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청문회될까? 황교안 청문회될까?’…‘윤석열 청문회’ 여야 전략은?

입력 2019.07.0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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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인 오늘(8일) 오전 10시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윤 후보자는 정치적 파장이 강한 수사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 왔던 검찰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잠시 윤 후보자 이력, 살펴보겠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의 요직을 역임했지만,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뒤 '항명 파동'으로 약 3년간 좌천 인사를 받습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 수사가 끝난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최강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릅니다. 청와대는 사법연수원 기수를 5기나 뛰어넘는 또 한 번의 파격적 인사로 그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자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와 같은 숱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의 강한 상징성만큼이나 청문회의 공방은 더욱 뜨거울 것을 보입니다. 여야 정치권의 청문회 전략을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문회 증인 도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문회 증인 도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당 "아킬레스건은 처가(妻家)"
자유한국당은 윤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이 처가라고 보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자는 2012년 3월 미술전시업을 하던 부인 김 모 씨와 결혼했는데, 직후부터 장모 최 모 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지인이 통장 잔액을 위조해 사기 사건을 벌이는데 최 씨가 가담했다, 의료재단을 설립해 요양급여를 부당 수급하는 데 관여했다, 서류를 변조해 동업자를 무고했다는 의혹 등인데 최 씨가 모두 처벌을 피해갔다는 겁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자 윤 후보자는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너무하신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인 김 씨가 주최, 주관한 전시회에 기업체의 후원을 많이 받았고, 김 씨가 비상장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에 2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다 매각한 경위에 대해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집중 공세를 벌일 예정입니다. 도이치파이낸셜 대표 권 모 씨가 오늘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습니다.
윤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과 관련된 논란도 뜨겁습니다. 윤 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2013년 육류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8개월 후 태국에서 검거돼 강제 송환된 윤 전 세무서장은 추가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당은 윤 전 세무서장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윤 후보자로부터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윤 전 세무서장이 윤 후보자에게 골프 접대를 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당으로선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두 검찰 실세를 한 번에 겨냥할 수 있는 호재입니다. 채택된 증인 5명 가운데 4명이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만큼 한국당 공세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입니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석열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지난 2013년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석열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 '황교안 카드' 다시 꺼내는 민주당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 또다시 '황교안'입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에 맞서 황 대표를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 카드로 톡톡히 재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며 맹공을 퍼붓던 한국당의 목소리는 "황교안 당시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는 박 후보자의 한 마디에 묻혀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습니다. 윤 후보자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황교안 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윤 후보자를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이후 좌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황 대표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면 자칫 무게중심이 윤 후보자에서 황 대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윤 후보자는 미리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황 대표의 외압 여부에 대해 "2013년 국감에서 모두 말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 달아오른 장외공방…'정치 공방' 되풀이?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의 신경전은 뜨겁습니다.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주광덕 의원을 중심으로 의혹을 파헤치던 한국당은 최근 김진태, 정점식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추가 투입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검사 출신입니다.
주광덕 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다른 증인 2명도 잠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 전 세무서장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고발장도 제출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장모 최 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국당 청문위원 모두가 패스트트랙 정국 때 고발된 인물"이라며 "도둑이 경찰을 잡겠다는 것, 청문위원을 교체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책 청문회가 돼야 한다, 가족을 흠집 내기하는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국회에선 자칫 윤석열 없는 '처가 청문회', '황교안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정책과 도덕성에 세밀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송곳 검증'이 될지. 후보자는 뒷전인 채 여야가 정치적 공방만 주고받는 '맹탕 청문회'가 될지는 잠시 뒤에 가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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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가 청문회될까? 황교안 청문회될까?’…‘윤석열 청문회’ 여야 전략은?
    • 입력 2019-07-08 06:04:29
    취재K
잠시 뒤인 오늘(8일) 오전 10시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윤 후보자는 정치적 파장이 강한 수사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 왔던 검찰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잠시 윤 후보자 이력, 살펴보겠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의 요직을 역임했지만,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뒤 '항명 파동'으로 약 3년간 좌천 인사를 받습니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 수사가 끝난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최강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릅니다. 청와대는 사법연수원 기수를 5기나 뛰어넘는 또 한 번의 파격적 인사로 그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자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와 같은 숱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의 강한 상징성만큼이나 청문회의 공방은 더욱 뜨거울 것을 보입니다. 여야 정치권의 청문회 전략을 미리 살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문회 증인 도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한국당 "아킬레스건은 처가(妻家)"
자유한국당은 윤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이 처가라고 보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자는 2012년 3월 미술전시업을 하던 부인 김 모 씨와 결혼했는데, 직후부터 장모 최 모 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지인이 통장 잔액을 위조해 사기 사건을 벌이는데 최 씨가 가담했다, 의료재단을 설립해 요양급여를 부당 수급하는 데 관여했다, 서류를 변조해 동업자를 무고했다는 의혹 등인데 최 씨가 모두 처벌을 피해갔다는 겁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하자 윤 후보자는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너무하신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부인 김 씨가 주최, 주관한 전시회에 기업체의 후원을 많이 받았고, 김 씨가 비상장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에 2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다 매각한 경위에 대해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집중 공세를 벌일 예정입니다. 도이치파이낸셜 대표 권 모 씨가 오늘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습니다.
윤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과 관련된 논란도 뜨겁습니다. 윤 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2013년 육류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8개월 후 태국에서 검거돼 강제 송환된 윤 전 세무서장은 추가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한국당은 윤 전 세무서장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윤 후보자로부터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윤 전 세무서장이 윤 후보자에게 골프 접대를 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당으로선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두 검찰 실세를 한 번에 겨냥할 수 있는 호재입니다. 채택된 증인 5명 가운데 4명이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만큼 한국당 공세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입니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석열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 '황교안 카드' 다시 꺼내는 민주당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 또다시 '황교안'입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에 맞서 황 대표를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 카드로 톡톡히 재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았다"며 맹공을 퍼붓던 한국당의 목소리는 "황교안 당시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동영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는 박 후보자의 한 마디에 묻혀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습니다. 윤 후보자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황교안 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윤 후보자를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고, 이후 좌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황 대표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면 자칫 무게중심이 윤 후보자에서 황 대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윤 후보자는 미리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황 대표의 외압 여부에 대해 "2013년 국감에서 모두 말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 달아오른 장외공방…'정치 공방' 되풀이?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의 신경전은 뜨겁습니다.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과 주광덕 의원을 중심으로 의혹을 파헤치던 한국당은 최근 김진태, 정점식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추가 투입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검사 출신입니다.
주광덕 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윤우진 전 세무서장이 해외로 도피하고 다른 증인 2명도 잠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 전 세무서장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고발장도 제출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장모 최 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및 행사·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국당 청문위원 모두가 패스트트랙 정국 때 고발된 인물"이라며 "도둑이 경찰을 잡겠다는 것, 청문위원을 교체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정책 청문회가 돼야 한다, 가족을 흠집 내기하는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국회에선 자칫 윤석열 없는 '처가 청문회', '황교안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정책과 도덕성에 세밀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송곳 검증'이 될지. 후보자는 뒷전인 채 여야가 정치적 공방만 주고받는 '맹탕 청문회'가 될지는 잠시 뒤에 가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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