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사상 첫 남북미 회동…북미 협상 ‘가시권’

입력 2019.07.06 (07:50) 수정 2019.07.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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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7월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지난 주말, 말 그대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미 두 나라 모두 실무협상팀 구성을 사실상 마치는 등 비핵화 협상도 다시 속도가 붙고 있는데요.

하지만 비핵화 접근 방식과 초기 단계 이행 조치 등핵심 쟁점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해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 초읽기에 들어간 북미 움직임과 실무협상의 쟁점,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이 공개한 16분 분량의 판문점 북미회담 기록영화입니다.

미리 높은 곳에 올라가 첫 만남 장면을 찍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 땅을 밟는 장면은 느린 화면으로 편집하는 등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환담 자리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소개받는 모습이 깜짝 공개되는가 하면, 앞으로 실무회담을 예고하듯 회동이 끝나고 폼페이오 장관이 리용호 외무상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방송은 두 정상의 회담도 상세히 전했고.

[조선중앙TV : "조미(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셨습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군사 분계선까지 배웅하는 모습도 자세히 담았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은 불안정했던 한국, 미국 방송과 달리 구도가 다양했고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두 정상의 동선을 미리 알고 촬영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북미 두 정상이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말로 기록영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잘 보여준 데 대해 평가하시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의 악수를 나누셨습니다."]

판문점 만남에서 북미 정상은 서로를 워싱턴과 평양으로 각각 초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돌아가자마자“곧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길 고대한다”며 추가 정상 회담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평양 혹은 백악관에서 만남이 성사된다면 세계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 간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유의 집 문이 열리고 세 정상이 나란히 걸어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그 사실 자체가 굉장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위대한 업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북미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큰 진전입니다. 꽤 복잡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기반으로 많은 위대한 업적들을 이뤄냈습니다."]

북미 정상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에서 허심탄회하고 다양한 옵션을 이야기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윱니다.

북미 정상은 빠르면 이달 중순 실무 협상을 재개하는데도 합의했습니다.

협상 파트너도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측에서는) 외무상인 리용호 동지가, 상대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합중국 국무장관이 참석했습니다."]

기존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빠지고 대외 협상 라인이 북한 외무성으로 교체된 것을 명확히 한 겁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우리는 (북한의)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외무성의 누가 될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두어 명 중 한 명일 것 같습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새 협상 상대로는 과거 북핵 6자 회담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미 양측이 판문점 회동으로 대화 재개 동력을 확보하고 협상 틀에 합의한 건 분명 긍정적이지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비핵화와 보상 방법론은 이른바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낮은 수준부터 하나씩 협상해 합의하고, 각 단계 이행이 성공할 경우 다음 단계로 나가자는 주장입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채택된 5가지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이 얘기하는 단계라고 하는 것은 미래 핵에 해당되는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다음 단계로 영변 또는 주변 시설들을 폐기하겠다는 두 번째 단계., 그리고 이게 끝나야만 마지막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나 탄도 미사일의 폐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래핵과 현재핵을 다루는데 약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15년까지 걸린다고 보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에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미국이 주장하는 방식은 이른바‘동시 병행 원칙’.

즉,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만 합의에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당장 이행하지 않더라도 폐기 대상이 총 망라된 최종 목표 지점을 미리 합의해 두자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 후 서두르지 않겠다며‘포괄적인 좋은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좋은 날, 역사적인 날이라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향후 재개될 실무협상에서는‘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합의’ 사이에서 양측이 얼마나 유연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내비치면서 북한과의 대화 진전에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 핵의 폐기가 아닌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이어, 미국 실무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북핵 동결을 1차 목표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최근 강조했던 ‘유연한 접근’의 구체적 실체를 풀어서 설명한 겁니다.

[비건/미 대북특별대표/6월 20일 : "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외교정책에서 진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비핵화로 가는 중간 과정에서 미래 핵의 포기를 의미하는 핵 동결을 이룬 뒤에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비건 대표는 다만 북한이 핵을 동결해도 제재 해제는 없으며, 대신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 교류 확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 전 제재 유지 원칙을 지키되 신뢰 회복 조치 등을 통해 단계별 보상을 줄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안 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안 한다 이런 부분들이 등가로 교환돼 있었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역시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영변 핵시설이나 그걸 가동해서 핵물질 생산하고 있었고 또 핵탄두나 탄두미사일을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한 거죠."]

문제는 제재 해제 없는 비핵화 협상에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변수입니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상응조치는 이미 하노이 담판 이전부터 거론돼온 것인데다가, 북한이 동결 대상으로 이른바 ‘영변+α’를 내놓을지도 미지숩니다.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시 북핵 동결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강력 부인한 바 있습니다.

북측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깔끔한 교통정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역시 미국이 뭘 원하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서로 타협점을 찾아갈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실무회담에서는 상호 모두 다 원하는 것을 충분히 논의를 하고요. 그런 과정 중에서 이행과 관련돼서 어떤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을지에 대한 노력이 집중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미가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 관계의 종식을 선언했다”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평갑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판문점 회동을 만들어냈듯, 우리 정치에도 과거의 문법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정치를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7월 2일/청와대 :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 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3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 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다면, 이제 북미 간에도 정치적 종전선언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한 겁니다.

특히 기존의 외교 문법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역사의 진전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새로운 북미관계를 통해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전환점을 이뤘다 라는 부분을 서로에게 각인을 시키면서 중요한 건 이러한 만남이 정말 역사적인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뭔가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게 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의미가 부여가 될 수 있다라는 부분에서 정상들 간에 이러한 쪽의 노력을 하자라는 어떻게 보면 의지를 주고받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도 이번 만남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미 정상이 최초로 방탄복 없이 최전방을 방문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은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실무협상 추진이 가시화됐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미국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새 협상안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에 나선 가운데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본격 담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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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사상 첫 남북미 회동…북미 협상 ‘가시권’
    • 입력 2019-07-06 08:32:54
    • 수정2019-07-06 09:06:26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현호입니다.

7월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주리입니다.

오늘 준비한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지난 주말, 말 그대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미 두 나라 모두 실무협상팀 구성을 사실상 마치는 등 비핵화 협상도 다시 속도가 붙고 있는데요.

하지만 비핵화 접근 방식과 초기 단계 이행 조치 등핵심 쟁점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해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 초읽기에 들어간 북미 움직임과 실무협상의 쟁점, 정은지 리포터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이 공개한 16분 분량의 판문점 북미회담 기록영화입니다.

미리 높은 곳에 올라가 첫 만남 장면을 찍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 땅을 밟는 장면은 느린 화면으로 편집하는 등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환담 자리에서 이방카 보좌관을 소개받는 모습이 깜짝 공개되는가 하면, 앞으로 실무회담을 예고하듯 회동이 끝나고 폼페이오 장관이 리용호 외무상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방송은 두 정상의 회담도 상세히 전했고.

[조선중앙TV : "조미(북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셨습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군사 분계선까지 배웅하는 모습도 자세히 담았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은 불안정했던 한국, 미국 방송과 달리 구도가 다양했고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두 정상의 동선을 미리 알고 촬영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북미 두 정상이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는 말로 기록영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 관계 개선 의지를 잘 보여준 데 대해 평가하시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의 악수를 나누셨습니다."]

판문점 만남에서 북미 정상은 서로를 워싱턴과 평양으로 각각 초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돌아가자마자“곧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길 고대한다”며 추가 정상 회담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평양 혹은 백악관에서 만남이 성사된다면 세계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 간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유의 집 문이 열리고 세 정상이 나란히 걸어 나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그 사실 자체가 굉장한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위대한 업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북미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큰 진전입니다. 꽤 복잡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기반으로 많은 위대한 업적들을 이뤄냈습니다."]

북미 정상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에서 허심탄회하고 다양한 옵션을 이야기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윱니다.

북미 정상은 빠르면 이달 중순 실무 협상을 재개하는데도 합의했습니다.

협상 파트너도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측에서는) 외무상인 리용호 동지가, 상대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합중국 국무장관이 참석했습니다."]

기존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빠지고 대외 협상 라인이 북한 외무성으로 교체된 것을 명확히 한 겁니다.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우리는 (북한의)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외무성의 누가 될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두어 명 중 한 명일 것 같습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새 협상 상대로는 과거 북핵 6자 회담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미 양측이 판문점 회동으로 대화 재개 동력을 확보하고 협상 틀에 합의한 건 분명 긍정적이지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비핵화와 보상 방법론은 이른바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낮은 수준부터 하나씩 협상해 합의하고, 각 단계 이행이 성공할 경우 다음 단계로 나가자는 주장입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채택된 5가지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북한이 얘기하는 단계라고 하는 것은 미래 핵에 해당되는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다음 단계로 영변 또는 주변 시설들을 폐기하겠다는 두 번째 단계., 그리고 이게 끝나야만 마지막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나 탄도 미사일의 폐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래핵과 현재핵을 다루는데 약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15년까지 걸린다고 보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에 북한은 계속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게 되는 거죠."]

이 때문에 미국이 주장하는 방식은 이른바‘동시 병행 원칙’.

즉,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만 합의에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당장 이행하지 않더라도 폐기 대상이 총 망라된 최종 목표 지점을 미리 합의해 두자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 후 서두르지 않겠다며‘포괄적인 좋은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좋은 날, 역사적인 날이라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향후 재개될 실무협상에서는‘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합의’ 사이에서 양측이 얼마나 유연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내비치면서 북한과의 대화 진전에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 핵의 폐기가 아닌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이어, 미국 실무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북핵 동결을 1차 목표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최근 강조했던 ‘유연한 접근’의 구체적 실체를 풀어서 설명한 겁니다.

[비건/미 대북특별대표/6월 20일 : "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외교정책에서 진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비핵화로 가는 중간 과정에서 미래 핵의 포기를 의미하는 핵 동결을 이룬 뒤에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비건 대표는 다만 북한이 핵을 동결해도 제재 해제는 없으며, 대신 인도주의적 지원, 인적 교류 확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 전 제재 유지 원칙을 지키되 신뢰 회복 조치 등을 통해 단계별 보상을 줄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안 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안 한다 이런 부분들이 등가로 교환돼 있었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역시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진 않지만 끊임없이 영변 핵시설이나 그걸 가동해서 핵물질 생산하고 있었고 또 핵탄두나 탄두미사일을 제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한 거죠."]

문제는 제재 해제 없는 비핵화 협상에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변수입니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상응조치는 이미 하노이 담판 이전부터 거론돼온 것인데다가, 북한이 동결 대상으로 이른바 ‘영변+α’를 내놓을지도 미지숩니다.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시 북핵 동결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며 강력 부인한 바 있습니다.

북측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깔끔한 교통정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역시 미국이 뭘 원하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서로 타협점을 찾아갈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실무회담에서는 상호 모두 다 원하는 것을 충분히 논의를 하고요. 그런 과정 중에서 이행과 관련돼서 어떤 부분에서 타협점을 찾을지에 대한 노력이 집중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미가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 관계의 종식을 선언했다”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평갑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판문점 회동을 만들어냈듯, 우리 정치에도 과거의 문법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정치를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7월 2일/청와대 :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 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3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 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다면, 이제 북미 간에도 정치적 종전선언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한 겁니다.

특히 기존의 외교 문법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역사의 진전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새로운 북미관계를 통해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전환점을 이뤘다 라는 부분을 서로에게 각인을 시키면서 중요한 건 이러한 만남이 정말 역사적인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뭔가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게 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의미가 부여가 될 수 있다라는 부분에서 정상들 간에 이러한 쪽의 노력을 하자라는 어떻게 보면 의지를 주고받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도 이번 만남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미 정상이 최초로 방탄복 없이 최전방을 방문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진전은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실무협상 추진이 가시화됐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미국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새 협상안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에 나선 가운데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본격 담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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