우월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극단주의 단체는 미국의 다양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조기의 신.구 버전으로 인한 애국심 vs. 인종차별주의 대립 구도로까지 비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올해도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은 성조기의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사자의 해골도 성조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는다"고.
그렇다면 국기에 대한 논란도 미국인들의 성조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그만큼 크기에 이슈가 되는 게 아닐까?
무관심하다면 국기가 어떻게 대우 받고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든 간에 사회적 반향도 크지 않을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A-10 대지공격기 2대와 F-16 전투기 2대가 배치된 바로 앞까지 들어와 멈춰 선 것이다.
'마린원'이 착륙해 연단으로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헬기 뒷편 구조물에선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대형 성조기가 드러났고, 이어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의 노래 〈God Bless the U.S.A〉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장내에 있던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특전사 장병 수백 명은 열광하며 자신들의 최고 사령관이자 군 통수권자를 맞았고 연설이 진행되는 수십 분 내내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그냥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더불어 모든 장병들의 시선이 고정되는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차량인 '비스트(The Beast, '야수'라는 뜻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를 타고 떠날 때 장병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배웅했고, 누군가는 성조기 무늬의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싸인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가운데도 성조기가 등장했는데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자 '국가에 대한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대목에서였다.
미국인들의 성조기 사랑은 이처럼 곳곳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워낙 보편화·일상화돼 있다보니 미국 영토 안에서 관공서는 물론이고, 쇼핑몰이나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상점 앞에도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바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도 이주해온 미국인들이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어두고 '미국인 티'를 내는 바람에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유별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성조기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해마다 6월 14일을 '성조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이 날은 또 미 육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성조기는 언어와 종교와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독립성이 강한 각각의 주들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뭉치도록 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다.
특히 성조기는 위기와 역경의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매우 두드러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나던 날 3명의 소방관이 잿더미가 돼버린 빌딩 붕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와중에 성조기를 게양 한 것이다.
이 모습은 당시 한 언론사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고, 테러 바로 다음 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단합된 위기 극복 의지를 한 데 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누군가는 미국인들이 성조기에 '열광'하는 이유로 "성조기가 전 세계 국가들의 국기 가운데 유일하게 진화하는 국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용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정의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이뤄진 성조기의 가로 줄(stripes)은 고정된 수(13개로 미국 건국 당시 북미에 있던 영국의 옛 식민지 13개 주를 의미)로 변함이 없지만, 별(stars)의 숫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영토가 확장돼 새로운 주(state)가 연방에 편입되게 되면 따라서 늘어난다(진화한다)는 것이다.(새로운 주가 연방에 추가되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별이 추가되게 된다.)
최근에는 이 별의 수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도 일었는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디자인이 별 50개가 그려진 현재의 성조기가 아닌 별 13개가 그려진 '옛 성조기(벳시 로스기 Betsy Ross Flag: 초기 성조기 제작자의 이름을 따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에 처음 고안된 성조기)'를 반영하도록 디자인 돼 "과거 노예제 시절을 연상시킨다(because of its connection to an era of slavery)"는 비판에 휩싸이며 리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벳시 로스기'는 오늘날의 성조기와는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원형으로 배열돼 있어 때때로 '백인 우월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극단주의 단체는 미국의 다양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조기의 신.구 버전으로 인한 애국심 vs. 인종차별주의 대립 구도로까지 비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올해도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은 성조기의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사자의 해골도 성조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는다"고.
그렇다면 국기에 대한 논란도 미국인들의 성조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그만큼 크기에 이슈가 되는 게 아닐까?
무관심하다면 국기가 어떻게 대우 받고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든 간에 사회적 반향도 크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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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전 오산 미 공군 기지에서는 한 편의 영화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A-10 대지공격기 2대와 F-16 전투기 2대가 배치된 바로 앞까지 들어와 멈춰 선 것이다.
'마린원'이 착륙해 연단으로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헬기 뒷편 구조물에선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대형 성조기가 드러났고, 이어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의 노래 〈God Bless the U.S.A〉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장내에 있던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특전사 장병 수백 명은 열광하며 자신들의 최고 사령관이자 군 통수권자를 맞았고 연설이 진행되는 수십 분 내내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그냥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더불어 모든 장병들의 시선이 고정되는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차량인 '비스트(The Beast, '야수'라는 뜻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를 타고 떠날 때 장병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배웅했고, 누군가는 성조기 무늬의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싸인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가운데도 성조기가 등장했는데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자 '국가에 대한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대목에서였다.
미국인들의 성조기 사랑은 이처럼 곳곳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워낙 보편화·일상화돼 있다보니 미국 영토 안에서 관공서는 물론이고, 쇼핑몰이나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상점 앞에도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바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도 이주해온 미국인들이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어두고 '미국인 티'를 내는 바람에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유별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성조기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해마다 6월 14일을 '성조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이 날은 또 미 육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성조기는 언어와 종교와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독립성이 강한 각각의 주들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뭉치도록 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다.
특히 성조기는 위기와 역경의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매우 두드러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나던 날 3명의 소방관이 잿더미가 돼버린 빌딩 붕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와중에 성조기를 게양 한 것이다.
이 모습은 당시 한 언론사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고, 테러 바로 다음 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단합된 위기 극복 의지를 한 데 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누군가는 미국인들이 성조기에 '열광'하는 이유로 "성조기가 전 세계 국가들의 국기 가운데 유일하게 진화하는 국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용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정의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이뤄진 성조기의 가로 줄(stripes)은 고정된 수(13개로 미국 건국 당시 북미에 있던 영국의 옛 식민지 13개 주를 의미)로 변함이 없지만, 별(stars)의 숫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영토가 확장돼 새로운 주(state)가 연방에 편입되게 되면 따라서 늘어난다(진화한다)는 것이다.(새로운 주가 연방에 추가되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별이 추가되게 된다.)
최근에는 이 별의 수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도 일었는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디자인이 별 50개가 그려진 현재의 성조기가 아닌 별 13개가 그려진 '옛 성조기(벳시 로스기 Betsy Ross Flag: 초기 성조기 제작자의 이름을 따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에 처음 고안된 성조기)'를 반영하도록 디자인 돼 "과거 노예제 시절을 연상시킨다(because of its connection to an era of slavery)"는 비판에 휩싸이며 리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벳시 로스기'는 오늘날의 성조기와는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원형으로 배열돼 있어 때때로 '백인 우월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극단주의 단체는 미국의 다양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조기의 신.구 버전으로 인한 애국심 vs. 인종차별주의 대립 구도로까지 비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올해도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은 성조기의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사자의 해골도 성조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는다"고.
그렇다면 국기에 대한 논란도 미국인들의 성조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그만큼 크기에 이슈가 되는 게 아닐까?
무관심하다면 국기가 어떻게 대우 받고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든 간에 사회적 반향도 크지 않을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이 A-10 대지공격기 2대와 F-16 전투기 2대가 배치된 바로 앞까지 들어와 멈춰 선 것이다.
'마린원'이 착륙해 연단으로 진입하던 바로 그 순간, 헬기 뒷편 구조물에선 양쪽으로 문이 열리며 대형 성조기가 드러났고, 이어 리 그린우드(Lee Greenwood)의 노래 〈God Bless the U.S.A〉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
장내에 있던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특전사 장병 수백 명은 열광하며 자신들의 최고 사령관이자 군 통수권자를 맞았고 연설이 진행되는 수십 분 내내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그냥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더불어 모든 장병들의 시선이 고정되는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 차량인 '비스트(The Beast, '야수'라는 뜻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를 타고 떠날 때 장병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배웅했고, 누군가는 성조기 무늬의 모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싸인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 가운데도 성조기가 등장했는데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자 '국가에 대한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대목에서였다.
미국인들의 성조기 사랑은 이처럼 곳곳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러난다.
워낙 보편화·일상화돼 있다보니 미국 영토 안에서 관공서는 물론이고, 쇼핑몰이나 맥도널드, 버거킹 같은 상점 앞에도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바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에서도 이주해온 미국인들이 집집마다 성조기를 내걸어두고 '미국인 티'를 내는 바람에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유별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에게 성조기는 대체 어떤 의미일까?
미국은 해마다 6월 14일을 '성조기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이 날은 또 미 육군 창설기념일이기도 하다- 성조기는 언어와 종교와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른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독립성이 강한 각각의 주들을 하나의 공화국으로 뭉치도록 하기 위한 상징으로서 대체불가능한 존재이다.
특히 성조기는 위기와 역경의 상황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매우 두드러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나던 날 3명의 소방관이 잿더미가 돼버린 빌딩 붕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와중에 성조기를 게양 한 것이다.
이 모습은 당시 한 언론사 취재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고, 테러 바로 다음 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미국인들의 애국심과 단합된 위기 극복 의지를 한 데 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누군가는 미국인들이 성조기에 '열광'하는 이유로 "성조기가 전 세계 국가들의 국기 가운데 유일하게 진화하는 국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한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용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정의를 의미하는 파란색으로 이뤄진 성조기의 가로 줄(stripes)은 고정된 수(13개로 미국 건국 당시 북미에 있던 영국의 옛 식민지 13개 주를 의미)로 변함이 없지만, 별(stars)의 숫자는 고정적이지 않고 영토가 확장돼 새로운 주(state)가 연방에 편입되게 되면 따라서 늘어난다(진화한다)는 것이다.(새로운 주가 연방에 추가되면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별이 추가되게 된다.)
최근에는 이 별의 수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란'도 일었는데,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운동화 디자인이 별 50개가 그려진 현재의 성조기가 아닌 별 13개가 그려진 '옛 성조기(벳시 로스기 Betsy Ross Flag: 초기 성조기 제작자의 이름을 따 미국 독립혁명이 일어난 1770년대에 처음 고안된 성조기)'를 반영하도록 디자인 돼 "과거 노예제 시절을 연상시킨다(because of its connection to an era of slavery)"는 비판에 휩싸이며 리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벳시 로스기'는 오늘날의 성조기와는 달리 좌측 상단에 13개의 식민지를 나타내는 별 13개가 원형으로 배열돼 있어 때때로 '백인 우월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일부 극단주의 단체는 미국의 다양성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 성조기의 신.구 버전으로 인한 애국심 vs. 인종차별주의 대립 구도로까지 비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올해도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은 성조기의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사자의 해골도 성조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해 놓는다"고.
그렇다면 국기에 대한 논란도 미국인들의 성조기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그만큼 크기에 이슈가 되는 게 아닐까?
무관심하다면 국기가 어떻게 대우 받고 어떤 목적으로 쓰여지든 간에 사회적 반향도 크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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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기자 yey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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