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한일 갈등에 소비자도 뿔났다…“일본 제품 거부합니다”

입력 2019.07.05 (06:01) 수정 2019.07.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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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ㆍ아사히ㆍ니콘ㆍ소니ㆍ토요타…

소위 가성비 좋은 옷으로 평가 받는 유니클로, 인기 수입맥주 중 하나인 아사히맥주, 카메라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독과점해온 니콘, 워크맨에서 시작해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젊은층을 사로잡은 소니, 독일 차에 버금가며 잔고장 없다고 소문난 토요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일본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건너온 줄 잘 모르는 브랜드도 적지 않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린나이, ABC마트와 포카리스웨트, 브릿지스톤 타이어, 데상트, 그리고 영화사인 컬럼비아 픽쳐스까지. 사실 알게 모르게 국내에 들어온 일본 브랜드는 6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이 갑자기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 때문입니다. 반도체 핵심 품목에 대해 일본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우리 국민들의 '반격'이 시작된 겁니다.

“일본제품 사지 맙시다”“본때를 보여줍시다”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같은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를 모은 이미지와 목록까지 올라왔습니다.(간혹 일본 브랜드가 아닌 것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낚시와 자전거, 배드민턴 등 일본 제품을 많이 써 온 각 동호회 카페에서도 불매 움직임에 동참하자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지지하는 댓글도 잇따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 제품들을 거론하며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괘씸한 행태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분노 섞인 말도 나왔습니다.



1인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토요타’ 자동차 매장 등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었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않고 경제보복’, ‘적반하장 일본, 국민들이 분노한다.’ 일본이 역사적 과제 해결엔 뒷짐진 채 경제적 보복을 하고 있다며 항의에 나선 겁니다.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 김수정 씨는 "(보복 조치가) 우리나라 기업과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불매운동을 하는 게 시민들이 항의하는 방법이라고 봐요"라고 말합니다.


“일본 여행, 안 갈 거예요”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도 부쩍 늘었습니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했던 여행도 취소했고, 2주 뒤 친구들과 떠나려던 여행도 취소했습니다. 수수료를 무릅쓰고 취소했다고 했습니다. 항공권과 호텔숙박권 등을 취소한 ‘인증샷’도 함께 올라 왔습니다. 격려하거나 국내 외 다른 여행지를 추천하는 댓글도 올라와 이들을 응원했습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에 대한 ‘보이콧’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직접 만들어 올린 겁니다.


‘물 한 잔 마셨습니다. 디자인이 별로일 수 있습니다. 네 시간 고민하고 그렸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차분하지만 고요한 울림을 담은 글과 함께 말입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변형한 이미지도 잇따라 댓글에 붙었습니다.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경제 제재를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 1일 시작된 이 청원에 벌써 2만 명 넘게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국민들 먼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및 일본관광 불매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정부에서 금번 경제제재와 관련하여 상대방 관세 보복 또는 관광금지 또는 수출 규제 등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라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우리는 평소 거리낌 없이 일본 제품을 애용해 왔습니다. ‘made in China’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써온 것처럼 ‘기술력 있는 제품’은 ‘made in Japan’을 즐겨 썼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일본 맥주를 사서 마시고 일본을 이웃처럼 드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이번 불매 움직임에 동참한 분들은 말합니다.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작지만 뭉치면 큰 힘이 되듯이, 소심해 보일 수 있는 ‘복수’라도 실천해야겠다는 겁니다.

“일본맥주 매출↓”vs“특별한 동향 없어”

이분들의 노력 때문일까요? 일본 제품의 매출 추이를 취재하던 중 대형마트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주 들어 일본 맥주의 매출이 줄었다는 겁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 간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 일주일 전보다 13.5%나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수입 맥주가 전체적으로 1% 정도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김홍준 씨는 “공정거래로 해서 무역거래를 해야 하는데 지금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에서 (제재를) 한다는 건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해서는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미미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부분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얘기합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분들도 속속 나오고 있지만 대형 패키지 중심으로 하는 여행사들의 경우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불매 움직임이 장기화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아베 총리 말대로 규제 품목을 늘릴수록 반일 감정은 고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업체들도 사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 브랜드 업체들은 혹시 모를 반일감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불매운동 필요”vs“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취재를 하면서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조직적으로 나설 예정인지 문의했지만, 대부분이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단호히 밝혔습니다.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반한ㆍ반일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던 중국의 폭력행위가 갈등을 봉합하긴 커녕, 반발만 키웠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절제하면서 우리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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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한일 갈등에 소비자도 뿔났다…“일본 제품 거부합니다”
    • 입력 2019-07-05 06:01:35
    • 수정2019-07-05 10:34:47
    취재K
유니클로ㆍ아사히ㆍ니콘ㆍ소니ㆍ토요타…

소위 가성비 좋은 옷으로 평가 받는 유니클로, 인기 수입맥주 중 하나인 아사히맥주, 카메라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독과점해온 니콘, 워크맨에서 시작해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젊은층을 사로잡은 소니, 독일 차에 버금가며 잔고장 없다고 소문난 토요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일본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건너온 줄 잘 모르는 브랜드도 적지 않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린나이, ABC마트와 포카리스웨트, 브릿지스톤 타이어, 데상트, 그리고 영화사인 컬럼비아 픽쳐스까지. 사실 알게 모르게 국내에 들어온 일본 브랜드는 6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이 갑자기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 때문입니다. 반도체 핵심 품목에 대해 일본이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우리 국민들의 '반격'이 시작된 겁니다.

“일본제품 사지 맙시다”“본때를 보여줍시다”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같은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를 모은 이미지와 목록까지 올라왔습니다.(간혹 일본 브랜드가 아닌 것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낚시와 자전거, 배드민턴 등 일본 제품을 많이 써 온 각 동호회 카페에서도 불매 움직임에 동참하자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지지하는 댓글도 잇따랐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 제품들을 거론하며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일본 정부의 괘씸한 행태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분노 섞인 말도 나왔습니다.



1인 시위도 벌어졌습니다.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토요타’ 자동차 매장 등 곳곳에서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었습니다. ‘강제징용 배상 않고 경제보복’, ‘적반하장 일본, 국민들이 분노한다.’ 일본이 역사적 과제 해결엔 뒷짐진 채 경제적 보복을 하고 있다며 항의에 나선 겁니다.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 김수정 씨는 "(보복 조치가) 우리나라 기업과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불매운동을 하는 게 시민들이 항의하는 방법이라고 봐요"라고 말합니다.


“일본 여행, 안 갈 거예요”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글도 부쩍 늘었습니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하기로 했던 여행도 취소했고, 2주 뒤 친구들과 떠나려던 여행도 취소했습니다. 수수료를 무릅쓰고 취소했다고 했습니다. 항공권과 호텔숙박권 등을 취소한 ‘인증샷’도 함께 올라 왔습니다. 격려하거나 국내 외 다른 여행지를 추천하는 댓글도 올라와 이들을 응원했습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에 대한 ‘보이콧’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등장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직접 만들어 올린 겁니다.


‘물 한 잔 마셨습니다. 디자인이 별로일 수 있습니다. 네 시간 고민하고 그렸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차분하지만 고요한 울림을 담은 글과 함께 말입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변형한 이미지도 잇따라 댓글에 붙었습니다.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경제 제재를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 1일 시작된 이 청원에 벌써 2만 명 넘게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국민들 먼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및 일본관광 불매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정부에서 금번 경제제재와 관련하여 상대방 관세 보복 또는 관광금지 또는 수출 규제 등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라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우리는 평소 거리낌 없이 일본 제품을 애용해 왔습니다. ‘made in China’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써온 것처럼 ‘기술력 있는 제품’은 ‘made in Japan’을 즐겨 썼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일본 맥주를 사서 마시고 일본을 이웃처럼 드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이번 불매 움직임에 동참한 분들은 말합니다.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작지만 뭉치면 큰 힘이 되듯이, 소심해 보일 수 있는 ‘복수’라도 실천해야겠다는 겁니다.

“일본맥주 매출↓”vs“특별한 동향 없어”

이분들의 노력 때문일까요? 일본 제품의 매출 추이를 취재하던 중 대형마트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 주 들어 일본 맥주의 매출이 줄었다는 겁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 간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 일주일 전보다 13.5%나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수입 맥주가 전체적으로 1% 정도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김홍준 씨는 “공정거래로 해서 무역거래를 해야 하는데 지금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에서 (제재를) 한다는 건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해서는 선뜻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미미할 수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부분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얘기합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분들도 속속 나오고 있지만 대형 패키지 중심으로 하는 여행사들의 경우 영향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불매 움직임이 장기화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아베 총리 말대로 규제 품목을 늘릴수록 반일 감정은 고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업체들도 사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 브랜드 업체들은 혹시 모를 반일감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불매운동 필요”vs“감정적 대응 자제해야”

취재를 하면서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조직적으로 나설 예정인지 문의했지만, 대부분이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단호히 밝혔습니다.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반한ㆍ반일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던 중국의 폭력행위가 갈등을 봉합하긴 커녕, 반발만 키웠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지나친 감정적 대응은 절제하면서 우리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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