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견한 조국의 텔레그램?

입력 2019.07.0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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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정치권을 술렁이게 한 SNS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조국 민정수석이 여당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에게 보냈다고 알려진 메시지입니다. 조국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보낸 메시지라 세간의 이목이 주목됐습니다.

메시지는 조 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었는데요, 왜 조 수석은 이 시점에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걸까요?

의혹 1. "논문 표절이 많다"?

우선 메시지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혹은 "논문 표절이 많다"는 의혹입니다. 조 수석은 "변희재 씨나 황희원 씨 등 '미디어 와치' 관련 인사들이 논문에 대해 '표절' 또는 '중복게재'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련 대학에서는 이와 같은 판정을 내렸다"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등의 주소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해당 링크들로 들어가면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미 각 대학에서 결론 난 문제라는 겁니다.

의혹 2. "고교시절 아들 문제에 갑질"?

두 번째는 "아들이 고교 시절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부모가 갑질을 하여 덮었다"는 의혹입니다. 이 역시도 "아들이 학교폭력 피해자인데, 사건이 덮이는 것을 항의해 가해자들이 제재받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기사 링크도 첨부했습니다. 모 외고에서 일어난 집단 괴롭힘 사건이었습니다.

의혹 3. "배우자 집안이 사학 재벌"?

세 번째는 "배우자 집안이 사학 재벌"이라는 의혹, 이 역시도 조 수석은 배우자의 선친은 퇴역 군인, 배우자의 처남은 회사원으로 사학 재벌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조 수석 본인의 아버지가 경남 진해의 웅동중학교 이사장이었고, 현재 어머니가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학교 재정이 어려워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시지의 해명에 따르면, 조 수석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와전된 것이거나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메시지를 보낸 시기와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메시지는 처음 조 수석의 법무장관 설이 보도된 지난달 26일 전에, 텔레그램을 통해 친분 있는 여당 의원들에게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의원들이 조 수석에게 "여의도에서 이런 소문이 돈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조 수석이 관련 자료를 보내줬다는 겁니다.

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잠들어 있던 이 메시지는 7월 1일, 혹시 있을 청문회를 준비하게 될 여당 법사위원 보좌진들의 단체 대화방에 공유됐습니다. 약간의 각색과 설명이 더해진 상태였습니다.

당시 이 문자를 봤다는 한 여당 법사위원 관계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제목에 원내 행정실이라고 나와 있어서 항간에 떠도는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 차원으로 올라온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수석 본인이 보낸 문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자 앞부분에 덧붙여진 설명을 봐도 앞으로 청문회 준비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의도 출입기자'들이 조 수석에 대해 소문을 돌리고 있다, 선제적으로 정리했으니 기사가 나오면 참조하라" 는 건데요. '선제적 대응'이라는 게 법무장관 청문회에 대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 부분은 해당 문자를 공유한 보좌진이 덧붙인 설명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인물에 의한 미묘한 메시지. 야권은 일제히 비판하는 논평을 내놨습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식 지명도 없었는데 조 수석은 들뜬 마음으로 셀프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인가"라면서, "설레발을 너무 쳤고, 김칫국을 너무 일찍 마셨다"고 했습니다. "곧 죽어도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는 오만한 조 수석, 그런 조 수석을 믿고 있는 대통령, 부적절한 처신에도 눈감는 여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주소"라고도 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행을 향한 조급증이 빚은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했고, 평화당 김재두 대변인도 "(여당의) '조국 일병 구하기'에 사법개혁안과 정치개혁안마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 수석 측은 일단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메시지 내용에 청문회라는 단어도 안 나오고, 대비를 부탁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전에 이런 해명을 한 적이 없음은 인정했습니다.

의도한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었을지라도, 이 메시지 내용이 훗날 (혹시 있다면) 청문회 준비에 활용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야당은 메시지의 의혹을 줄줄이 제기할테고, 여당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한 달 전 미래를 내다본 조국 수석의 해명으로 맞설겁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말이죠.

당초 7월 말 8월 초로 거론되던 개각 시점이 더 빨라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는걸 보니, 조국 메시지가 다시 주목받을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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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를 예견한 조국의 텔레그램?
    • 입력 2019-07-09 06:16:54
    취재K
지난 주말 정치권을 술렁이게 한 SNS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조국 민정수석이 여당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에게 보냈다고 알려진 메시지입니다. 조국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보낸 메시지라 세간의 이목이 주목됐습니다.

메시지는 조 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었는데요, 왜 조 수석은 이 시점에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걸까요?

의혹 1. "논문 표절이 많다"?

우선 메시지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혹은 "논문 표절이 많다"는 의혹입니다. 조 수석은 "변희재 씨나 황희원 씨 등 '미디어 와치' 관련 인사들이 논문에 대해 '표절' 또는 '중복게재'라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련 대학에서는 이와 같은 판정을 내렸다"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등의 주소 링크를 첨부했습니다. 해당 링크들로 들어가면 '연구부정행위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미 각 대학에서 결론 난 문제라는 겁니다.

의혹 2. "고교시절 아들 문제에 갑질"?

두 번째는 "아들이 고교 시절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부모가 갑질을 하여 덮었다"는 의혹입니다. 이 역시도 "아들이 학교폭력 피해자인데, 사건이 덮이는 것을 항의해 가해자들이 제재받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기사 링크도 첨부했습니다. 모 외고에서 일어난 집단 괴롭힘 사건이었습니다.

의혹 3. "배우자 집안이 사학 재벌"?

세 번째는 "배우자 집안이 사학 재벌"이라는 의혹, 이 역시도 조 수석은 배우자의 선친은 퇴역 군인, 배우자의 처남은 회사원으로 사학 재벌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조 수석 본인의 아버지가 경남 진해의 웅동중학교 이사장이었고, 현재 어머니가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학교 재정이 어려워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시지의 해명에 따르면, 조 수석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와전된 것이거나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메시지를 보낸 시기와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메시지는 처음 조 수석의 법무장관 설이 보도된 지난달 26일 전에, 텔레그램을 통해 친분 있는 여당 의원들에게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의원들이 조 수석에게 "여의도에서 이런 소문이 돈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조 수석이 관련 자료를 보내줬다는 겁니다.

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잠들어 있던 이 메시지는 7월 1일, 혹시 있을 청문회를 준비하게 될 여당 법사위원 보좌진들의 단체 대화방에 공유됐습니다. 약간의 각색과 설명이 더해진 상태였습니다.

당시 이 문자를 봤다는 한 여당 법사위원 관계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제목에 원내 행정실이라고 나와 있어서 항간에 떠도는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 차원으로 올라온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수석 본인이 보낸 문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자 앞부분에 덧붙여진 설명을 봐도 앞으로 청문회 준비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의도 출입기자'들이 조 수석에 대해 소문을 돌리고 있다, 선제적으로 정리했으니 기사가 나오면 참조하라" 는 건데요. '선제적 대응'이라는 게 법무장관 청문회에 대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 부분은 해당 문자를 공유한 보좌진이 덧붙인 설명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인물에 의한 미묘한 메시지. 야권은 일제히 비판하는 논평을 내놨습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식 지명도 없었는데 조 수석은 들뜬 마음으로 셀프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것인가"라면서, "설레발을 너무 쳤고, 김칫국을 너무 일찍 마셨다"고 했습니다. "곧 죽어도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는 오만한 조 수석, 그런 조 수석을 믿고 있는 대통령, 부적절한 처신에도 눈감는 여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주소"라고도 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법무부 장관행을 향한 조급증이 빚은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했고, 평화당 김재두 대변인도 "(여당의) '조국 일병 구하기'에 사법개혁안과 정치개혁안마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 수석 측은 일단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메시지 내용에 청문회라는 단어도 안 나오고, 대비를 부탁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전에 이런 해명을 한 적이 없음은 인정했습니다.

의도한 청문회 '사전' 준비는 아니었을지라도, 이 메시지 내용이 훗날 (혹시 있다면) 청문회 준비에 활용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야당은 메시지의 의혹을 줄줄이 제기할테고, 여당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한 달 전 미래를 내다본 조국 수석의 해명으로 맞설겁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말이죠.

당초 7월 말 8월 초로 거론되던 개각 시점이 더 빨라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는걸 보니, 조국 메시지가 다시 주목받을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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