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소치 판정 논란 5년 만에 ISU 규정 개정

입력 2019.07.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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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1위로 확정된 뒤,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당시 프리 스케이팅 심판을 맡았던 알라 셰코프세바와 포옹을 나누었다. 이 장면은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판정 논란에 대한 상징적인 모습이다.

5년 전 국제빙상연맹(ISU)은 통신문 1869(Communication No,2265)를 통해 한국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제기한 소트니코바와 러시아 심판의 포옹 논란에 대해, 셰코프세바 심판이 심판석을 벗어난 이후 일어난 일인 만큼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논란의 소치 올림픽 이후 5년이 흐른 가운데, 국제빙상연맹은 '윤리규정' 을 개정하기로 했고, 같은 국적의 해당 경기 심판이 금메달리스트와 포옹하는 모습은 이제 올림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ISU(국제빙상연맹) 규정 개정, A급 대회 메달 후보와 같은 국적 심판-기술 패널 배제

국제빙상연맹은 지난주 통신문 2265(Communication No,2265)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는데, 주요 내용은 '윤리 규정'강화이다. 올림픽 등 A급 대회에서 1위에서 5위가 예상되는 선수나 팀과 같은 국적인 사람은 해당 경기에서 기술 패널이나 심판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소치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9명의 심판 중 4명이 교체되면서 러시아의 셰코프세바가 프리스케이팅 심판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과거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았던 우크라이나 출신 심판도 합류했다.

실제 프리스케이팅에서 소트니코바는 평소와 비슷한 경기를 했지만, 평소보다 압도적인 가산점을 따냈을 뿐 아니라, 구성 점수도 시즌 평균과 비교하면 14.5점이나 더 받았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구성 점수는 스케이팅 기술이나 연기력 등 예술성을 평가하는 요소인데, 실제로는 해당 선수의 경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는 소트니코바보다 17.51점 높은 구성 점수를 기록했지만, 이 차이는 소치 올림픽에선 불과 0.43점으로 좁혀졌다.

프리에서 러시아 심판 투입 등 심판 교체, 소트니코바 가산점+구성 점수 폭등

현역 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우승 경력을 가진 선수와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의 메달도 따낸 적이 없는 선수의 구성 점수가 사실상 같았다는 뜻이다. 실제 소트니코바는 여자 피겨 사상 최초로 A급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없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소치 올림픽 기술 패널 3명 중 2명이 러시아 출신

소치 올림픽 당시 여자 싱글 기술 패널은 3명으로, 러시아 피겨 연맹 부회장을 역임한 알렉산더 라커닉이 테크니컬 컨트롤러를 맡았고, 프랑스의 바네사 구스메롤리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핀란드의 올가 바라노바가 테크니컬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를 담당했다.

기술 패널의 주 업무는 회전 부족, 정확한 엣지 여부, 스핀이나 스텝의 레벨 등을 결정한다. 기술 스페셜리스트와 기술 어시스턴트의 견해가 다를 경우, 기술 컨트롤러가 개입해서 2대 1의 결정으로 회전 부족이나 엣지 판정 등을 결정한다.

소치 올림픽 때 러시아의 라커닉이 기술 컨트롤러를 맡은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핀란드의 올가 바라노바는 러시아 출신으로 핀란드로 국적을 변경한 경우여서 사실상 러시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소치 올림픽 때는 기술 판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2명이 모두 러시아 및 러시아 출신이었다.

러시아 출신 기술 패널, 소트니코바에 회전 부족-부정 엣지 판정 사라져

소치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한 달 전에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회전부족과 부정 엣지 판정으로 많은 감점을 받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는 쇼트와 프리에서 단 한 번도 회전 부족이나 부정 엣지 판정을 받지 않았다.

국제빙상연맹의 윤리 규정 개정으로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처럼 피겨스케이팅에서 같은 국적의 기술 패널이 같은 국적 선수를 평가하지 못하게 됐다. 국제빙상연맹은 이번 규정 변경의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해외 피겨 전문가들은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 피겨 칼럼니스트 '규정 변경 배경은 소치 올림픽 판정 논란'

일본의 유명 피겨 칼럼니스트인 다무라 아키코는 스포츠 전문 매체인 '넘버'를 통해 이번 국제빙상연맹의 윤리 규정 변경의 배경에는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의 판정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아키코는 "많은 피겨팬들이 김연아가 금메달이라고 주장했고, 이탈리아의 코스트너가 금메달에 어울린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다"면서, "2명의 러시아 출신 기술 패널이 과연 공정했겠느냐"며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치 올림픽 판정 논란 이후 국내의 피겨팬들은 국제빙상연맹을 비롯한 여러 해외 매체에 판정 논란에 대한 항의 메일을 보냈다. 당시에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다만 부당한 판정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피겨팬들 때문에 국제빙상연맹이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국제빙상연맹의 변화에 한국 피겨팬들이 힘을 보탠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은 소트니코바의 것으로 남아있지만, 이제 김연아의 후배들은 적어도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처럼 개최국의 심판과 개최국의 기술 패널에 의한 부당한 판정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 김연아의 존재로 한국 피겨가 바뀌어 가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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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 소치 판정 논란 5년 만에 ISU 규정 개정
    • 입력 2019-07-09 11: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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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1위로 확정된 뒤,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당시 프리 스케이팅 심판을 맡았던 알라 셰코프세바와 포옹을 나누었다. 이 장면은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판정 논란에 대한 상징적인 모습이다.

5년 전 국제빙상연맹(ISU)은 통신문 1869(Communication No,2265)를 통해 한국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제기한 소트니코바와 러시아 심판의 포옹 논란에 대해, 셰코프세바 심판이 심판석을 벗어난 이후 일어난 일인 만큼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논란의 소치 올림픽 이후 5년이 흐른 가운데, 국제빙상연맹은 '윤리규정' 을 개정하기로 했고, 같은 국적의 해당 경기 심판이 금메달리스트와 포옹하는 모습은 이제 올림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ISU(국제빙상연맹) 규정 개정, A급 대회 메달 후보와 같은 국적 심판-기술 패널 배제

국제빙상연맹은 지난주 통신문 2265(Communication No,2265)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는데, 주요 내용은 '윤리 규정'강화이다. 올림픽 등 A급 대회에서 1위에서 5위가 예상되는 선수나 팀과 같은 국적인 사람은 해당 경기에서 기술 패널이나 심판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소치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9명의 심판 중 4명이 교체되면서 러시아의 셰코프세바가 프리스케이팅 심판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과거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았던 우크라이나 출신 심판도 합류했다.

실제 프리스케이팅에서 소트니코바는 평소와 비슷한 경기를 했지만, 평소보다 압도적인 가산점을 따냈을 뿐 아니라, 구성 점수도 시즌 평균과 비교하면 14.5점이나 더 받았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구성 점수는 스케이팅 기술이나 연기력 등 예술성을 평가하는 요소인데, 실제로는 해당 선수의 경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는 소트니코바보다 17.51점 높은 구성 점수를 기록했지만, 이 차이는 소치 올림픽에선 불과 0.43점으로 좁혀졌다.

프리에서 러시아 심판 투입 등 심판 교체, 소트니코바 가산점+구성 점수 폭등

현역 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우승 경력을 가진 선수와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의 메달도 따낸 적이 없는 선수의 구성 점수가 사실상 같았다는 뜻이다. 실제 소트니코바는 여자 피겨 사상 최초로 A급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적이 없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소치 올림픽 기술 패널 3명 중 2명이 러시아 출신

소치 올림픽 당시 여자 싱글 기술 패널은 3명으로, 러시아 피겨 연맹 부회장을 역임한 알렉산더 라커닉이 테크니컬 컨트롤러를 맡았고, 프랑스의 바네사 구스메롤리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핀란드의 올가 바라노바가 테크니컬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를 담당했다.

기술 패널의 주 업무는 회전 부족, 정확한 엣지 여부, 스핀이나 스텝의 레벨 등을 결정한다. 기술 스페셜리스트와 기술 어시스턴트의 견해가 다를 경우, 기술 컨트롤러가 개입해서 2대 1의 결정으로 회전 부족이나 엣지 판정 등을 결정한다.

소치 올림픽 때 러시아의 라커닉이 기술 컨트롤러를 맡은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핀란드의 올가 바라노바는 러시아 출신으로 핀란드로 국적을 변경한 경우여서 사실상 러시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소치 올림픽 때는 기술 판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2명이 모두 러시아 및 러시아 출신이었다.

러시아 출신 기술 패널, 소트니코바에 회전 부족-부정 엣지 판정 사라져

소치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한 달 전에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회전부족과 부정 엣지 판정으로 많은 감점을 받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는 쇼트와 프리에서 단 한 번도 회전 부족이나 부정 엣지 판정을 받지 않았다.

국제빙상연맹의 윤리 규정 개정으로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처럼 피겨스케이팅에서 같은 국적의 기술 패널이 같은 국적 선수를 평가하지 못하게 됐다. 국제빙상연맹은 이번 규정 변경의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해외 피겨 전문가들은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본 피겨 칼럼니스트 '규정 변경 배경은 소치 올림픽 판정 논란'

일본의 유명 피겨 칼럼니스트인 다무라 아키코는 스포츠 전문 매체인 '넘버'를 통해 이번 국제빙상연맹의 윤리 규정 변경의 배경에는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의 판정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아키코는 "많은 피겨팬들이 김연아가 금메달이라고 주장했고, 이탈리아의 코스트너가 금메달에 어울린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다"면서, "2명의 러시아 출신 기술 패널이 과연 공정했겠느냐"며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치 올림픽 판정 논란 이후 국내의 피겨팬들은 국제빙상연맹을 비롯한 여러 해외 매체에 판정 논란에 대한 항의 메일을 보냈다. 당시에도 김연아가 금메달을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다만 부당한 판정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피겨팬들 때문에 국제빙상연맹이 규정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국제빙상연맹의 변화에 한국 피겨팬들이 힘을 보탠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은 소트니코바의 것으로 남아있지만, 이제 김연아의 후배들은 적어도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처럼 개최국의 심판과 개최국의 기술 패널에 의한 부당한 판정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 김연아의 존재로 한국 피겨가 바뀌어 가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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