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가 文정부 탓?…외교 위기 과장하는 외교보도
입력 2019.07.06 (08:00)
수정 2019.07.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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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직접 압박…文은 이틀째 ‘침묵'(문화일보)
한일관계 악화 책임있는 靑, 막상 日 보복조치 나오자 침묵(조선일보)
"예고된 보복에 정부 안이" 비판 목소리(동아일보)
이른바, 일본의 ‘3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날(2일),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 1일, 아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무대책으로 응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했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게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조선일보)며 청와대를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무역보복 조치의 책임을 청와대로 지목하는 기사들은 많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사안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는 드물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외교 위기를 과장하는 섣부른 외교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J’ 패널로 참여한 외교관 출신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우리 언론이 책임론 공방에 매몰되는 형국 자체가 일단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일본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무엇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자원들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을 근거로 사태의 심각성을 논한다면 모를까, 우리끼리 책임론을 펼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J'패널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외교 보도’와 ‘경제 보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정파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이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반화된 편견을 쉽게 활용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이념적으로 쓰인 경제 보도가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듯, 외교도 마찬가지다.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자세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8초 악수’는 청년 취업에 악영향?
G20 정상회담에서의 한일 정상 간의 만남 장면에서 ‘국내 청년 취업 위기’를 연상케 한 보도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 1면 <韓日 정상은 8초 악수 뒤 돌아섰다>라는 기사 제목 위에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 문 두드린 날>이라는 제목, 그리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이 배치됐다.
‘J’ 패널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무심코 보면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단 느낌이 든다. '현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장 걱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의도된 기사 배치다. 한국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고용난 때문에 일본으로라도 가서 취업해보려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막은 게 우리나라의 무능력이고, '이것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게, 단 8초의 악수다. 큰일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J’ 패널로 참여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전혀 다른 두 뉴스를 배치하면서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연결하려 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는 구직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는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8초 악수’를 부각한 언론이 조선일보만은 아니었다. G20 정상회의를 다룬 언론 보도들은 주로 짧은 악수 시간과 양국 정상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정상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포용을 하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웃기도 했다”(중앙일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오갈 때 일본이 제공한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등을 이용하지 않고 평소 타던 검은색 벤츠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등의 현장 묘사들이 주를 이뤘다.
정준희 교수는 “짧은 악수 장면을 보도하는 것이 전혀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십거리’ 수준을 뛰어넘는 분석으로 연결된 기사가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무능력을 부각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을 뿐, 외교적 함의를 읽으려는 분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분석이 쉽지 않다면 앞으로 대일 외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로라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부승 교수는 “언론이 외교 의전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된 상황에서 서로 굳이 반갑게 인사를 하겠는가. 그러지 않을 것을 이미 알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상황만을 포착해 기사를 쓴 것은 분석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홀대 논란', '결례 논란', 외교에 악영향"
외교 보도 단골 소재인 ‘홀대’와 ‘결례’ 논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자, ‘우산 홀대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지붕없는 계단에서 우산을 직접 쓰고 내린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일각에서 일본 측의 의전 홀대 논란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차양이 처져 있었는데 일본이 의도적으로 이런 게 아니냐는 식의 관측이 일각에서 일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예의와 취재 편의를 위해 우리 측이 선택한 것이다” 라고 일축했고 청와대의 입장을 포함한 기사들도 나왔지만, 논란 자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정준희 교수는 “‘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내리네? 다른 정상들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으로 언론이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의전 논란에 계속 답변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우리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신경 써야 할 외교 현안들이 많은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홀대 논란’을 대비하기 위해 외교국과의 관계에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불필요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부승 교수는 “외교관 시절 의전 행사를 많이 준비했었다. G20 정상회담 처럼 큰 행사는 한두 달 전에 여러 나라 실무진들이 만나 충분히 상의하고 미리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큰 외교행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주최국 결정에만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단편적 그림으로 문제로 삼고 보는 것은 의아하다. 외교 의전과 관련해 과잉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특히 이를 '우리가 홀대받았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논란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대주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에 사신을 보낼 때 우리가 홀대받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우리가 결례한 것 아닌가 우려하는 자세였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홀대 논란, 결례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부인의 외교 행사, 결례 차원으로 접근해 폄훼 의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놓고서는 ‘팔짱 결례’ 논란도 있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나라 정상의 배우자들이 모여 교토 명소를 둘러보던 중 김 여사가 곁에 있던 프랑스 영부인 팔짱을 꼈는데, 이것이 외교 결례에 해당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것이다.
이에 JTBC 뉴스룸에서는 “원본 영상을 보면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 김 여사의 팔짱을 먼저 낀 것은 프랑스 영부인이고, 김 여사를 제지했다는 아르헨티나 영부인은 지난해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프랑스 영부인의 팔짱을 낀 사진을 직접 SNS에 올리기도 했다. 외교 결례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팩트체크'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부승 교수는 “다자 외교 행사에서 영부인의 사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결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나라마다, 대륙별로 문화는 다르지만, 의도를 가진 홀대나 결례 차원의 행동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준희 교수도 “이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당사국들이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우리 언론이 먼저 ‘우리가 결례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다. 또 김정숙 여사의 다양한 활동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식 외교 의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려는 측면들도 읽을 수 있다. 영부인의 대통령 순방 동행이나 공식 외교행사 참석이, 마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인 것 같은 잘못된 ‘연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7일(일요일)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1회는 <정파적 이익만 좇는 '막무가내' 외교 보도>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출연한다.
한일관계 악화 책임있는 靑, 막상 日 보복조치 나오자 침묵(조선일보)
"예고된 보복에 정부 안이" 비판 목소리(동아일보)
이른바, 일본의 ‘3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날(2일),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 1일, 아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무대책으로 응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했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게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조선일보)며 청와대를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무역보복 조치의 책임을 청와대로 지목하는 기사들은 많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사안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는 드물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외교 위기를 과장하는 섣부른 외교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J’ 패널로 참여한 외교관 출신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우리 언론이 책임론 공방에 매몰되는 형국 자체가 일단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일본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무엇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자원들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을 근거로 사태의 심각성을 논한다면 모를까, 우리끼리 책임론을 펼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J'패널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외교 보도’와 ‘경제 보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정파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이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반화된 편견을 쉽게 활용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이념적으로 쓰인 경제 보도가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듯, 외교도 마찬가지다.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자세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8초 악수’는 청년 취업에 악영향?
G20 정상회담에서의 한일 정상 간의 만남 장면에서 ‘국내 청년 취업 위기’를 연상케 한 보도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 1면 <韓日 정상은 8초 악수 뒤 돌아섰다>라는 기사 제목 위에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 문 두드린 날>이라는 제목, 그리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이 배치됐다.
‘J’ 패널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무심코 보면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단 느낌이 든다. '현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장 걱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의도된 기사 배치다. 한국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고용난 때문에 일본으로라도 가서 취업해보려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막은 게 우리나라의 무능력이고, '이것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게, 단 8초의 악수다. 큰일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J’ 패널로 참여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전혀 다른 두 뉴스를 배치하면서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연결하려 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는 구직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는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8초 악수’를 부각한 언론이 조선일보만은 아니었다. G20 정상회의를 다룬 언론 보도들은 주로 짧은 악수 시간과 양국 정상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정상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포용을 하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웃기도 했다”(중앙일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오갈 때 일본이 제공한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등을 이용하지 않고 평소 타던 검은색 벤츠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등의 현장 묘사들이 주를 이뤘다.
정준희 교수는 “짧은 악수 장면을 보도하는 것이 전혀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십거리’ 수준을 뛰어넘는 분석으로 연결된 기사가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무능력을 부각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을 뿐, 외교적 함의를 읽으려는 분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분석이 쉽지 않다면 앞으로 대일 외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로라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부승 교수는 “언론이 외교 의전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된 상황에서 서로 굳이 반갑게 인사를 하겠는가. 그러지 않을 것을 이미 알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상황만을 포착해 기사를 쓴 것은 분석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홀대 논란', '결례 논란', 외교에 악영향"
외교 보도 단골 소재인 ‘홀대’와 ‘결례’ 논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자, ‘우산 홀대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지붕없는 계단에서 우산을 직접 쓰고 내린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일각에서 일본 측의 의전 홀대 논란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차양이 처져 있었는데 일본이 의도적으로 이런 게 아니냐는 식의 관측이 일각에서 일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예의와 취재 편의를 위해 우리 측이 선택한 것이다” 라고 일축했고 청와대의 입장을 포함한 기사들도 나왔지만, 논란 자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정준희 교수는 “‘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내리네? 다른 정상들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으로 언론이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의전 논란에 계속 답변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우리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신경 써야 할 외교 현안들이 많은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홀대 논란’을 대비하기 위해 외교국과의 관계에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불필요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부승 교수는 “외교관 시절 의전 행사를 많이 준비했었다. G20 정상회담 처럼 큰 행사는 한두 달 전에 여러 나라 실무진들이 만나 충분히 상의하고 미리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큰 외교행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주최국 결정에만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단편적 그림으로 문제로 삼고 보는 것은 의아하다. 외교 의전과 관련해 과잉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특히 이를 '우리가 홀대받았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논란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대주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에 사신을 보낼 때 우리가 홀대받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우리가 결례한 것 아닌가 우려하는 자세였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홀대 논란, 결례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부인의 외교 행사, 결례 차원으로 접근해 폄훼 의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놓고서는 ‘팔짱 결례’ 논란도 있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나라 정상의 배우자들이 모여 교토 명소를 둘러보던 중 김 여사가 곁에 있던 프랑스 영부인 팔짱을 꼈는데, 이것이 외교 결례에 해당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것이다.
이에 JTBC 뉴스룸에서는 “원본 영상을 보면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 김 여사의 팔짱을 먼저 낀 것은 프랑스 영부인이고, 김 여사를 제지했다는 아르헨티나 영부인은 지난해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프랑스 영부인의 팔짱을 낀 사진을 직접 SNS에 올리기도 했다. 외교 결례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팩트체크'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부승 교수는 “다자 외교 행사에서 영부인의 사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결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나라마다, 대륙별로 문화는 다르지만, 의도를 가진 홀대나 결례 차원의 행동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준희 교수도 “이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당사국들이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우리 언론이 먼저 ‘우리가 결례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다. 또 김정숙 여사의 다양한 활동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식 외교 의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려는 측면들도 읽을 수 있다. 영부인의 대통령 순방 동행이나 공식 외교행사 참석이, 마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인 것 같은 잘못된 ‘연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7일(일요일)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1회는 <정파적 이익만 좇는 '막무가내' 외교 보도>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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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 악화가 文정부 탓?…외교 위기 과장하는 외교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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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06 08:00:23
- 수정2019-07-06 08:20:27
아베 직접 압박…文은 이틀째 ‘침묵'(문화일보)
한일관계 악화 책임있는 靑, 막상 日 보복조치 나오자 침묵(조선일보)
"예고된 보복에 정부 안이" 비판 목소리(동아일보)
이른바, 일본의 ‘3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날(2일),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 1일, 아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무대책으로 응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했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게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조선일보)며 청와대를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무역보복 조치의 책임을 청와대로 지목하는 기사들은 많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사안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는 드물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외교 위기를 과장하는 섣부른 외교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J’ 패널로 참여한 외교관 출신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우리 언론이 책임론 공방에 매몰되는 형국 자체가 일단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일본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무엇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자원들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을 근거로 사태의 심각성을 논한다면 모를까, 우리끼리 책임론을 펼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J'패널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외교 보도’와 ‘경제 보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정파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이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반화된 편견을 쉽게 활용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이념적으로 쓰인 경제 보도가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듯, 외교도 마찬가지다.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자세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8초 악수’는 청년 취업에 악영향?
G20 정상회담에서의 한일 정상 간의 만남 장면에서 ‘국내 청년 취업 위기’를 연상케 한 보도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 1면 <韓日 정상은 8초 악수 뒤 돌아섰다>라는 기사 제목 위에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 문 두드린 날>이라는 제목, 그리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이 배치됐다.
‘J’ 패널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무심코 보면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단 느낌이 든다. '현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장 걱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의도된 기사 배치다. 한국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고용난 때문에 일본으로라도 가서 취업해보려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막은 게 우리나라의 무능력이고, '이것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게, 단 8초의 악수다. 큰일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J’ 패널로 참여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전혀 다른 두 뉴스를 배치하면서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연결하려 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는 구직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는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8초 악수’를 부각한 언론이 조선일보만은 아니었다. G20 정상회의를 다룬 언론 보도들은 주로 짧은 악수 시간과 양국 정상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정상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포용을 하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웃기도 했다”(중앙일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오갈 때 일본이 제공한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등을 이용하지 않고 평소 타던 검은색 벤츠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등의 현장 묘사들이 주를 이뤘다.
정준희 교수는 “짧은 악수 장면을 보도하는 것이 전혀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십거리’ 수준을 뛰어넘는 분석으로 연결된 기사가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무능력을 부각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을 뿐, 외교적 함의를 읽으려는 분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분석이 쉽지 않다면 앞으로 대일 외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로라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부승 교수는 “언론이 외교 의전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된 상황에서 서로 굳이 반갑게 인사를 하겠는가. 그러지 않을 것을 이미 알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상황만을 포착해 기사를 쓴 것은 분석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홀대 논란', '결례 논란', 외교에 악영향"
외교 보도 단골 소재인 ‘홀대’와 ‘결례’ 논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자, ‘우산 홀대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지붕없는 계단에서 우산을 직접 쓰고 내린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일각에서 일본 측의 의전 홀대 논란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차양이 처져 있었는데 일본이 의도적으로 이런 게 아니냐는 식의 관측이 일각에서 일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예의와 취재 편의를 위해 우리 측이 선택한 것이다” 라고 일축했고 청와대의 입장을 포함한 기사들도 나왔지만, 논란 자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정준희 교수는 “‘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내리네? 다른 정상들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으로 언론이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의전 논란에 계속 답변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우리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신경 써야 할 외교 현안들이 많은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홀대 논란’을 대비하기 위해 외교국과의 관계에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불필요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부승 교수는 “외교관 시절 의전 행사를 많이 준비했었다. G20 정상회담 처럼 큰 행사는 한두 달 전에 여러 나라 실무진들이 만나 충분히 상의하고 미리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큰 외교행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주최국 결정에만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단편적 그림으로 문제로 삼고 보는 것은 의아하다. 외교 의전과 관련해 과잉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특히 이를 '우리가 홀대받았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논란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대주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에 사신을 보낼 때 우리가 홀대받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우리가 결례한 것 아닌가 우려하는 자세였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홀대 논란, 결례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부인의 외교 행사, 결례 차원으로 접근해 폄훼 의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놓고서는 ‘팔짱 결례’ 논란도 있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나라 정상의 배우자들이 모여 교토 명소를 둘러보던 중 김 여사가 곁에 있던 프랑스 영부인 팔짱을 꼈는데, 이것이 외교 결례에 해당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것이다.
이에 JTBC 뉴스룸에서는 “원본 영상을 보면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 김 여사의 팔짱을 먼저 낀 것은 프랑스 영부인이고, 김 여사를 제지했다는 아르헨티나 영부인은 지난해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프랑스 영부인의 팔짱을 낀 사진을 직접 SNS에 올리기도 했다. 외교 결례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팩트체크'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부승 교수는 “다자 외교 행사에서 영부인의 사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결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나라마다, 대륙별로 문화는 다르지만, 의도를 가진 홀대나 결례 차원의 행동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준희 교수도 “이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당사국들이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우리 언론이 먼저 ‘우리가 결례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다. 또 김정숙 여사의 다양한 활동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식 외교 의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려는 측면들도 읽을 수 있다. 영부인의 대통령 순방 동행이나 공식 외교행사 참석이, 마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인 것 같은 잘못된 ‘연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7일(일요일)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1회는 <정파적 이익만 좇는 '막무가내' 외교 보도>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출연한다.
한일관계 악화 책임있는 靑, 막상 日 보복조치 나오자 침묵(조선일보)
"예고된 보복에 정부 안이" 비판 목소리(동아일보)
이른바, 일본의 ‘3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다음날(2일), 언론에서 쏟아진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 1일, 아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무대책으로 응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를 사실상 방치했던 청와대와 외교부는 ‘경제 문제’라는 이유로 대응을 경제 부처들에게 떠넘기고 뒤로 빠졌다”(조선일보)며 청와대를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무역보복 조치의 책임을 청와대로 지목하는 기사들은 많았지만, 일본 정부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사안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은 기사는 드물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외교 위기를 과장하는 섣부른 외교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J’ 패널로 참여한 외교관 출신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우리 언론이 책임론 공방에 매몰되는 형국 자체가 일단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일본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무엇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자원들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을 근거로 사태의 심각성을 논한다면 모를까, 우리끼리 책임론을 펼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J'패널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외교 보도’와 ‘경제 보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정파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이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반화된 편견을 쉽게 활용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이념적으로 쓰인 경제 보도가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듯, 외교도 마찬가지다.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 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자세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8초 악수’는 청년 취업에 악영향?
G20 정상회담에서의 한일 정상 간의 만남 장면에서 ‘국내 청년 취업 위기’를 연상케 한 보도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 1면 <韓日 정상은 8초 악수 뒤 돌아섰다>라는 기사 제목 위에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 문 두드린 날>이라는 제목, 그리고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 현장 사진이 배치됐다.
‘J’ 패널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무심코 보면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질 것 같단 느낌이 든다. '현 정부가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장 걱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의도된 기사 배치다. 한국 청년들이 한국에서의 고용난 때문에 일본으로라도 가서 취업해보려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막은 게 우리나라의 무능력이고, '이것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게, 단 8초의 악수다. 큰일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J’ 패널로 참여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전혀 다른 두 뉴스를 배치하면서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연결하려 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는 구직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라는 메시지를 젊은이들에게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8초 악수’를 부각한 언론이 조선일보만은 아니었다. G20 정상회의를 다룬 언론 보도들은 주로 짧은 악수 시간과 양국 정상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정상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포용을 하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웃기도 했다”(중앙일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을 오갈 때 일본이 제공한 도요타 센추리와 렉서스 LS 하이브리드 등을 이용하지 않고 평소 타던 검은색 벤츠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등의 현장 묘사들이 주를 이뤘다.
정준희 교수는 “짧은 악수 장면을 보도하는 것이 전혀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십거리’ 수준을 뛰어넘는 분석으로 연결된 기사가 거의 없다. 우리 정부의 무능력을 부각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을 뿐, 외교적 함의를 읽으려는 분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분석이 쉽지 않다면 앞으로 대일 외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로라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부승 교수는 “언론이 외교 의전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된 상황에서 서로 굳이 반갑게 인사를 하겠는가. 그러지 않을 것을 이미 알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상황만을 포착해 기사를 쓴 것은 분석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제기하는 '홀대 논란', '결례 논란', 외교에 악영향"
외교 보도 단골 소재인 ‘홀대’와 ‘결례’ 논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도착하자, ‘우산 홀대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지붕없는 계단에서 우산을 직접 쓰고 내린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은 “일각에서 일본 측의 의전 홀대 논란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차양이 처져 있었는데 일본이 의도적으로 이런 게 아니냐는 식의 관측이 일각에서 일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예의와 취재 편의를 위해 우리 측이 선택한 것이다” 라고 일축했고 청와대의 입장을 포함한 기사들도 나왔지만, 논란 자체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정준희 교수는 “‘어?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내리네? 다른 정상들은 그렇지 않은데?’라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으로 언론이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이 같은 의전 논란에 계속 답변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우리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신경 써야 할 외교 현안들이 많은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홀대 논란’을 대비하기 위해 외교국과의 관계에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 불필요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부승 교수는 “외교관 시절 의전 행사를 많이 준비했었다. G20 정상회담 처럼 큰 행사는 한두 달 전에 여러 나라 실무진들이 만나 충분히 상의하고 미리 사전에 합의한 것이다. 큰 외교행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주최국 결정에만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단편적 그림으로 문제로 삼고 보는 것은 의아하다. 외교 의전과 관련해 과잉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특히 이를 '우리가 홀대받았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은 논란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근본적으로 우리가 '사대주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에 사신을 보낼 때 우리가 홀대받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우리가 결례한 것 아닌가 우려하는 자세였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홀대 논란, 결례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부인의 외교 행사, 결례 차원으로 접근해 폄훼 의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놓고서는 ‘팔짱 결례’ 논란도 있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나라 정상의 배우자들이 모여 교토 명소를 둘러보던 중 김 여사가 곁에 있던 프랑스 영부인 팔짱을 꼈는데, 이것이 외교 결례에 해당하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것이다.
이에 JTBC 뉴스룸에서는 “원본 영상을 보면 아르헨티나 영부인이 김 여사를 제지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또 김 여사의 팔짱을 먼저 낀 것은 프랑스 영부인이고, 김 여사를 제지했다는 아르헨티나 영부인은 지난해 자신의 나라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프랑스 영부인의 팔짱을 낀 사진을 직접 SNS에 올리기도 했다. 외교 결례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팩트체크'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부승 교수는 “다자 외교 행사에서 영부인의 사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결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나라마다, 대륙별로 문화는 다르지만, 의도를 가진 홀대나 결례 차원의 행동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준희 교수도 “이 같은 사안이 문제가 됐다면 당사국들이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우리 언론이 먼저 ‘우리가 결례했는데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다. 또 김정숙 여사의 다양한 활동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공식 외교 의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려는 측면들도 읽을 수 있다. 영부인의 대통령 순방 동행이나 공식 외교행사 참석이, 마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인 것 같은 잘못된 ‘연상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7일(일요일)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1회는 <정파적 이익만 좇는 '막무가내' 외교 보도>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안톤 숄츠 독일 출신 기자,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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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이라 기자 gl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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