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교육 받고 성급한 현장 투입…간호사도 환자도 불안

입력 2019.07.06 (21:23) 수정 2019.07.0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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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간호사들 사이의 괴롭힘,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하죠.

여러 차례 보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이런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대로 된 임상 교육도 없이 현장에 간호사들을 일단 투입하고 보는 병원의 관행도 이른바 '태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물론 환자의 안전마저 불안하게하는 간호사 임상 교육의 실태를 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막상 와보니까 '어, 나는 (대학에서) 4년 동안 뭘 배운 거지?'하는… 내가 이 상태로 환자를 봐도 될까? 내가 얼마나 부족한 잘 알고 있는데."]

새내기 간호사가 처음 병원에 오면 보통 4주~6주 정도 현장 투입을 위한 임상 교육이 이뤄집니다.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의대가 6년인데, 6년 배우고 교육 인턴만 1년을 해요. 간호사들은 4년 공부하고 2달 교육받고 실전에 바로 투입되고…"]

하지만 사흘 만에 교육을 끝내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신입 간호사가 들어오면 선배 간호사가 데리고 다니며 임상 교육을 시킵니다.

평소 맡은 일을 하면서 교육도 시켜야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조차 없습니다.

[24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10분이면 끝낼 것을 옆에서 교육을 하면서 하면 거의 30분 이상 걸리는 업무를 해야 하니까. 그러면서 계속 업무는 지연되고 업무는 쌓이고…"]

경력 간호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인사 발령이 나면 내과에서 외과로, 소아과에서 산부인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자를 맡아야 하지만 사전 교육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9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성인 외과 중환자실로 옮길 때 교육 기간을) 3일 줘요. 3일. 신생아는 그냥 작은 인간이 아니에요. 신생아는 혈압이나 심장박동도 정상수치도 성인이랑 다르고…."]

교육 부족으로 인한 간호사의 불안은 환자의 안전마저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안감에 신경이 곤두서다 보면 '비난'과 '군기 잡기'가 이어지고 결국에 '태움'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된다고 간호사들은 하소연합니다.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제가 실수를 하면 '너 엄마(교육한 선배 간호사)가 누구니? 누가 너 이렇게 가르쳤어?'" ]

[24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나는) 안 그래야지 하는데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되게 좀 미안하죠…."]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선 충분한 임상 교육 뒤 업무를 맡도록 하게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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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한 교육 받고 성급한 현장 투입…간호사도 환자도 불안
    • 입력 2019-07-06 21:26:41
    • 수정2019-07-06 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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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간호사들 사이의 괴롭힘,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하죠.

여러 차례 보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이런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대로 된 임상 교육도 없이 현장에 간호사들을 일단 투입하고 보는 병원의 관행도 이른바 '태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물론 환자의 안전마저 불안하게하는 간호사 임상 교육의 실태를 박민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막상 와보니까 '어, 나는 (대학에서) 4년 동안 뭘 배운 거지?'하는… 내가 이 상태로 환자를 봐도 될까? 내가 얼마나 부족한 잘 알고 있는데."]

새내기 간호사가 처음 병원에 오면 보통 4주~6주 정도 현장 투입을 위한 임상 교육이 이뤄집니다.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의대가 6년인데, 6년 배우고 교육 인턴만 1년을 해요. 간호사들은 4년 공부하고 2달 교육받고 실전에 바로 투입되고…"]

하지만 사흘 만에 교육을 끝내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신입 간호사가 들어오면 선배 간호사가 데리고 다니며 임상 교육을 시킵니다.

평소 맡은 일을 하면서 교육도 시켜야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조차 없습니다.

[24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10분이면 끝낼 것을 옆에서 교육을 하면서 하면 거의 30분 이상 걸리는 업무를 해야 하니까. 그러면서 계속 업무는 지연되고 업무는 쌓이고…"]

경력 간호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집니다.

인사 발령이 나면 내과에서 외과로, 소아과에서 산부인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자를 맡아야 하지만 사전 교육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9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성인 외과 중환자실로 옮길 때 교육 기간을) 3일 줘요. 3일. 신생아는 그냥 작은 인간이 아니에요. 신생아는 혈압이나 심장박동도 정상수치도 성인이랑 다르고…."]

교육 부족으로 인한 간호사의 불안은 환자의 안전마저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안감에 신경이 곤두서다 보면 '비난'과 '군기 잡기'가 이어지고 결국에 '태움'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된다고 간호사들은 하소연합니다.

[1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제가 실수를 하면 '너 엄마(교육한 선배 간호사)가 누구니? 누가 너 이렇게 가르쳤어?'" ]

[24년 차 간호사/음성변조 : "(나는) 안 그래야지 하는데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되게 좀 미안하죠…."]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선 충분한 임상 교육 뒤 업무를 맡도록 하게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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